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원고측 신문 준비해주세요.
영웅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요.
판사 네?
영웅 아직 증인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판사 (서류를 뒤적인다) 오는건 확실합니까?
영웅 네...
판사 그럼, 먼저 피고측부터 신문하세요.
준석, 여유 있는 웃음을 띄우며 일어선다.
DIS-
통령, 이마에 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영웅도 초조한 얼굴이다.
판사 원고측 증인 아직 안왔습니까?
통령 ...네...저기요...
판사 원고측 대리인 지금 몇신 줄 아세요?
준석 ......
방청석의 부장과 과장 대리 비웃듯 웃는다.
희숙, 고개를 숙인다.
영웅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영웅과 통령의 얼굴에서-
DIS-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법정.
영웅과 통령이 허탈하게 앉아 있다.
영웅,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달려나간다.
통령 영웅아-
2. 법원 일각. 오후
준석이 동료 변호사들과 걸어나간다.
영웅 (E) *변호사!
준석, 천천히 돌아선다.
영웅 ......
준석 (주위 변호사들에게) 먼저들 들어가세요.
영웅 ...진이는 퇴원했다고?
준석 그래. 걱정 안 해도 될 정도야.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연락하지 마라.
니 연락 받고 싶지도 않을 거다.
영웅 ...잘 부탁한다.
준석 ...부탁은 무슨-
영웅 ...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오늘일 알고 있었던 거야?
준석 무슨 뜻이지?
난 변호사야. 누구처럼 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아.
영웅 아무리 이런 식으로 나와도 우린 이긴다.
준석 그 지칠 줄 모르는 자신감은 높이 산다.
결과를 기대하마.
영웅 기대해도 좋을 거다.
영웅, 돌아선다.
3. 영웅 사무실. 오후
통령이 혼자 들어온다.
사무장 (반갑게 일어나며) 어떻게 되셨어요?
통령 ......
사무장 뭐가 잘 안되셨어요?
통령 ......
사무장 왜 그러세요?
통령 (짜증을 내며) 뭐가 그렇게 궁금해요?
사무장 (놀란다) 네?
통령 (짜증을 내며 자리에 앉는다)
사무장 ......
통령 물이나 한잔 주세요-
사무장 (상처를 받는다)
통령 ......
사무장, 통령의 앞에 물을 한잔 천천히 내려놓으며,
사무장 여기요.
통령 (바로 확-들이킨다)
사무장 역시 그렇군요...저야 뭐...물 가지고 오라면 물 가지고 오고,
서류 접수하라면하고...그거뿐이군요.
통령 (사무장을 본다) 저, 지금 힘듭니다. 그만하죠.
사무장 네, 당연히 제가 알아서 조심 해야죠.
통령 왜 이러세요! 그만하라잖아요!
도대체 뭔데 이러세요!
사무장 (놀라서 눈에 눈물이 글썽 한다)
통령 ......
사무장 정말 너무...하시네요.
사무장, 눈물을 보이며 밖으로 나간다.
통령, 화가 나자 앞에 놓인 서류를 집어던진다.
통령 애이!
4. 거리 장군의 차안. 오후
장군이 차문을 거칠게 닫고 차에서 뛰어 내린다.
힘없이 걸어오던 남증인2 앞을 가로막는 장군.
장군 (건들 건들하게) 뭐하시는 겁니까?
남증인2 (고개를 떨군다)
5. 까페. 저녁
장군과 남증인2가 이야기를 한다.
남증인2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장군 정말 그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랬어요?
남증인2 협박도 아닌것이...그러면서도 얼마나 사람을 오싹 오싹하게 하는지...
장군 좋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나이 대 사나이로 약속을 하셨으면-
남증인2 난 남편이고 아빠인 사람입니다.
사나이고 뭐고 그런건 모릅니다.
장군 ......
6. 허름한 창고 외경. 저녁
7. 창고안 놀이방. 저녁
정아와 여증인2 그리고 여증인2 아이들이 와 있다.
여증인2의 아이들이 신나게 놀자, 흐뭇해하며 바라보는 정아와 여증인2.
정아 겉에서 보는 거랑 다르죠?
여증인2 좋네요.
정아 마음 놓으셔도 괜찮으실거예요.
선생님 박변호사님 오랜만이세요.
정아 네, 제가 요즘 조금 바뻤어요. 죄송해요.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박변호사님 덕에 저희가 이만큼 버티는걸요.
(여증인2에게) 여기 후원회 만들어주신 분이 박변호사님이세요.
여증인2 ......
정아 후원회는요, 무슨-
선생님 아니요, 후원회 덕분에 이젠 저희 아주 잘 살아요.
정아 그래요? 잘됐네요.
선생님 그런데, 문제는 손이 부족해요.
아무리 월급을 드린다고 해도, 누가 여기까지 아이들 보려고 올 생각을
해야죠.
아이들을 맡기고 싶다는 어머님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
여증인2 ......
8. 달동네. 오후
여증인2와 걸어 내려오는 정아.
아이 한 명은 정아가 잡고 내려온다.
여증인2 저기요-
정아 네?
여증인2 희숙이 집이 여기 어디라고 하셨죠?
정아 네...
9. 희숙집 마당. 오후
희숙이 아이를 업고 빨래를 널고 있다.
여증인2가 아이를 데리고 정아와 들어선다.
DIS-
단촐 하게 내놓은 과일을 놓고 이야기를 하는 세사람.
여증인2 너, 이렇게 힘들게 사는 줄은 정말 몰랐다.
희숙 ...미안하다...너한테까지 숨겨서...
여증인2 나야말로 미안하지...내 목구멍이 급해서...아무 힘이 못된다.
희숙 괜찮아. 혹시나 너 절대 증언 같은 거 하지마.
그럼 너도 바로 나처럼 되는 거야.
여증인2 ......
정아 ......
희숙 알았지?
그렇게 까지 안해도 어딘가 방법이 있을 거야.
10. 정아 집 앞. 저녁
정아가 힘없이 걸어온다.
그때, 영웅이 정아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정아 ......
11. 공원. 저녁
정아와 영웅이 이야기를 한다.
정아 웬일이야, 여기까지...
영웅 오늘...재판 있었다.
정아 ......
영웅 증인이 생겼었는데...알지? 홍보실 과장님.
정아 응.
영웅 증인 신청까지 하고 기다렸는데...안 나왔다.
정아 !
영웅 ......
정아 ......
영웅 오늘처럼 힘들어 보기도 처음인 거 같아.
의뢰인은 초조하게 뒤에 앉아있지, 판사는 재촉하지...
상대는 비웃는 거 같고...
정아 ......
영웅 재판이 끝났는데...일어나질 못 하겠는 거야...
정아 ...그럼, 집에 가서 얼른 쉬지.
영웅 그런데...그렇게 힘든데...
정아 ......
영웅 니가 보고 싶었어.
정아 !
영웅 정아 널 봐야 할거 같아서 왔어.
정아 ......
영웅 미안하다...그 동안 많이 힘들게 해서...
정아 ......
영웅 나...너 많이 좋아해...
정아 ...(눈에 눈물이 글썽하며) 좋아 해가 뭐야! 너 해병대 출신 맞아!
영웅 ?
정아 ...사랑한다고 말해 줘-
영웅 어?
정아 (쑥스러운지 눈을 아래로 하는데)
영웅 (갑자기 큰 소리로) 사-랑-한-다- 박정아!
정아 (놀라며) 야!
영웅 됐어? 한번 더 할까!
사랑한다 박정아!
정아 (기쁘고 속도 상해 눈물이 나며) 이게 뭐야!
이렇게 무드 없이 이게 뭐야!
영웅 어-
미안-
잠깐만 기다릴래? 꽃이라도 사와서 다시 할까?
정아 됐어! 됐다구!
영웅 정아야-
정아 내가 왜 널 좋아하는지 몰라~
영웅 야~
정아 몰라!
12. 영웅 사무실. 저녁
통령이 고개를 젖히고 의자에 기대있다.
영웅과 정아가 들어온다.
통령 어-(웃으며) 정아야!
에~니들 화해했구나!
정아 (쑥스러워 한다)
통령 그래,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
정아 죄송해요...
통령 뭐가-지금이라도 이렇게 나와 줘서 정말 고맙다.
그러고 보면, 장군이 이 녀석이 정말 밴댕이야.
13. 식당. 저녁
남증인2가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맞은편에 장군이
아주 태연스럽게 앉아 밥을 먹고 있다.
남증인2와 슬쩍 슬쩍 눈이 마주칠 때마나 능글맞게 웃어주는 장군.
남증인2 죽겠는데-
14. 거리. 저녁
남증인2 장군에게 이야기를 한다.
남증인2 왜 이러십니까? 변호사 맞으세요?
장군 저도,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요, 주위 환경이 이렇게 사람을 만드네요.
남증인2 전 정말 못합니다.
장군 제가 약속해드렸잖아요.
만에 하나 불이익을 당하시면 소송해드린다니까요.
그거 거의 꽁짜로 해드릴게요.
아니, 아니 그냥 꽁짜로 해드릴게요.
남증인2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장군 저도 그렇게까지 되기를 바라진 않습니다.
제가 회사 이분저분 만나 봤는데요, 부장라인에 대한 불만이 아주 많더라
구요. 성희롱 부분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 말은- 증언을 해주셔도 전혀 불이익 없이 일이 끝날 수 있다는 겁니다.
남증인2 지금 그 말을 증명 해줄 수 있습니까?
회사 사람들 말 말이예요.
장군 네? 네-그럴게요!
15. 영웅 사무실. 저녁
영웅, 통령, 정아가 회의를 하고 있다.
영웅 일단 내일 계약위반건은 제가 할게요.
통령 그래.
영웅 정아가 여직원회 사람들을 더 맡아 줘.
미안하다, 자꾸 이런 일만 시켜서.
정아 아니-성희롱 사건이니까 더 앞에서 빠지는 거야.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그렇잖아.
여자가 여자편 든다고 목소리 높이면 더 싫어하는 거.
통령 솔직히 그건 좀 그래-
정아 선배! 그게 바로 문제라구요!
통령 ......
정아 어쨌건,
성희롱 문제 같은 것일수록, 남자변호사가 적극적으로 피해여성을 변론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통령 그 말도 맞다. 고도의 심리전!
그때,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한다.
통령 누구세요? 들어오세요!
남증인2가 미안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놀라는 세사람.
DIS-
남증인2 정말 미안했습니다.
통령 좀 너무 하셨어요.
남증인2 아닙다-하지만, 제 입장에선 또 어쩔 수가 없었네요.
영웅 이해합니다.
통령 그런데, 다시 또 증인을 서 주시겠다는 건 무슨 일이세요?
혹시...죄송하지만...저쪽에서 우리 정신없게 하라고...부탁 받으신 거 아니
세요?
영웅 선배-
남증인2 아닙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못 나가는 저도 맘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의기양양하게 다니는 부장쪽 사람들을 보는 것도,
울분이 터지구요. 거기다가-여기 최변호사님 계시죠?
통령 장군이요?
남증인2 네-
그 분 등살에 (웃으며) 못 견뎌서라도 나가야 겠더라구요.
영웅 장군이 가요?
16. 장군집 앞. 밤
장군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걸어 나온다.
영웅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장군 ......
17. 공터. 밤
두 사람 아무 말 없이 서있다.
장군 할 말 있으면 해요.
영웅 (갑자기 멱살을 확-잡는다) 너 임마!
장군 (놀란다)
영웅 이게, 형한테 잘못을 했으면 와서 싹싹 빌어야지!
형이 먼저 오게 해!
장군 ......
영웅 (멱살을 놓으며 장난스럽게 건들건들하며) 너 잘했어, 못했어!
장군 ......
영웅 한번만 그런 식으로 더 까불면 가만 안 둔다.
장군 (웃음이 번지는데)
영웅 어, 웃어? 이 녀석이 아직 겁이 안 나는구만-
(잡아끌며) 너, 이리와!
장군 어~어~
18. 곱창 집. 밤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 사람.
영웅, 소주를 따르며-
영웅 너-이거 바로 마셔!
장군 (바로 마시고 영웅에게 술을 따른다) 자요!
영웅 좋아!
영웅, 바로 마시고 또 권한다.
영웅 어-오늘 술 받는데!
장군 나도 아주 확-확 당기는데!
영웅 그래-마셔보자!
장군 그러자구요!
계속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 사람.
19. 고수부지 잔디밭. 밤
비틀거리며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오는 두 사람.
그러다가 동시에 큰 대자로 눕는다.
영웅 아~좋다!
장군 시원하다!
영웅 넌, 도대체 여기 왜 있냐? 법촌에 왜 남아 있냐구!
장군 나도 미치겠다구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구!
영웅 나가고 싶냐!
장군 그럼요!
영웅 넌 못나가 임마!
장군 왜요!
영웅 내가 어디도 안 보네!
절대 못 가! 우린 파트너니까! 끝까지 같이 가는 거야!
장군 아~미치겠다!
영웅 ...나-정아한테 사랑한다고 했다!
장군 ......
영웅 고맙다! 정아 생각 많이 해줘서.
장군 ...한번만 더 울려요!
영웅 ......
장군 ......
장군 (일어나 앉으며) 야!
장군 왜요?
영웅 화장실 가자.
장군 이 근처에 없어요.
영웅 애이~
장군 (쑥스러워 하며) 변호사가 그러면 안되는데...
20. 정아 방. 밤
정아, 미라와 함께 순대를 먹고 있다.
그러면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음을 터뜨린다.
미라 왜 그래?
정아 아니야.
미라 언니 약간 (손가락으로 머리 주위를 빙빙 돌리며) 이거 같아, 지금.
정아 원래 그런 거야.
미라 뭐가?
정아 넌 몰라도 된다.
미라 어~어~
미라 이러니 사람이 맛이 갔지.
정아 너 조용히 안해?
미라 좋겠수!
정아 조용히 하라고 했다. 잠깬단 말이야.
미라 그만 좀 봐. 영웅이 아저씨 얼굴에 펑크나겠다.
정아 야~
미라 (웃는다)
정아 (장난스럽게 영웅을 바라보며) 그런데 니가 봐도, 우리 영웅이 너무 멋있게
생기지 않았냐?
미라 어머-머머-
정아 (웃는다)
21. 윤진 집 외경. 밤
22. 윤진 방. 밤
윤진이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전화를 든다.
23. 준석 사무실. 밤
준석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어, 일어났니? 좀 어때? 괜찮아?
24. 윤진방. 밤
윤진 나, 리&윤으로 갈 거야.
가서 열심히 일할 거야.
꼭, 아빠 같은, 너 같은 변호사가 될 거야.
25. 준석 방. 밤
준석 잘 생각했다.
고맙다, 진아-
26. 정아 방. 밤
정아, 영웅이 잠든 침대 옆에 기대, 앉은 채로 잠이 들어있다.
하지만,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DIS-
영웅, 새벽에 잠을 깨 앉아서 잠이 든 정아를 본다.
영웅, 정아를 조용히 눕혀주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빠져 나온다.
27. 영웅 사무실 외경. 오전
28. 동 사무실. 오전
사무장이 일찍 나와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다.
통령이 들어온다.
사무장 (아주 정중하게) 나오셨습니까.
통령 (미안하다)
사무장 커피 한잔 드릴까요?
통령 저기요-
사무장 네.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통령 ...오늘 재판에요...오실 수 있으세요?
사무장 ?
통령 아니...꼭 와주세요.
사무장 ......
통령 사무장님이 계시면 제가 더 힘이 날 거 같아서요...
사무장 ......
통령 꼭 부탁드립니다.
사무장 ...그렇게까지 부탁하시면 가 드려야죠...
통령 (웃는다) 고맙습니다.
사무장 대신 잘 하셔야 해요.
통령 네!
사무장 (웃는다)
29. 법정 외경. 오후
30. 법정. 오후
준석이 남증인2를 신문한다.
준석 지금 어느 부서에 근무하시죠?
남증인2 홍보실입니다.
준석 직책은 어떻게 되십니까?
남증인2 과장입니다.
준석 입사하신지 15년이 넘으셨는데요,
햇수에 비해서 승진이 좀 늦으신 편이죠?
남증인2 네.
준석 죄송합니다만, 피고인 부장은 이미 그때, 부장이였죠?
남증인2 그분이 빠른 겁니다.
준석 네-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으시겠네요.
남증인2 ......
준석 증인은 피고인 부장과는 같은 부서에 계셨죠?
남증인2 네.
준석 그때 피고인 부장이 직속 상관이었죠?
남증인2 네...
준석 피고인 부장이 증인에 대한 업무평가가 낮아 승진이 더 늦어졌다고
불만을 주위에 이야기 하신적 있으시죠?
남증인2 ...네...
준석 그럼, 함께 근무하시던 때도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으셨겠군요.
통령 이의 있습니다.
사무장 뒤에서 초조하게 바라본다.
준석 증인의 증언에 대한 진실성을 가늠해보려 합니다.
판사 피고측 대리인 계속하세요.
준석 지금 증인이 증언하려는 내용들이 혹시라도 피고인 부장에 대한
개인적인 시기심에서 출발 한 것은 없습니까?
통령 이의있습니다!
31. 까페. 오후
장군과 정아가 앉아 여직원을 설득한다.
정아 절대 신원이 외부로 밝혀지거나, 그로 인한 불이익은 없습니다.
단지 재판부에만 제출 될 겁니다.
부장과 과장의 상습적 성희롱에 대한 증언으로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여직원 정말 들은 적 있다고 서명만 하면 되는 거죠?
분명히 아무도 모르죠?
정아 그럼요.
장군 (능글 능글하게 비위를 맞춘다) 그런데, 노란색이 아주 잘 어울리세요.
그 색 아무나 소화하는 색이 아닌데.
여직원 (좋아하며) 그래요?
장군 눈 쌍거풀 수술 하신 거 아니죠?
여직원 그럼요!
장군 역시 자연산이 이래서 좋아.
아주 눈이 이쁘세요.
정아 (기가 막힌 듯 본다)
여직원 어디다 서명하면 되는거예요?
정아 여기요-
32. 까페 밖. 오후
정아 웃으며,
정아 노란색이 정말 잘 어울리세요~
장군 이게 바로 스킬~기술이라는 거예요.
분위기 좋잖아요.
그런데, 그거 쌍거풀 한거더구만.
정아 허-
장군 (정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자, 가자구요.
정아 너 이거 안 내려놔!
장군 가죠-
정아 안 내려!
장군 영웅이 형 없을 때 한번이래 보자구요.
정아 뭐야?
장군 왜요?
정아 (주먹을 쥐고) 어유, 이걸!
장군 미치겠네, 갈수록 귀여워.
정아 너!
장군, 성큼 성큼 먼저 걸어간다.
장군 빨리 와요!
33. 법정. 오후
통령이 남증인2를 신문한다.
통령 지난해 여직원회에 접수된 피고 부장의 성희롱건을 알고 계시죠?
남증인2 네.
통령 그때 회사측에 정식으로 그 일을 보고하려고 하셨죠?
남증인2 네.
통령 왜 그만 두셨습니까?
남증인2 당사자인 부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냥 넘어갔습니다.
통령 간곡한 부탁은 어떤 걸 말하는 거죠?
남증인2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부장.
통령 그것 뿐인가요?
남증인2 제...승진도 보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통령 부장이 승진을 보장한다고 말했다구요?
남증인2 네!
통령 피고인 부장의 회사 내 힘이 그만큼 크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남증인2 네-
통령 이제까지 증언을 미뤄온 것도 그런 이유에 기인합니까?
남증인2 네-
통령 그럼,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피고 부장은 예전에도 이번 성희롱건과 관련한 다른 사건이 있었습니까?
남증인2 네, 있었습니다.
통령 이상입니다.
사무장 좋아서 희숙의 손을 쥐고 어쩔 줄 모른다.
영웅, 통령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34. 영웅 사무실. 저녁
영웅 아무래도 홍보실 과장으로는 무리야.
통령 그래, 워낙 부장하고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이라, 증언에 무게가
실리기 힘들어.
정아 피해 당사자도 아니구.
장군 그러니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다른 여자증인이 제일 필요한데...
왜, 그 정희숙씨 여자친구분은 설득하지 말라는 거예요?
영웅 그분한테는 강요하지 말자.
만에 하나 그분까지 불이익을 당하면...
장군 아~지금 우리가 그런 거 까지 생각하게 생겼어요?
무조건 설득해서 일단 증인석에 앉히고...
정아 최장군!
희숙씨까지 말렸어.
장군 네?
정아 그러니까 거긴 기대하지 말자구.
통령 정말...딱이긴 한데...
영웅 얼마나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지는 모르지만,
서명 받는 건 잘 되가?
정아 증인만 제대로 된다면 도움은 될 거야.
그리고, 서명은 장군이가 아주 장기를 살려 잘 하고 있지.
통령 뭔데?
장군 알아도 아무나 못해요.
통령 왜?
장군 일단 나처럼 키 되고, 몸매 받쳐 주고, 마스크가 중요하거든요.
영웅 그럼 그거 내가 할까?
정아 (웃으며) 뭐? 정말 다들 왜 이래?
영웅 내가 뭘?
정아 (웃으며) 병이야-병!
영웅 진실만 말하는 병.
정아 (웃으며) 못 말려! 하여튼!
영웅과 정아 다정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한다.
장군, 그 모습에 조금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한다.
통령, 그런 장군 모습을 보며, 난감해한다.
35. 리&윤 사무실 외경. 밤
36. 준석 방. 밤
윤진이 의자에 앉아 준석과 이야기를 한다.
윤진 만에 하나 계약직 여직원중에 피해자라고 증언하는 사람이 나오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준석 집단행동으로 몰아갈 생각이야.
윤진 집단행동?
계약직 여직원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성희롱을 들고 나왔다?
준석 그래!
윤진 괜찮은 방법이네.
준석 (윤진이 들고 있는 서류를 뺏으며) 이 일은 나한테 맡기고 들어가서 쉬어.
윤진 나, 이제 괜찮아.
준석 내가 보기엔 아직 안 좋아.
윤진 쓰러질 정도 아니야.
준석 그 정도까지 가게 내가 안 해. 얼른-
윤진 나, 너무 이러는 거 불편해.
준석 왜?
윤진 그냥 불편해.
준석 ...영웅이 였으면?
윤진 갑자기 그 이야긴 왜 해?
준석 이야길 하게 만드는 게 누군데?
윤진 끝난 일이야, 다신 말하지 말아줘.
준석 나야말로 말하지 않게 해줘.
더 이상, 영웅이한테 미련 가지는 거 못 참아.
윤진 들어갈게.
준석 나...분명하게 말했다.
더는 안 된다고.
그리고, 바로 결혼하자.
윤진 누구맘대로-
윤진, 문을 닫고 나간다.
준석 말없이 자리에 앉아있다.
37. 윤진 차안. 밤
윤진, 멍하니 운전을 하고 있다.
차를 옆으로 세우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하는 윤진.
38. 영웅 사무실 앞. 밤
법촌 식구들이 모두 나온다.
영웅 전화가 울리자, 전화를 받는다.
영웅 여보세요? 여보세요?
정아 나, 데려다 줄거지!
영웅 그래, 잠깐만 정아야-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39. 윤진 차안. 밤
윤진 전화를 끊고 억지로 감정을 누른다.
40. 영웅 사무실 앞. 밤
영웅이 정아를 차에 태우고 출발한다.
영웅 먼저 갈게요.
영웅과 정아의 차가 멀어지자, 장군 멍하니 보고 서 있는다.
통령 야!
장군 ......
통령 뭘 그렇게 보고 서있어.
장군 ......
통령 나 좀 데려다 줘.
장군 어지간하면 차 한 대 사요.
통령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이기면 차부터 뽑는다.
짜식 고거 데려다 주는 거 가지고 생색내긴!
장군 빨리 타요-
41. 장군의 차 안. 밤
통령 음악 좀 틀어라.
장군이 음악을 틀면 귀가 터져라 시끄러운 락이 나온다.
통령 (소리를 낮추며) 아~시끄러워.
장군 음악은 시끄러워야, 듣는 맛이 있죠.
통령 그게 듣는 거냐? 고문이지.
장군 그래야, 다른 생각 없이 음악만 듣잖아요.
통령 ...그렇긴 하네.
장군, 음악 소리를 높인다.
통령, 말없이 그런 장군을 본다.
통령, 다시 음악을 낮춘다.
장군 그냥 틀어요.
통령 뭐가 그렇게 딴 생각하기가 싫은데?
장군 뭐가요?
통령 너랑 정아는 안 어울려.
장군 갑자기 무슨 말이예요?
통령 하여튼 안 어울린다구.
장군 왜요?
통령 넌 여자 속 썩일 타입이야.
정안 여려서 그런 거 못 견뎌.
장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자한텐 안 그래요.
통령 이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임마!
장군 그러니까 음악이나 틀라구요.
장군, 음악 소리를 최대한 높인다.
통령, 아예 손으로 귀를 막아 버린다.
42. 영웅 차안. 밤
영웅이 거의 정아의 집 앞까지 왔다.
영웅 원래 이렇게 집이 가까웠나?
정아 어?
영웅 굉장히 빨리 온 거 같아서.
정아 ...그래...
영웅 정아야...
정아 응?
영웅 저기...
정아 ......
영웅 ...더운데, 자꾸 밖으로 뛰어 다니는 일 하게 해서 미안하다.
정아 (실망한 눈치) 어...괜찮아...
영웅 그리고, 정아야...
정아 응...
영웅 ...그거 힘들어도 잘 부탁한다.
너 말처럼, 결정적인 증거는 안 되도 상당히 도움은 될 수 있거든.
그 서명 받는 거 말이야.
정아 나두 알아.
영웅 ......
정아 ......
할말 더 없지? 나...들어갈게.
영웅 아니, 정아야!
정아 왜? 나 빨리 들어가서-
영웅, 갑자기 정아의 입에 키스를 한다.
정아, 놀라 눈이 둥그래졌다가 천천히 감는다.
오랫동안 계속 되는 두사람의 키스.
43. 윤진의 차안. 밤
윤진 영웅과 정아의 키스하는 모습을 보면서, 핸들을 잡고있는 손을 떤다.
차마 더 이상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윤진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44. 영웅 집 외경. 밤
45. 영웅 집 거실. 밤
영웅이 들어온다.
영웅모 늦었다. 피곤하지?
영웅 괜찮아요.
영웅모 너, 이번 주말에 시간 어때?
영웅 계속 바쁜데.
영웅모 그놈의 바쁘단 소리는 아예 입에 달고 다니네.
영웅 (웃으며) 무슨 일인데?
영웅모 너, 전에 그 윤변호사한테 같이 밥이나 한끼 먹자고 해.
영웅 ......
영웅모 어?
영웅 안되요.
영웅모 왜?
영웅 정말 바뻐, 엄마.
영웅모 아무리 바뻐도 약속 좀 잡아.
윤변호사 얼굴도 한번보고 싶단 말이야.
영웅 왜?
영웅모 아버님일 위로도 해주고...
내 며느리감으로 괜찮은가, 궁금해서.
영웅 그럼 더더구나 됐어, 엄마.
영웅모 뭐가?
영웅 윤변호산 아니야.
영웅모 응?
영웅 아니라고-
영웅모 뭘 가지고 아니래?
영웅 엄마 며느리감은 따로 있어.
영웅모 뭐야? 너 여자친구 생겼어?
영웅 ...네!
영웅모 정말이야?
영웅 응~
영웅모 뭐하는 아가씨야.
영웅 변호사.
영웅모 아버님은?
영웅 아버님?
일찍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영웅모 뭐야?
영웅 그런데도 공부 열심히 했고, 괜찮지?
거기다가 얼마나 밝은 지 몰라.
영웅모 어머님은?
영웅 지방에서 작은 가게하셔.
영웅모 ...난 싫어.
영웅 어?
영웅모 윤변호사 아버님은 변호사셨잖아.
그것도 그렇게 유명한 변호사셨는데-
영웅 그런데?
영웅모 니가 엄마가지고 속물이다, 유치하다, 말해도 어쨌든 난 싫다.
영웅 뭘 가지고 그러는데?
영웅모 내가 말 안하면 몰라?
영웅 몰라!
영웅모 하여간 난 안돼!
영웅 엄마!
영웅부 하품을 하며 방에서 나온다.
영웅부 아니, 한밤중까지 일하다 들어온 아이한테 왜 그래?
영웅모 글쎄-기가 막힌 소리를 하잖아요.
영웅부 뭐가?
영웅모 여자생겼데요.
영웅부 그래? 그게 왜 기가 막힌 소리야?
이쁘냐?
영웅 네-
영웅모 그게 문제예요!
영웅부 그럼?
영웅모 얼마나 괜찮은 아가씨가 있는데, 갑자기 엉뚱한 사람을 가지고 그러잖아요.
영웅부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영웅모 집안이 안되요.
영웅부 뭐?
영웅모 아버님도 안계시구, 엄만 지방에서 조그만 가게하나 한데요.
영웅부 아가씬 뭐하는데?
영웅 ...변호사예요.
영웅부 그래! 본인이 똑똑하면 됐지!
많이 좋으냐?
영웅 ...네...
영웅모 어머-
영웅부 그럼 언제 한번 보자!
영웅모 내가 싫다잖아요!
영웅부 아무 말 안 할 때, 조용히 해!
영웅모 뭐예요?
영웅부 본인이 좋다잖아.
영웅모 내가 싫다잖아요.
영웅 그만하세요.
영웅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영웅모 뭐예요! 그게 왜 상관이 없어요!
내가 얘 애미예요!
영웅부 난 애비야!
영웅모 엄마가 아들 결혼문제에, 어떻게 상관이 없어요!
영웅부 없어!
그런 이유면 없다구!
영웅모 집안이 얼마나 중요한 문젠데요!
영웅부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래!
영웅모 나 변호사 만드느라 뒷바라지 할 땐 그런 집 장가 보내려고 한 거 아니
예요.
영웅부 저-저 말하는 거 하곤!
영웅모 난 절대 안돼!
영웅부 그러는 당신은 내가 집안보고 데리고 왔는지 알아!
영웅모 뭐예요?
영웅부 그러니까 조용하라고 했지!
영웅 아버지-
영웅모 또 그 소리예요!
(눈에 눈물이 글썽 한다)
어머님,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나 못마땅해하신 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한이 맺혔는데...
영웅부 누가 그랬어!
영웅모 아니예요!
당신도 그래서 나 무시하는 거 아니예요!
영웅 엄마, 그만해, 응?
영웅모 놔!
내가 이래서 반대하는 거야!
한쪽이라도 기우는 결혼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리고, 너!
너도 니 아빠랑 틀릴 거 하나도 없어.
너도 엄마 무시하잖아!
영웅 아니야, 엄마. 왜 그래~
영웅부 어디 할말없으니까 이젠!
영웅모 나, 분명히 싫다고 했다!
절대 안돼!
영웅모 방으로 들어간다.
영웅 ......
46. 정아 방. 밤
정아, 뭐가 그렇게 좋은지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세수를 하고 나온다.
미라 좋아 죽어요.
정아 너,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 버릇이야!
미라 약올라서 그런다.
정아 쬐그만게!
미라 언니-그럼 결혼은 어제 할거야?
정아 무슨-
미라 빨리 결혼도 하고 애기도 낳고 그래야지.
정아 (쑥스러워 한다) 됐어.
미라 뭘 그렇게 쑥스러워 해.
정상적으로 언니 나이면 애가 둘이야.
정아 날 그냥 할머니를 만들어라.
그때, 미라의 전화가 울린다.
미라, 갑자기 놀란다.
정아 너한테 이 시간에 누구니?
미라 ......
정아 받아 봐.
미라 나한테 올 전화가 어딨어?
잘못 걸린 전화야. 됐어.
정아 ......
47. 골목. 밤
포주 미라에게 음성을 남긴다.
포주 전화를 안 받네.
나, 지금 니 집 앞이다.
잘 있나 궁금해서 목소리라도 좀 들을까 했는데-
생명의 은인인 나한테 이렇게까지 이러면 안되지.
(전화를 끊으며) 곧 보자.
48. 달동네 거리. 밤
여증인2가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오는데, 희숙이 급하게 뛰어 올라온다.
여증인2 지금 와?
희숙 응-조금 늦었네.
여증인2 아직 선생님 계시니까, 괜찮아.
희숙 그래-
여증인2 ...요즘 뭐해?
희숙 그냥, 식당 일나가.
여증인2 그래...
희숙 나, 먼저 가볼게.
여증인2 그래...
여증인2, 달려가는 희숙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49. 영웅 사무실 외경. 낮
50. 동 사무실. 낮
장군 서명은 여직원회 중심으로 꽤 받았는데, 증언을 하겠다는 사람은 없네요.
통령 불이익도 불이익이지만, 여자입장에선 그런 증언을 하기가 쉽지 않지.
장군 증인만 제대로 나와도 해볼만한데...
정아 지금도 우리가 그렇게 불리한 건 아니잖아.
51. 동 복도. 낮
영웅이 들어오다가 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여증인2를 본다.
영웅 안녕하셨어요?
여증인2 ......
52. 동 사무실. 낮
여증인2 저도...증언은 해주고 싶은데...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결심이 안 서네요.
영웅 그렇게 힘드시면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장군 (인상을 찌푸린다)
정아 여기까지 와 주신거만 해도 감사해요.
통령 (미련이 남아서) 무조건 재계약이 안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여증인2 저희는 이제 나이도 많아서, 조용히 일만해도 위험해요.
어디가나 나이 많은 여자...좋아하나요.
영웅 마음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나오세요.
여증인2 (손에 잡은 서류를 보며) 만일 나가게 되면...이렇게만 준비하면 되나요?
장군 네! 저희가 법정에서 물어 볼 내용들이예요.
정확하게 대답하실 수 있도록 기억을 확실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나오시면 저희 이겨요!
영웅 (장군을 본다)
장군 (딴청을 한다)
여증인2 예...잘 알겠습니다.
DIS-
여증인2가 가고,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법촌 식구들.
장군 마지막 재판이라구요.
좀 더 강하게 나와 달라고 설득했어야죠!
영웅 ......
정아 ......
통령 나오실 지도 모르잖아.
53. 법원 복도. 오후
여증인2가 망설이며 서성거린다.
54. 법정. 오후
판사 원고 피고측 모두 더 이상 진행할 신문 없습니까?
통령 ......
영웅 ......
준석 없습니다.
판사 피고측!
영웅 네-
그때, 문이 열리며 여증인2가 들어온다.
놀라며 바라보는 영웅과 통령.
통령, 영웅을 툭-친다.
영웅 판사님! 죄송합니다만, 조금 늦게 도착한 증인의 증언을
들을 수 있을까요?
준석 반대신문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허용해 주셔서는 안됩니다.
판사 증인이 출석하였으니 일단 허용하겠습니다.
반대신문이 필요하면 법원에서 별도로 소환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영웅과 통령 웃는다.
DIS-
영웅이 여증인2를 신문한다.
영웅 성희롱건으로 소송을 당한 피고 정희숙씨가 원고인 본사 파견직 사원 대리
에게 다른 여직원들에게 지나친 농담을 삼가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여증인2 네.
정희숙씨 본인은 괜찮으나, 다른 직원들이 불쾌해 한다면 자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영웅 평소 원고인 대리는 그런 진한 성적 농담을 즐겨 했습니까?
여증인2 네.
영웅 그럼, 피고 정희숙씨가 자제를 요청한 이후로 원고인 대리는
다른 여직원들 에겐 조심하는 편이였습니까?
여증인2 조금 줄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영웅 괜찮다고 말했던 피고 정희숙씨에게는 어땠습니까?
여증인2 오히려 더 지나친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영웅 그럴 때 정희숙씨는 어떻게 했지요?
여증인2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잘 받아 넘겼습니다.
DIS-
영웅이 희숙을 신문한다.
영웅 왜, 대리에게 본인은 괜찮다고 말하셨습니까?
희숙 동료끼리 그 정도의 농담은 참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웅 그럼, 대부분의 성적 농담은 원고인 대리가 먼저 시작하는 편이였습니까?
희숙 그렇습니다.
영웅 기억하시는 한가지 예만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희숙 ...벗기면...길고 딱딱한게...뭐냐고 물어 본적이 있었습니다.
영웅 네-뭐라고 답하셨죠?
희숙 그냥 웃었습니다.
영웅 그랬더니요?
희숙 껌이라고 말하며 제가 이혼한 상태임을 빗대어 모욕적인 농담을 하며
혼자 웃었습니다.
영웅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희숙 치욕적이였습니다.
영웅 정확히 뭐라고 말했죠?
희숙 이혼한지 한참되서 이상한 생각을 한 게 아니냐고 사람들 앞에서 말했습
니다.
DIS-
영웅이 대리를 신문한다.
영웅 원고는 그런 농담이 결국 본인이 주장한 성희롱을 유발했다고 생각 안하
십니까?
대리 그건 그냥 농담입니다.
영웅 (서류를 들척이며) 원고는 피고 정희숙씨가 본인을 빗댄 지나친 성적표현
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씀하신 적이있죠?
대리 네...
영웅 먼저 시작한 농담 때문에 피해를 입으셨단 말입니까?
대리 ......
DIS-
영웅이 부장을 신문한다.
영웅 증언을 통해서 피고 정희숙씨가 원고인 대리를 술자리나
기타 회식 자리에 서 춤을 추고 노래할 때 과도한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말씀하셨죠?
부장 네.
영웅 작년 송년회에서 원고 대리와 피고 정희숙씨에게 시키셨던
게임을 기억 하 십니까?
부장 ......
영웅 안주로 나온 한뼘 길이의 과자를 함께 물고 누가 더 많이 입 속에
넣는지 해보라고 하셨죠?
부장 단순한 게임이였습니다.
영웅 그럼, 회식자리에서 벌어진 단순한 춤은 과도한 신체적 접촉이고,
지금 부 장님께서 강요하신 게임은 단순한 놀이란 말씀이십니까?
DIS-
통령이 여증인2를 신문하고 있다.
통령 증인은 문제가 된 회식자리에 함께 있으셨죠?
여증인2 네.
통령 원고 정희숙씨에게 빨리 일어나자고 하셨다는데, 맞습니까?
여증인2 네.
통령 이유가 있으셨습니까?
여증인2 네.
통령 말씀해주십시오.
여증인2 그날...옆자리에 앉은 부장이...제 스커트 사이로...자꾸 손을 넣으려...
하는 바람에...
통령 이 사건의 피고인 부장이 맞습니까?
여증인2 네.
방청객들 웅성거린다.
통령 그때 원고인 정희숙씨는 어떻게 대답하셨죠?
여증인2 곧 있을 재계약건에 대한 확답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령 그럼, 증인은 먼저 일어나셨나요?
여증인2 아니요.
통령 왜죠?
여증인2 저도...재계약건이 마음에 걸려서 참고 앉아있었습니다.
통령 회사내 다른 여직원들에게도 그런 유사한 일들이 있었던 것을 들으신 적
이 있으십니까?
여증인2 몇 달전 부장에게 개인적으로 회식자리에서의 문제를 항의하던 여직원이
이번 재계약에서 제외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령 이상입니다.
DIS-
영웅이 일어나 최종변론을 한다.
영웅 원고 정희숙씨의 성희롱 사건은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신분을 악용한
본사 파견 사원들의 집단적이며 습관적인 성적 모욕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피고인들은 힘없는 계약직 여사원인 정희숙씨를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하여
회사일과 무관한 술자리까지 불러내 성적인 상대로 원고를 대하였습니다.
이제까지 발생한 많은 유사한 일들이 직장을 잃지 않으려는 여사원들의
안타까운 심정에서 감추어졌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판부에서 신중한 판단을 내려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만, 이번 사건은 아직은 힘없는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당당한 직업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입 니다.
55. 빠. 저녁
법촌 식구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령 (축 의자에 늘어져서) 정말 탈진이란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겠다.
장군 나도 이렇게 몸으로 뛴 건 처음이라, 아주 두 손 들었어요.
그런데, 정희숙씨 친구분은 어떻게 결심하신 거예요?
정아 아예, 회사에 사직서를 내셨데.
통령 정말?
영웅 증언하고 나가라는 소리 듣기 전에 나오시겠다고 생각하셨나봐.
장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신데요?
영웅 그렇게 강하게 설득하자고 하더니, 이젠 걱정 되나 보네?
장군 그럼요~
정아 어린이집 보모로 일하실거야.
장군 보모요?
영웅 정희숙씨랑 같이.
통령 그래? 잘됐다!
아니, 그런데 우리도 같이 좀 알자.
니들 둘이 그렇게 속닥거리지 말고.
영웅 지금 다 말씀 드리잖아요.
통령 됐다!
장군 ......
통령 참! 판결땐...나 혼자 갈게.
장군 판결에 가게요?
그냥 사무장한테 결과만 알아오라고 하면 되잖아요.
통령 내가 가고 싶어서.
영웅 그러세요.
장군 좋은 소식 전해줘야해요.
통령 ...그래야지...
56. 통령 고시원 외경. 오전
57. 동 방. 오전
통령이 거울을 보며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고 있다.
떨리는지 길게 숨을 한번 들여 마셨다가 내뱉는다.
58. 법원 앞. 오전
높아만 보이는 법원 건물을 조금은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통령.
통령,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59. 법정. 오후
아무도 없는 법정.
통령이 힘없이 혼자 앉아있다.
낙담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통령.
천천히 전화기를 든다.
통령 어?
울긴...좀 피곤해서...
그래, 늘 이겼지...그런데 오늘은 더 기분이 좋으네...
참, 엄마...얼마 필요하다고 그랬지?
삼백? 내가 엄마 앞으로 오백 보낼 테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이백은 엄마가 마음대로 써.
옷도 좀 사 입고...맛있는 것도 사먹어.
돈 걱정은 하지 말라니까.
앞으로 내가 많이 벌어 줄게...
그래, 엄마...이번 주에 집에 갈게요.
응, 엄마.
통령, 전화를 끊고 일어나 멍하니 법정을 보고 있는데,
영웅이 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영웅 여기서 뭐해요, 다들 기다리는데.
통령 (천천히 영웅을 본다) 그래.
통령, 갑자기 영웅을 확-안는다.
영웅 (웃으며) 어-
통령 고맙다!
영웅 제가 뭘요.
통령 (눈물을 흘리며) 정말 고맙다, 영웅아.
정말 고마워-
모두들 환하게 서로를 보며 웃는다.
DIS-
통령이 우스꽝스럽게 노래를 부르며 신나한다.
통령, 사무장의 손을 잡아끌고 함께 노래를 한다.
DIS-
미라가 아주 귀엽게 노래를 하고 모두 환호성을 터뜨린다.
DIS-
영웅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한다.
(본인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노래중 사랑하는 연인에게 불러줘서 어울리는 노래)
영웅, 정아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노래를 끝까지 부른다.
사무장과 미라 멍하니 영웅을 바라보고, 정아 쑥스러워 하면서도 행복해 하는데,
장군,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술을 마신다.
통령이 그런 장군을 보고, 술을 못 마시게 말린다.
61. 준석 방. 밤
준석이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집어던지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62. 단란 주점. 저녁
일각-
영웅이 잠시 일행들에게서 떨어져 전화를 한다.
63. 윤진 방. 저녁
윤진이 멍하니 침대에 기대 앉아있다.
전화가 울리고, 자동 응답기로 넘어간다.
영웅 진아, 잘 지내니?
...잘 있나 궁금해서...전화했다.
소식...들었는지 모르겠지만...오늘 재판에서 우리가 이겼다.
이젠 리&윤 사람이라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이럴 때 너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했다.
윤진, 전화를 외면하고 앉아 듣는다.
64. 단람주점. 저녁
일각-
영웅 같이 많이 힘들었었는데...이렇게 좋을 때 함께 하지 못해서...
마음에 걸린다...그럼...나중에 또 연락할게.
정아 누구야?
영웅 어?
정아 ......
영웅 응...진이한테 전화해 봤어.
정아 ......
영웅 그래도 고생했었는데, 이럴 때 같이 못하니까...조금 미안해서...
정아 (조금은 마음에 걸리는 정아, 하지만) 그래, 전화 잘 했다.
영웅 들어가자.
미라 아유~그만 좀 티내요.
정아 뭐가?
미라 아까 아저씨 노래 부르는데, 괜히 나까지 얼굴이 화끈 거리더라.
정아 너, 자꾸!
미라, 정아를 피하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65. 화장실. 저녁
미라 노래를 부르며 들어와 먼저 거울을 보는데,
갑자기 미라 뒤로 나타나 거울에 비쳐지는 포주.
미라 놀라 눈이 둥그래지는데, 포주 미라의 입을 막는다.
미라, 발버둥을 치다가 신발이 한쪽 벗겨진다.
66. 단란 주점 입구. 밤
술에 조금씩 취한 법촌 식구들이 나온다.
통령 야! 남자들은 따로 술한잔씩 더하자!
우리 오늘 우리의 사무실 법촌에서 밤새워 한잔 하는건 어떠냐!
장군 좋죠!
영웅 좋습니다!
정아 꽤 들 마셨잖아.
통령 정아 넌 벌써부터 바가지냐?
정아 선배!
...그런데 미라가 아까부터 안 보이네?
사무장 아까 속이 조금 안 좋다고 하더니, 집에 먼저 갔나?
정아 그랬어요?
사무장 네.
정아 그럼 말이라도 하고 가지.
통령 가자! 가!
정아 너무들 마시지 말구요!
사무장 너무 사무실 지저분하게 하지도 마세요!
그리고, 한변호사님은 너무 과음하시면 안돼요.
장군 누구들은 좋겠다!
챙겨 주는 사람들 있어서!
67. 윤진 방. 밤
벨이 울린다.
윤진이 문을 열면 술에 취한 준석이 보인다.
윤진 술깨고 와.
준석, 윤진을 밀치며 방으로 들어온다.
윤진 들어오지 말라구!
준석 너, 기분 좋겠다?
윤진 뭐라구?
준석 영웅이가 이겨서 기분 좋겠다구.
윤진 (기가 막힌다)
준석 그렇지? 너 지금 좋지?
윤진 이럴거면 다 그만둬!
날 가만 두란 말이야!
준석 왜? 다시 영웅이 한테 가게!
내가 그걸 가만 둘 거 같아!
남자 세 사람이 탁자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탁자에 발도 올리고 걸터앉기도 하고-
통령 난 말이다...그래...내가 시험에 7번이나 떨어졌잖아...
계속 떨어지면서도...시험만 붙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공부했다.
시험만 붙으면 내 인생은 확-펴진다.
난 성공한다.
그래서 엄마 아빠 내 동생들까지 나 하나 때문에 고생하는거 알면서도
못본척...시험만 붙으면 다 갚아 준다...그렇게 버텼다.
(쓸쓸하게) 그런데...그게 아니였어.
시험에 붙었지만...그건 아무것도 아니였다구.
재판마다 지고...받아주는 사무실도 없고...내가 개업할 형편은 안되고...
내가 정말 변호사에 왜 그렇게 매달렸는지도 모르고 10년을 허비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장군 나도...내가 왜 변호사가 됐는지 아직도 잘 몰라요.
통령 그런데 말이다...이제 알 거 같아...
난...말이다...
(목이 매어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난...말이다...
장군 아~남자 정말!
통령 넌 임마 몰라!
아까 희숙씨가 고맙다고 하는데...
의뢰인한테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는 게...이렇게 행복한 건 줄 몰랐다.
나한테 고맙다고 했다구.
영웅 형은 고맙다는 말, 들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통령 (눈물을 닦아 내며) 애~이씨~
장군 나도...일 같은 일 한 거 같아서 기분은 좋으네요.
영웅 정말?
장군 하지만, 이런 일도 이젠 그만이예요.
제발 앞으론 사무실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 좀 하자구요.
얼마나 뛰어 다녔는지, 밤만 되면 발이 다 아퍼.
영웅 (웃는다)
69. 정아 방. 밤
정아가 어두운 방에 들어온다.
정아 벌써 자?
정아, 불을 켠다.
그러나, 미라가 없다.
정아 미라야! 미라야!
70. 산속. 밤
포주와 다른 남자 두명이 미라를 나무에 묶어 놓고 협박을 한다.
포주 니가 정신이 나갔지?
너한테 쏟아 부은 돈이 어딘데!
미라 그 돈 해줄게. 해주면 되잖아.
포주 어쭈!
포주, 미라의 뺨을 세차게 친다.
포주 니가 아주 간댕이가 부었구나?
미라 내가 돈 벌어서 갚는다구.
다시 날아오는 주먹.
포주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차려!
미라 정말이예요.
다 갚을테니까, 제발...제발 이대로만 살게 해주세요.
포주 너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나본데?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거야. 응?
미라 제발 살려주세요.
포주 너 안죽여.
니가 얼만데 널 죽여.
너 바로 섬으로 들어가게 되 있어.
미라 (미라 서럽게 서럽게 울음을 터뜨린다) 안돼요! 아저씨!
제발...제발 살려주세요.
포주 오늘 한번 니 잘못을 아주 깊이 생각해봐라.
그리고도 반성을 안하면 그땐 정말 재미없다!
가자!
미라 (겁에 질려) 저기요! 저기요!
포주와 남자둘 미라에게서 멀어져 간다.
미라 공포에 질려 어찌 할 줄을 모른다.
71. 영웅 사무실. 밤
다들 잠에 빠져있다.
장군과 통령은 쇼파에서 서로 안고 잠이 들었다.
영웅, 의자에 기대 잠이 들었다가 전화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