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1시간 ‘인스타 핫플’…차타고 넘어가는 영흥·선재도
영흥대교 야경. 다리 건너편이 선재도다. 영흥도와 선재도는 차를 타고 들어가는 섬이다.
가까운 섬이지만, 두 섬이 빚어내는 풍경은 이국적이고 이채롭다.
10년 전만 해도 여행 정보를 얻는 가장 유력한 창구는 포털 사이트였다.
맛집을 찾든, 숙소를 찾든 일단 검색창부터 열었다. 지금은 아니다.
SNS 인증사진이 우리의 여행 계획을 좌우한다. 요즘은 여행지를 물색할 때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부터 검색한다. 바야흐로 ‘인스타 핫플(인스타그램 핫 플레이스)’ 전성시대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코앞에 인스타 핫플로 가득한 섬이 있다. 영흥도와 선재도다.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건너면 선재도고, 선재도에서 영흥대교를 지나면 영흥도다.
서울시청에서 선재대교까지 74㎞. 자동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인생샷 성지에 진입한다.
영흥도·선재도는 인천 섬이다.
대부도 앞섬인데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이 두 섬 주소다.
인천 섬으로 떠나는 두 번째 여행은 영흥도와 선재도로 떠나는 핫플 헌팅이다.
영흥도·선재도는 인천시에 속하지만, 거리두기는 2단계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될 때,
인천시 옹진군·강화군의 섬들은 2단계가 유지됐다.
갯벌과 해변
선재도의 랜드 마크 목섬. 간조에 맞춰 드론을 띄웠다.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끝이 안 보이는 갯벌이 드러났다. 바지락과 동죽이 이 갯벌의 주인이다.
차를 타고 들어가도 영흥도와 선재도는 섬이다. 하여 사방이 바다다. 섬이 바다와 만나는 접점은
해변이거나 갯벌일 텐데, 영흥도와 선재도는 서해의 여느 섬처럼 갯벌이 발달했다. 특히 선재도 갯벌은
예부터 바지락으로 유명하다. 선재도 출신인 백동현 옹진군의회 의원의 설명이다.
“선재도 목섬 주변이 죄 바지락 밭입니다. 100만㎡ 정도 됩니다.
선재도 갯벌이 국내 바지락 면허 어장 제1호였습니다. 시화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 달에 바지락 150톤을 일본에 수출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요. 그래도 선재도 하면 바지락입니다.”
선재도 목섬 앞 갯벌은 어촌체험장으로 운영된다. 트랙터를 타고 갯벌에 나가 바지락이나 동죽을 캐 온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주말 하루 1000여 명이 갯벌에 들어와 바지락과 동죽을 캤다.
목섬 주변 갯벌은 현재 체험장으로 운영된다. 선재도 어민들은 목섬 너머 먼 갯벌로 나가 작업한다.
목섬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동죽, 왼쪽은 바지락 캐기 체험장이다. 1인 1만2000원(장화 대여비 포함)이면
트랙터 타고 갯벌에 나가 동죽이나 바지락을 한 바가지 가득 담아온다.
엄승종(59) 선재어촌계장은 “주말이면 하루에 1000명 넘게 왔었는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자 하루 200명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영흥도의 대표 음식 바지락칼국수.
영흥도와 선재도가 바지락 섬이라는 건, 길거리 식당 간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림잡아 식당 세 곳 중 두 곳은 바지락칼국수집인 듯싶었다. 그만큼 많다. ‘영흥도 바지락해물칼국수’에서
바지락칼국수를 먹었는데 주인이 갯벌에서 잡아 온 바지락을 쓴다고 했다. 작지만 탄력 있는 조갯살이
기분 좋게 씹혔다. 바지락고추장찌개도 먹어봤다. 영흥도 ‘하늘가든’의 허복순(66) 대표가 개발한 메뉴로,
흔히 ‘짜글이’라 불리는 돼지고기 찌개처럼 국물이 자작했다. 그냥 떠먹는 것보다 바짝 졸인 국물에 밥을
비며 먹는 게 훨씬 나았다.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의 데크로드.
십리포해수욕장의 대표 놀 거리. 바다에선 모터 보트가 달리고, 해변에선 깡통 기차가 달린다.
영흥도·선재도 해안에 질퍽거리는 갯벌만 있는 건 아니다. 고운 모래 깔린 해수욕장도 있다.
영흥도 북쪽 해변의 십리포해수욕장과 장경리해수욕장이다. 아무래도 십리포해수욕장이 시설이나
규모에서 윗길이다. 바다 위로 난 데크로드를 걸어도 좋고, 모터보트를 타고 바다를 달리거나
깡통기차를 타고 백사장을 질주해도 좋다. 서해치고 바다가 푸르러 제법 해수욕 기분이 난다.
150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사나무 군락지도 분위기가 그윽하다.
핫플 순례
영흥도와 선재도는 인스타 핫플로 통하는 카페와 펜션이 수두룩하다. 사진은 선재도 드무리 해변에 있는
퀸스 비치 글램핑 펜션 전망대. 앞에 보이는 섬이 딴드무리섬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섬이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핫플 성지를 순례할 차례다. 영흥면사무소에 따르면 영흥도·선재도에는 카페 30여 곳과
펜션·민박 160여 곳이 있다. 이 중에서 인천관광공사와 영흥면사무소의 추천을 받아 인스타 핫플 일곱
곳을 추렸다.
선재도 인스타 핫플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뻘다방'. 카페를 쿠바와 남미의 해변 리조트처럼 꾸몄다.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일 먼저 소개할 핫플은, 주말이면 선재대교 진입로부터 차량 정체를 일으키는 주인공 ‘뻘다방’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수가 6만9000개가 넘는다. 영흥도·선재도 인스타 핫플의 지존이라 할 만하다.
2012년 CNN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 1위로 꼽은 목섬이 내다보이는 자리도 명당이지만, 뻘다방의 인기
요인은 이국적인 인테리어다. 카리브해 해변이 연상되는 인증샷 포인트로 빼곡한데, 실제로 주인이
남미 여행의 경험을 되살려 카페를 꾸몄다고 한다. 2018년 개장했다.
선재도의 또 다른 명물 카페 '쌍곰다방'. 쌍곰다방의 테마는 뉴트로다.
선재대교 아래에 있는 ‘쌍곰다방’도 일부러 찾아가는 카페다. 쌍곰다방의 테마는 뉴트로다.
옛날 다방처럼 꾸민 까페를 통성냥·삐삐 같은 1980∼90년대 소품이 꽉 채웠다. 부모 세대가 앉았을 법한
다방 의자에 MZ세대가 앉아 수다 떠는 장면이 되레 낯설었다. 아이들이 여러 번 사고를 쳤는지,
아이들은 출입 금지다.
선재도 중국집 '복건성'의 업진살짬뽕. 경상도식 국밥처럼 국물이 얼큰하고 묵직하다.
쌍곰다방 가는 길의 중국집 ‘복건성’은 주말 나들이객이 알아서 소문 내준 명소다. 섬 중국집이니 해물짬뽕이 강하겠다 싶었는데,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의외로 고기짬뽕이다. 소 뱃살인 업진살을 듬뿍 넣어 업진살짬뽕이라 한다. 국물을 떠먹으니 경상도식의 얼큰한 소고기국밥이 생각났다. 점심때 1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퀸스 비치 글램핑 펜션. 해안에 글램핑 텐트형 독립 숙소가 줄 지어 있다.
선재도 북쪽 끄트머리엔 2017년 개장한 ‘퀸스비치 글램핑 펜션’이 있다. 드무리 해변에 바투 붙은 펜션이자
카페로, 글램핑 텐트처럼 꾸민 독립 숙소가 인기가 좋다. 조성원(52) 대표는 “코로나 사태 전보다 오히려
손님이 더 많다”고 말했다. 카페 바깥의 딴드무리섬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인증샷 포인트다.
영흥도의 풀빌라 펜션 '보헤나'. 객실마다 통유리창과 개인 풀이 있다.
영흥도에는 하룻밤 숙박비가 68만원인데도 주말이면 빈방이 없다는 풀빌라 펜션 ‘보헤나’가 있다.
9개 객실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통유리창과 개인 풀이 있다. 펜션 보헤나 옆 카페 ‘코세드’도 인스타
핫플이다. 주인이 같다. 두 곳 모두 지난해 9월 개장한 신흥 핫플이다. 십리포해수욕장 오른쪽 해변의
‘하이 바다’는 제주도풍의 카페다. 야외 좌석 사이에 돌담을 쌓았고 야자나무로 분위기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