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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용산역 KTX 고속열차 대합실 내경-유기섭 수필가님과 시인 김윤자, 우리 문인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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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에서 쾌속선 승선
고속열차가 목포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50분, 용산에서 약 3시간 30분 소요되었다. 남도의 낭만이 깃든 도시다. 꼭 한 번 와 보고 싶은 도시였기에 나의 발길은 행복하다.
유달산이 보이고, 그리 화려하지 않은 도심의 풍경이 정겹다. 30여년전 교직에 재직시, 미스 교사 모임에서 홍도에 가기 위해 왔다가 풍랑으로 배가 출항하지 못하여 유달산만 보고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이국적인 향기에 젖는다.
목포역에 마중 나온 안내원이 우리 일행을 싣고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했고, 해물찌개로 풍성한 대접을 해 주었다. 음식맛도 좋고, 인심도 좋고 맛있게 잘 먹었다.
목포여객터미널로 가서 홍도에 가는 쾌속선 남해프린스호 오후 2시 배에 승선했다. 시속 60km로 미끄러지듯 바다를 평온하게 달려나간다. 300명 정도 가득찬 배 안의 풍경은 비행기보다도 장엄하다. 폭도 넓고, 매점, 급수대, 화장실, 공중전화까지 실로 놀라운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간다.
사진:목포항에서 홍도행 쾌속선 남해프린스호에 승선하며-두손을 높이 든 큰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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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금도와 흑산도 승객 하선
파고가 1∼2m로 상당히 평온한 바다이기에 배멀미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출렁이지도 않고 육로와 별 차이없이 달려간다. 목포에서 50분 지나자 비금도에 도착했다. 지금 가고 있는 홍도는 신안군 부속 섬이고, 신안군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행정구역이라서 지금 좌우 선창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아롱진다.
비금도에 배가 정차하자 섬과 섬을 잇는 높고 긴 해상 교량이 살아 일어선 생명처럼 바다에 튼튼한 기둥을 박고 늠름한 기상으로 서 있다. 비금도 승객이 하선하고, 배는 다시 출항한다. 이제 흑산도로 떠난다. 흑산도는 아주 큰 섬이다. 흑산도에 가는 동안도 부속 섬들이 보이다가, 잠시 바다만 보이다가, 다시 도착할 무렵 넓고 큰 섬들이 펼쳐진다.
흑산도 가는 해로에서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다시 보고, 제법 큰 흑산도에서는 대부분의 승객이 하선한다. 텅빈 배 안, 이제 종착지 홍도를 향해 달리고 있다.
사진:목포에서 타고 승객을 비금도에 내려주고 홍도로 떠나는 남해프린스호.섬과 섬을 잇는 긴 해상 교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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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도착
흑산도에서 조금 더 가니 섬은 끊어지고 망망대해, 한 가득 물만 시야를 가득 채운다. 목포에서 115km 서해로 떨어진 위치에 머무는 홍도, 그곳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서쪽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섬이기에 그 기대감은 상당하다. 비취빛 바닷물이 인상적이다.
오후 4시 20분, 홍도에 도착했다. 햇살이 눈부신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역시 안내원이 나와 우리 일행을 데리고 숙소로 갔다. 광성장 장급 여관이다. 물이 귀한 섬이다. 지하 암반수라서 변기의 물은 아예 나오지 않고, 물줄기도 약하다. 그런 미숙한 지역사정도 여행의 묘미다.
여장을 풀어 놓고 자유 관광 시간을 즐겼다. 아담하고, 순수한 도시 홍도, 보이는 것이 모두 신기하다.
사진:홍도에 도착하여 숙소로 가는 길.우리가 타고온 쾌속선 남해프린스호가 정박한 홍도항과 시가지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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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초등학교
숙소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 골목 끝에서 홍도 초등학교를 만났다. 분교인데 운동장과 학교 건물이 덩그라니 앉아 있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생각보다 외롭지 않은 학교다.
이런 낙도에 학교가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나는 전직 교사다. 교문 팻말에서 나는 이미 반사적으로 이끌려 학교에 들어왔다. 세종대왕 동상과 태극기가 휘날리며 교육의 지침이 되고 있다. 놀이 기구도 세련되어 있고, 운동장에 잔잔한 돌멩이가 많다는 것 외에는 육지의 어느 시골 초등학교와 다름 없다.
우측으로 깃대봉 큰 산이 학교를 보듬는다. 높고 푸르러 바라보는 눈시울이 아득하다. 아이들이 소수일지라도 교육은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음이 증명되는 대목이다. 언덕 위, 산자락에 오롯이 선 학교를 한 바퀴 돌며 느낀 나의 가슴은 뜨거운 회억으로 출렁였다.
비록 나는 교단을 떠났지만 나의 뒤를 이어 고등학교 교단에 선 나의 큰 아들이 대견스럽고 장하다. 지금 나와 함께 교정을 걷고 있다. 교사라는 직함이 어떤 것인가. 나라의 기둥을 만들고, 굳건히 박아 국가를 이끌어가는 희망둥이를 키우는 영롱한 직함이 아닌가. 이곳에 근무하는 교사도 그런 사명감으로 홍도의 빛을 키우리라. 더욱 훌륭한 학교가 되길 빈다.
사진:홍도 해수욕장 가는 길 언덕 위에 있는 홍도 초등학교 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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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해수욕장
돌만 가득한 해변인데, 홍도 초등학교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는 어느 명화 한 장 떼어다 놓은 절경이다. 양쪽에 날개처럼 안온하게 보듬한 산이 해수욕장을 지키고 있다. 큰 파도와 풍랑의 울음을 다 막아 줄 것 같은 든든함이다.
조금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내려오니 외객을 위한 횟집들이 즐비하다. 유람선을 타는 부두가 기다랗게 중앙에 놓여 있고 그 끝에서 포크레인이 공사 중이다. 휘날리는 먼지조차 아름다운 생명으로 느껴질만큼 고독한 해변이다.
낙조가 아름답다 하여 바닷가 돌밭에 앉아 기다렸다. 몽돌과는 다른 타원형의 크고 작은 돌들이 대부분 붉은 빛을 띄고 있다. 물이 닿는 부분에 위치한 돌에는 파래가 새파랗게 자라고 있다. 사람의 들고 낢이 적음을 드러내는 모습이며, 해변까지 청정한 영역임을 외치는 함성이다. 바다가 있는 곳, 대천이 고향인 나는 향수에 촉촉이 젖어 눈과 귀를 크게 열고 바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스킨 스쿠다이버 두 명이 오르락 내리락 고운 풍경을 더해준다. 연습하는 사람들이다. 홍도를 찾아온 사람들이 발걸음을 쌓을 뿐 늘 고독을 물고 사는 바다, 해질녘 정적이 드리운다. 일몰을 기다리는 몇 사람만이 남고 다 떠난 바다, 여전히 푸른 눈망울이다.
해는 왼편 산 위에 있다. 금방 바다로 내려앉을 것 같은데 그 움직임이 육지보다 훨씬 느리다. 시간이 지나도 위치에 큰 변화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 가고, 우리도 산 아래 해변을 돌아보고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멀리서 바라본 산은 아름다운 바위와 푸른 식물이 이루어낸 비경이더니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 산은 또 다른 비경이다.
홍도 해수욕장에 돌이 가득한 이유를 산은 알고 있다. 제 살점 깎아 이루어낸 해변이다. 아름다운 조화, 아름다운 신비가 발목을 잡는다.
사진:홍도 해수욕장.모래 대신 동글게 다듬어진 크고 작은 돌무리가 한가득-큰아들(고등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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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상절리 절벽의 산
홍도 해수욕장 왼편으로 동그랗게 산이 감싸 안은 해변을 거닐어 보고 저녁 식사하러 가자고, 그곳으로 갔을 때 놀라운 절벽의 산을 만났다. 부두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바위가 아름답고 그 사이 파란 식물들이 생명을 내려 비경이라는 느낌만 받았는데 가까이에서 본 산은 두려울만큼 살아 움직이고 있다.
주상절리의 산, 어느 조각가의 손으로 결을 따라 조각해 놓은 듯한 산은 아직도 바윗덩이가 떨어져 내려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깎아지른 절벽 아득한 꼭대기에서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 같은 바위산이 장관이다.
산 아래에 해변에 뚝 떨어진 두 덩이의 바위가 앉아 있다. 거친 모습으로 보아 근시대에 내려앉은 듯하다. 신비로운 우주의 작품이다. 홍도 해수욕장이 돌로만 가득 채워진 것도 이 산 앞에서 답을 얻었다. 한점 모래가 없이 돌덩이가 드러누운 것은 지각 변동 혹은 무서운 해풍으로 바위가 떨어지고, 파도가 달려와 다듬어 놓은 오랜 세월, 자연의 순수한 작품들이다.
산이 제 살점 깎아 이루어 놓은 홍도 해수욕장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살아 숨쉬고 있다. 해는 아직도 산 위에 머물러 있는데 사람들은 다 떠났다. 우리도 아쉬운 걸음으로 돌아섰다. 산기슭을 타고 흐르는 빛은 바다 위에서 영롱하고, 저 해가 수평선에서 잠들 때 산도 바다도 함께 고운 빛으로 잠들리라.
사진:홍도 해수욕장 주상절리의 산과 뚝 떨어져내린 바윗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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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성 횟집
홍도 해수욕장 해변에 있는 식당으로 저녁 식사를 한 곳이다. 광성장 여관에 여장을 풀고 언덕길을 넘어가, 홍도 해수욕장과 바위산을 타고 넘어가는 낙조를 보며 우럭 매운탕을 먹었다.
넓은 유리창문으로 가득 달려오는 바다와 빠알갛게 하루를 접는 태양이 한 폭의 수채화다. 음식도 맛있지만 풍경은 더욱 아름답다. 작은 섬 홍도, 외객의 걸음으로 살아가는 고독한 섬, 그래서 조금은 식당의 메뉴가 한정되고, 비싼 값으로 설정되어 있어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 회와 매운탕 이외의 식단은 찾기 힘든 섬이다. 해물탕을 주문했으나 이곳은 조개나 소라 같은 해물탕거리가 잡히지 않아 끓일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매운탕은 맛있었다.
해는 수평선 위 구름 속으로 빠지고, 그때쯤 우리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광성장으로 향했다.
사진:홍도 해변의 광성 횟집.우럭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아름다운 일몰도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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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자가용
다시 언덕을 넘어 숙소로 올 때 오토바이를 개조한 차를 만났다. 앞부분은 바퀴도 하나고 오토바이 형상인데, 뒷부분은 바퀴가 네 개인 데다가 사각형의 상자모양을 달아 사람과 짐을 싣고 달린다.
나는 무심코 '홍도 자가용' 이라고 불렀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좁고 가파르고, 거친 섬의 길을 다니기에는 더없이 어울리는 자가용이다. 자동차가 없고 집집마다의 가게 상호를 새기고 달린다. 주로 여관과 겸하여 운영하는 식당 상호다.
담장 곁에, 집 앞에, 부둣가에 주차해 둔 모습이 육지의 자가용과 흡사하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홍도 자가용은 이곳 주민들의 소중한 교통수단이다.
사진:홍도 자가용.좁은 도로 사정으로 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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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성장 여관
홍도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여관이다. 장급 여관으로 홍도에서는 그래도 상류 여관인데 육지의 민박집 수준이다. 물 사정이 좋지 않아 변기의 물은 아예 나오지도 않고, 바닥에 대야를 놓고 졸졸 나오는 물을 받아서 닦았다. 이미 알고 왔기에 다 이해가 가는 일들이다.
그런데 방바닥이 아주 따뜻했다. 온 방이 다 뜨끈하여 지친 몸이 사르르 녹는다. 바위 계단으로 오른 별관 307호, 우리의 방은 아련한 옛 온돌방 추억이 그윽한 낭만의 방이다. 남편도, 아들도, 나도 이런 풍의 분위기를 좋아하기에 아름다운 밤이다.
TV도 잘 나온다. 목포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전파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라서 다양하진 않으나, 그래도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음악채널이 있어 좋은 노래를 듣기도 하고, 뉴스도 보고 그랬다. 바다 가운데 뜬 작은 섬에서 골고루 방영되는 방송들이 대견스럽고 소중했다.
여행 중 잠자는 숙소, 또한 후일에 큰 추억으로 남는 곳이다. 명소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의 숙소는 새로운 신비로 그 지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세 식구가 편안히, 우리 집처럼 머문 광성장 여관은 홍도의 향기가 물씬 배어 있다.
사진:언덕 위 광성장 여관 전경.홍도의 주택과 상가 건물은 대부분 비탈진 곳에 지어져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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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4일 일요일 홍도 자유관광. 유람선 일주
홍도의 아침, 깃대봉, 어시장, 자생난 전시장, 동백숲, 홍도 해수욕장의 돌김과 가시리, 홍도의 개 〔홍순이〕, 홍도 유람선 일주, 선상 포장 마차, 흑산도행 남해스타, 흑산도 도착, 흑산도 육로관광 일주, 보영장 여관
* 홍도의 아침
새벽 4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어제 서울에서 홍도까지 먼길을 오느라 고단하여 꿀잠을 잤다. 방은 아직도 참 따뜻하여 좋다. 복도에 마련된 정수기 생수를 받아다 먹고, 오늘 낮에 필요한 물도 패트병에 받았다. 물사정이 어려워도 식수는 넉넉하다.
아침 식사는 7시에 여관 1층 식당에서 하고 11시 30분까지 자유관광을 한다. 여러 가지 생선을 넣고 끓인 생선찌개가 맛있다. 인심도 좋아 밥은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반찬도 넉넉하다.
식사 후 나와서 바라본 홍도항은 평온하다. 바다도 잔잔하고 정박한 배들도, 포구의 길도 고요하다. 아침해가 우람한 산에서 빛을 발하며 넘어오고 있다. 육지에서 맞는 풍경과는 다르다. 상큼한 하늘과 바다, 아담한 홍도 시가지가 정겹다.
사진:홍도의 상큼한 아침-모닝커피로 하루를 여는 수필가 유기섭님과 시인 김윤자 우리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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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대봉
홍도에서 가장 높은 산을 깃대봉이라 부른다. 정상 봉우리까지는 해발 326m, 꽤 높은 산이다. 홍도항에 배가 들어올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우람한 산이다. 넓고 높게 분포하여 그 위용도 대단하다.
해가 깃대봉 너머에서 솟는다. 조식 후 홍도초교 뒷길을 따라 산에 올랐다. 입구에서부터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오르면서 바라본 홍도시가지와 홍도항과 홍도 해수욕장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동화 속 선량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성스러운 풍경이다.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바위까지만 갔다. 더 높이 오르려면 나무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산을 보는 것보다 바다를 보는 것이 더 좋아 바위에 앉아 눈 앞, 죄우로 전개되는 비경에 한동안 취했다. 신선이 된 듯 모든 것이 비워지는 가벼움, 그래서 여행을 삼년만 하면 난치병도 고친다고 하는가보다.
홍도 어시장에 가고자 아쉬움을 접고 하산했다. 붉은 흙이 홍도라는 지명을 탄생시킨 연유를 읊고 있다. 산 옆구리 터진 살빛이 육지의 흙과는 다르다. 물들인 것처럼 붉다. 돌과 바위도 함께 붉다. 빨간 잎을 피우는 식물도 꽃처럼 붉다. 신기한 땅, 신기한 풍경이다. 해는 어느덧 깃대봉을 넘어 고운 빛을 바다에 깔고 바다의 소산물로 생을 영위하는 홍도 주민들은 어시장을 열기 위해 분주하다.
사진 1:깃대봉 바위에서 바라본 좌편의 홍도항과 도심 풍경 사진 2:깃대봉 바위에서 바라본 우편의 홍도해수욕장 등대와 깎아지른 절벽의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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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시장
어느 섬이나 다 그렇듯이 홍도항 주변은 모두 어시장이다. 물 좋은 생선과 건어물, 해조류가 가득하다. 그 집이 그 집이고, 그 물건이 그 물건인데, 길손은 끊임없이 이리저리 옮기며 보고 또 본다. 가장 눈을 끄는 것은 전복이다. 홍도의 특산물이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청정해역이기에 미역, 김, 다시마도 풍성하다. 건오징어도 싸고 모두 도시보다는 싼 값이다. 하지만 홍도 유랍과 흑산도 관광이 있어 사지는 않았다. 짐 관리가 힘들어 흑산도에 가서 사기로 하고 바다의 향기를 맡기만 했다.
사진:홍도의 어시장 싱싱한 해물 앞에서 남편과 큰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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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생난 전시장
동백숲 아래,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둔덕에 집을 지어 놓고 홍도에서 자생하는 난을 전시해 놓았다. 주로 바위를 타고 사는 난들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잎과 꽃을 피운다. 물도 흐르고, 그들이 살기에 족한 전시장은 홍도의 축소 산녘이다.
해풍이 지나가며 키 높이를 줄여놓은 식물들, 그러나 딱 벌어진 가슴이 다부지다. 바위에 하얗게 뻗어나간 뿌리가 통통하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대를 이어 형성된 삶의 모습이다. 말하지 않아도 난의 눈과 사람의 눈이 하나되어 아름다운 향기가 교류한다.
사진:홍도의 자생난 전시장.돌과 바위 틈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사는기묘한 난을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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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숲
겨울 해풍을 맞아야 꽃을 피운다는 동백은 홍도의 땅과 바다가 만나는 끝점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른 봄에 붉은 꽃등으로 세상을 밝히고, 5월에는 짙푸른 잎사귀로 세상을 밝힌다. 몸통도 반들반들, 잎도 반들반들, 정갈한 여인의 자태다.
초입에는 늙은 후박나무가 허리를 옆으로 길게 늘이고 기묘한 형상으로 시선을 모은다. 그래도 행복하여 웃고 있구나. 너처럼 살다 가야겠구나. 위로 자라지 못할 때는 옆으로 자라고 희망이 잘려도 땅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노년을 가르치고 있다.
당터와 전망대, 산책로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숲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니 동그랗게 공간을 만든 동백 나무 사이로 섬과 바다가 한 폭의 명화로 앉아 있다.
나 홀로 앉아, 나와 그 풍경을 담은 사진 역시 비경의 명화다.
그리 넓지 않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시간이 적게 소요되어 숲 속 나무 의자에서 깊은 호흡으로 동백 향기를 마셨다. 올라올 때는 더웠는데 신선한 공기로 서늘하다. 깃대봉과 마주하여 반대편에 있지만 홍도 시가지가 손바닥만 하여 바로 눈 앞에 모여 있다. 신안군 관리사무소를 지나, 홍도 1지구 관리소를 지나 우리는 다시 홍도 해수욕장으로 갔다.
사진:홍도 동백숲 전망대에서 비경의 바다를 바라보며-시심에 젖은 시인 김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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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해수욕장의 돌김과 가시리
아침의 해변을 보러 다시 찾은 홍도 해수욕장에서 보물을 만났다. 어제는 왼편으로 걸어갔기에, 오늘은 오른편으로 거닐어 보자고 방향을 잡았는데 크고 작은 돌과 바위에 해조류가 싱싱하게 붙어 있다.
나는 대천 바다에서 나고 자랐기에 바다에서 자라는 것들을 날로도 잘 먹는다. 김과 파래, 그 사이에 이름 모를 길쭉한 해초가 붙어 있어 따서 먹으니 '톡' 하고 터지며 바다 향기가 입 안에 가득 고인다. 아까 어시장에서 이 해초를 말려 팔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마음놓고 한줌씩 뜯어먹고 있다. 돌김도 따서 씹으니 말렸을 때와는 다르게 독특한 맛으로 신비로움을 준다.
얼마나 바닷물이 깨끗하면 해변의 자갈밭 돌에까지 해조류가 살까. 미끄러워 조심조심 움직이며 비닐봉투에 따서 담았다. 1시간 정도의 시간 밖에 허락되지 않아 몇 줌 따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얻은 기쁨은 한 소쿠리다.
그 길쭉한 갈색 해초가 무엇일까 궁금하여 광성 횟집 여인에게 물었더니 '가시리' 란다. 외모보다 향기로 아름다운 이름이다. 우리는 '가시리'를 되뇌리며 웃고 또 웃었다. '가시리 가시리있고... 나만 바리고 가시리잇고...' 고어풍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왔다. 행복한 바다에서 행복한 보물을 얻었으니 얼마나 큰 행복인가.
사진:홍도 해수욕장 무공해 청정 해역의 돌김과 가시리-아름다운 해초 앞에서 본인 김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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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의 개〔홍순이〕
하얀 털, 하얀 얼굴, 하얀 천사 홍순이가 홍도의 아름다운 몸매와 심성을 머금고 있다. 주인 여자를 따라 목줄을 걸고 홍도 해수욕장 부두를 거닐던 홍순이는 외객에게도 따스한 눈빛이다. 사람들의 디카 속에 담기고 또 담기고, 그때마다 멋진 포즈로 행복한 홍순이다.
해변에서 헤어져 도심으로 넘어오는 언덕에서 다시 만났다. 나의 큰 아들은 동물을 무척 사랑한다. 빨간 벽돌 집 앞에 매어 놓은 홍순이에게 다가가 쓰다듬고 사랑을 준다. 어떤 개든지 금새 아들과 친해지는데 홍순이도 어김없이 아들에게 안긴다.
참으로 아름다운 정경이다. 홍순이는 오래도록 우리의 기억 속에 남으리라. 디카에 담았으니 그 모습도 영원히 함께 남으리라.
사진:홍도 해수욕장에서 만난 홍도의 개 [홍순이]-개를 유난히 좋아하는 큰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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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유람선 일주
광성장 숙소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12시 30분 홍도 유람선을 탔다. 노란색 썬플라워호가 날렵한 몸매로 홍도항에 들어오고 홍도의 핵심 관광 코스인 홍도 섬을 일주하기 위해 승선한 것이다. 배는 곧바로 동백숲 쪽으로 나아가고 우측으로 바위 비경이 이어진다.
원숭이 바위, 부부 바위, 제비 바위, 독립문 바위, 거북 바위, 다람쥐 바위 등등 무수한 바위들이 홍도를 에워싸고 있다. 떨어져 버린 바위와 떨어진 자리가 이루어낸 양과 음의 작품이 명작이다. 카메라를 대기만 하면 걸작 풍경화다.
기묘한 바위 행렬과 푸른 바닷물이 어우러진 자연은 말과 글로는 형언키 어려울만큼 아름답다. 모두들 감탄의 소리로, 감탄의 눈으로 세상과는 먼 거리에 온 자연인이다.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깎아지른 주상절리 바위가 하늘을 날 듯이 나도 하늘을 난다.
2시간 40분 동안 바다에서 본 비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고,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정의를 내렸다. 훌륭한 자연 유산이며, 홍도의 보고, 아니 대한민국의 위대한 보물이다. 이곳을 세계 관광 단지로 이끌 수는 없는가. 육지에서 좀 멀지만 한국인만이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명소다. 누가 날더러 홍도가 어떤 곳이냐 물으면, 생시에 꼭 한번 다녀오라고 말하리라. 홍도의 진주는 유람선에 있다고 전하리라.
사진:홍도 유람선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의 바위 앞에서 우리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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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상 포장마차
홍도 유람선을 타고 유람 중 잠시 내려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고, 홍도의 순진한 땅을 밟아보고, 다시 유람선에 승선하여 산기슭을 돌아가니 우리의 배를 기다리는 선상포장마차 두 척이 있었다. 한 척이 우리의 배 곁에 바짝 붙어 묶어매고 회와 두부를 판다. 즉시 살아있는 생선을 잡아 회로 떠 준다.
두 남자의 손이 분주하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주문하고 붉은 고추장에 생선살점이 젖는다. 스치로플 박스에 와글거리던 물고기가 많이 줄어 들었다. 어찌보면 흉측한 장면이지만, 이것이 홍도의 생업이라면 훌륭한 장면이다.
뒤따라 들어오는 유람선이 우리의 배 뒤에서 빙빙 돌며 대기 중이다. 꼭 중국 장가계 보봉호수의 산 절벽 오붓하고 깊은 물목에 정박하여 이루어지는 상업이다. 급히 서둘러 우리의 배가 나가고 새로운 배가 그 자리에 들어가자 또다른 한 척의 포장마차가 아까처럼 다가간다.
독특한 체험이다. 외객의 돈이 홍도에 전해지고, 만선보다 배부른 걸음으로 돌아가는 어부의 굽은 등이 빛나고 있다.
사진:홍도 유람 중 바다에서 만난 선상 포장마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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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행 남해스타
홍도 섬을 완전히 일주 유람한 후 다시 홍도항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12시 30분부터 오후 3시 10분까지 총 2시간 40분을 바다에서 보내고 또 3시 50분에 떠나는 쾌속선 남해스타에 승선하여 흑산도를 향해 출발했다. 목포까지 가는 여객선인데 흑산도까지는 30분이 소요되고, 우리는 흑산도 여행을 위해 그곳에서 내린다.
홍도에 올 때는 남해 프린스호, 이번에는 남해스타호, 배 이름이 참으로 곱다. 이름만큼 우아한 질주로 바다 위를 곱게 달린다. 파고가 낮아서일까. 전혀 요동침 없이 고요히 달린다. 그래, 너는 남해스타다. 비행기보다 너른 땅 모양의 평평한 공간에 300명 정원의 손님을 싣고 식수 급수대, 공중전화, 매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다 갖추어 놓았으니 1,2층에 나누어 탄 배 안의 사람들은 행복해 한다. 강아지도 주인과 함께 의자에 앉아 즐거워한다.
바닷물이 튀어올라 유리창이 뿌연 관계로 바깥 경치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가까이, 때론 멀리 섬이 지나간다. 등대도 지나가고 산기슭에 농사짓는 장면도 지나간다. 가두리 양식장도 보인다. 남해스타는 흑산도에 도착하고, 우리는 하선했다.
사진:홍도에서 흑산도까지 타고 온 쾌속선 남해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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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 도착
신안군은 모두 섬으로 구성된 군이다. 820개 섬이고 그 중에서 가장 큰 섬이 흑산도다. 홍도 역시 흑산도에 속한 부속 섬이다. 흑산도는 시가지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홍도와는 다르게 넓게 자리한 도심이 제법 화려하다. 우선 평평한 땅에 상가와 민가 건물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흑산도항에 내렸을 때 '흑산도' 라는 돌비가 길손을 반긴다. 항구의 바다 풍경이 어느 외국에 온 득 아름답고 웅장하다. 우리 나라, 참 아름다운 나라다. 세계 곳곳을 여행해 보았지만 산과 바다의 비경은 그 어느 나라 못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우리를 마중나온 안내원을 따라 보영장 여관에 가서 여장을 풀고 곧바로 흑산도 일주 관광버스를 타고 육로관광에 나섰다. 질서있게, 계획적으로 잘 이어지는 여행이다.
사진:흑산도 기념 돌비-우리 문인 부부.시인과 수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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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 육로관광 일주
산으로 뒤덮힌 흑산도다. 어디에서 모여든 산들인가. 높고 낮은 산으로 가득찬 산천지다. 버스는 손님을 가득 싣고 포장, 비포장 도로를 번갈아 오르내리는 곡예로 잘도 달린다. 완전 산악도로를 바다와 접하여 달릴 때는 비경이다.
민가 마을에 접어드니 멸치액젖을 만드는 큰 드럼통 모양의 플라스틱 통이 즐비하다. 하얀 꽃이 핀 식물은 약초로 농토보다 더 약초재배지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염장 미역공장도 있고, 육지와는 다른 향기가 산골 마을에 배어 있다. 지붕이 해풍으로 낮고, 색깔이 초록 식물과 대비되는 붉은 색깔로 꽃처럼 보이는 아름다움이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살았다는 집만 초가로 잘 보존되어 있다.
흑산도의 가장 높은 곳, 상라봉 전망대에 하차하여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를 보고 전망대에 올라 흑산도의 비경을 감상했다. 가두리 양식장과 점점이 떠 있는 부속 섬들, S자로 휘어진 하산 도로, 산을 넘어가는 고즈넉한 도로 등등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풍경이다. 정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와 다시 관광버스를 타고 흑산도의 가파른 육로를 달렸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 빛을 발할 때 바다는 찬란한 일렁임으로 석양을 예찬한다. 울창한 삼림을 차창으로 올려다보면 원시의 숲이고, 반대편에 내려앉은 바다는 원시의 바다다. 그 큰 섬이 거의 우람한 산이고, 나무로 가득 차 있다. 사실은 그 절경보다도 어떻게 하면 저 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한 도막 무너뜨려 좁은 영토를 넓힐 수는 없는 걸까.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육로 관광 일주를 마치고 다시 흑산도 시가지에 들어왔다. 시내 초입에 자산문화도서관이 있고, 조금 내려오니 우리가 출발한 곳에 당도했다. 우람한 땅, 남성적인 힘이 바다를 붙들고 선 땅, 당당한 흑산도가 오래도록 기억되리라.
사진:흑산도 최고 높은 산정 상라봉 전망대에 올라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앞에서 우리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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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영장 여관
섬 사람들은 인심이 좋다. 홍도에서도 그렇고, 이곳 흑산도에서도 참으로 포근한 숙소다. 제일 먼저 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미 식단은 차려져 있고 바다와 산에서 나온 소산물로 요리한 음식이 참 맛있다. 공기밥은 무료로 얼마든지 준다. 멸치 볶음과 청국장 찌개가 특히 맛있어 많이 먹었다.
여관방도 상당히 넓다. 208호, 2층에 있는 우리 가족의 방은 광장이다. 주방 아주머니는 좋은 방에 당첨되었다고 한 마디 한다. 물도 잘 나오고, 방도 따뜻하고, 깨끗하여 좋다. TV 채널도 다양하여 골고루 볼 수 있다. 뉴스를 보고, 아들은 중국 드라마 〈대청풍운〉을 흥겹게 본다.
나는 홍도 해수욕장에서 딴 돌김과 가시리, 해초를 말리려고 신문지를 넓게 깔았다. 방이 넓어 세 장을 깔고는 그 위에 얇게 펴서 넘었다. 먹는 즐거움보다 보는 즐거움, 홍도의 향기를 품고 가고자 함이다. 내일 아침에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다. 신기한 눈으로 자꾸 바라보고, 자꾸 뒤집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편안한 휴식이다.
여행 중 만나는 호텔이나 여관에서의 낭만도 큰 매력이다. 육지만큼 빼어난 시설은 아니어도 섬에 위치한 여관은 그 나름대로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홍도의 광성장 여관과 흑산도의 보영장 여관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안겨 있으리라.
사진:흑산도 보영장 여관 208호실 넓은 방-큰아들과 어미 김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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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5일 월요일 흑산도 출발. 목포 유달산
흑산도의 아침, 자산문화도서관, 흑산도 출발, 목포 유달산, 돌아오는 길
* 흑산도의 아침
새벽 5시 30분, 핸드폰 알람시계 소리에 깼다. 오늘은 오전 7시 30분에 조식하고 자유관광 후 11시 배로 목포에 간다. 목포에서 오후 2시 40분 KTX를 타고 상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짐을 챙겼다. 신기한 것은 돌김과 가시리가 간밤에 꼬들꼬들 다 말랐다는 사실이다. 완전 건조되었다. 우리의 손으로 바다에서 한 작품을 생산해 낸 것이다. 남편과 아들에게 이것 보라고, 나는 큰 눈과 큰 가슴으로 외쳤다. 잠시 섬사람이 된 양 큰 즐거움이다.
흑산도의 아침은 따스했다. 얇은 겉옷도 더워 벗고 나섰다. T셔츠 차림인데도 춥지 않다. 섬이라 추울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흑산도항의 여객터미널에 가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화장실을 찾아가니 바로 앞에 어시장이 있다. 홍도와는 다르게 부둣가에 있지 않고 골목 뒤편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흑산도 특산물을 샀다. 대학원 등교관계로 함께 오지 못한 작은 아들을 떠올리며, 마른 오징어를 선물로 주려고 샀다. 일반 오징어는 20마리 1축에 2만원, 흑산도 배 오징어는 10마리 1축에 2만원이다. 그 외 미역, 다시마, 홍어채, 은어포, 홍합, 김을 샀다. 7만원어치가 큰 포장봉투로 한 가득이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라서 싸게 많이 샀다. 배 탈 때 찾기로 하고 맡겨 두었다.
흑산도는 제법 도시 냄새가 난다. 5천명이니, 350명 인구의 홍도와는 다르다. 10배가 넘는 인구가 아닌가. 흑산도항의 규모도 거대하고 이곳이 섬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큰 도시가 해변에 발달되어 있다. 우리는 도심을 가로질러 어제 버스에서 보았던 자산문화도서관으로 갔다. 홍도의 아침은 그렇게 열리고 있다.
사진:흑산도의 아침 풍경-큰 아들(고등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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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문화 도서관
도심 끝부분에 잘 지어놓은 건물이다. 외형에서부터 현대식이고 내부도 현대식이다. 흑산도 토속 민속품과 안내 설명, 그리고 도서관에는 책이 많이 있다.
신안군에 대한 설명과 정약용의 형 정약전에 대한 소개도 있다. 은은한 조명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바다 조형물이 아름답다. 1층 방명록 데스크에서 기록하고 아들은 도서관에서 나는 옛날에 쓰던 물품 전시장에서 잘 살펴보았다. 우리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쓰시던 물건들이, 어머니가, 할머니가 쓰시던 주방의 기구들이 정겹다.
정원에 핀 늦둥이 겹동백꽃이 떠나는 걸음을 환하게 배웅한다.
사진:자산문화 도서관 1층 방명록 데스크에서-남편과 함께 방명록에 기재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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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 출발
급한 걸음으로 보영장에 가서 짐을 챙겨들고 흑산도항에서 11시 쾌속선을 탔다. 이제 목포로 간다. 환한 아침 바다,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이 배가 나간다.
바다 위 고독한 등대도 보고, 비금도와 본초도를 잇는 거대한 다리도 다시 만났다. 대단한 해상 건축물이다. 갈 때는 비금도에서 정박하고, 올 때는 본초도에서 잠시 정박하고 떠난다.
섬과 섬을 이어 육로처럼 잇고 산다. 목포까지는 두 시간 정도 소요되어 좀 긴 시간을 바다에서 보냈다. 그러나 바다의 낭만은 큰 기쁨으로 채워준다.
사진:흑산도항 쾌속선 선착장에서 떠나기 전 우리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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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유달산
우리가 예약한 KTX는 오후 2시 40분 용산행이다. 그런데 목포에 오후 1시에 도착하여 점심식사 후 자투리 시간으로 예정에는 없는 목포 유달산에 갔다. 완전히 보진 않았지만 꼭 오르고 싶었던 곳이기에 나는 기뻤다.
노적봉 큰 바위가 비경이다. 그 곁 언덕에 서니 목포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드넓은 항구도시가 아름답다. 5월의 싱그런 나무와 고운 지붕들이 한 자락 수채화로 깔려 있다.
커다란 종도 있고 휴식공간도 있고 잘 다듬어진 공원이다. 맞은 편 높은 산에 오롯이 선 누각이 유달산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아쉬운 걸음으로 속히 내려왔지만 그 유명한 목포 유달산을 밟았다는 것이 큰 의미로 새겨지는 순간이다.
사진:목포 유달산 노적봉-큰아들과 남편과 함께 우리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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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
이번 여행은 왕복 모두 낮시간에 열차를 탔다. 그래서 바깥 풍경을 보고 디카에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어 좋다. 한국의 농촌 풍경은 참 아름답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지금은 5월의 싱그러운 봄 풍경이 그림처럼 전개된다.
모내기를 한 논과 감자, 고추 등 밭작물을 심어놓은 들녘이 수없이 스쳐 지나간다. 비닐하우스와 크고 작은 산이 연이어 지나간다. 살아 숨쉬는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룬 정경이다. 자연과 흙을 사랑하는 나는 KTX 고속열차에서 보낸 3시간이 명소를 보는 그 이상으로 뜻깊고 보람된 여정이다.
용산역에 5시 40분경 도착하여 전철을 타고 집에 오니 7시, 어스름 저녁이다. 잘 마무리된 홍도, 흑산도 여행이다. 바다와 바위, 섬의 육중한 산, 순진한 물과 땅과 함께 호흡한 2박 3일간의 시간들이 이제 고운 추억으로 저장되리라.
가장 효율적인 투자는 여행이라는 명언이 늘 가슴에 머물러 여행 후의 자취록과 기행시가 그 보고로 생산되고, 나는 또 얼마 후면 새로운 땅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것은 에너지 재충전이며 생을 가장 아름답게 이끄는 황금노선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의 가치는 여행이라는 파란 보따리에 싸여 있다.
무사히 돌아온 집, 행복한 저녁이다.
사진:고속열차 안에서 본 한국의 아름다운 농촌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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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훌륭한 기행문입니다. 멋진 글과 사진 잘 읽고 보았습니다. 한 편의 홍도 흑산도 관련 다큐멘타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