목영해 시(김해문협22집)
버스 기다리기
길을 갈 때면 세월이 지나가듯
수도 없는 버스들이 지나가더니
정류소에서 기다리면
버스는 오지 않는다, 기다리는 세월처럼
이 동네 가는 버스, 저 동네 가는 버스
잘도 오가는데
내가 탈 버스는
목 빠지게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다
떠다니는 세월을 다지려
버스 바퀴는 육중한 몸을 구르고
고된 세월을 덜어내려
머플러는 거친 숨결을 쏟아내는 데
버스 안 승객과 딱 마주친 눈길
어색하다
한쪽은 북적대고 낮은 곳에 가는 버스를 타고 있고
한쪽은 외지고 높은 곳에 가는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리라
가서 머무를 세계가 달라 그러하리라
많은 차와 사람들이 오가고
정류소 옆 편의점 불빛은 과자포장지 위로 유달리 쏟아지는데
이미 차편이 끊어졌는지
아니면 아예 다니지를 않는지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
외지고 높은 곳에는 가지 말라한다
11월
11월에는 첼로 소리가 좋다
떨치지 못한 미련이 구차스러워지는
11월에는
버려야 할 것을
버리는 것이 멋스러워지는
11월에는
금속 줄 쓸어내리는 소리가 좋다
미련을 뭉개듯 쓸어가는
아쉬움을 잘라내듯 지워내는
첼로 소리가 좋다
당겨 방문한 어둠이
흔들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11월 저녁시간엔
오펜바흐의 ‘자크리느의 눈물’이 좋다
어깨 넓이의 긴장감이 촉촉한
첼로선율에 따라 흘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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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영해 시(김해문협22집)
목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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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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