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th] 영원을 향하여
장르 : 소설
작가 : 안톤 허
옮긴이(번역) : 정보라
출판사 : 반타(vanta)
모임 날짜 : 2026년 7월 25일 저녁 5시
모임 장소 : 종각역 스터니카페 [누구나]
정리 보조 : Clove Note / Claude AI : Opus5
## 강철님 — "내가 골랐는데 좀 에러였어요"
이 책을 고른 건 안톤 허라는 사람 때문이었어요. 보통 번역가는 외국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데, 이 사람은 반대로 한국 책을 영어로 옮기는 사람이거든요. 수상 경력도 있고 2023년엔 한국어 에세이도 냈고. 재주도 능력도 있는 사람이죠. 나중에 알고 보니 퀴어더라고요. 동성애자는 좀 여성스러울 줄 알았는데 아주 남자답게 생겼어요.
그러다 김포시 도서관에서 성인 대상 독후감 공모 도서 열 권을 걸어놨는데 거기 이 책이 있더라고요. 이름도 반가워서 "이걸로 하자" 한 건데, 사실 내가 먼저 읽어보고 정한 건 아니에요. 그래서 에러가 난 거죠.
읽어보니 SF인데 시간도 공간도 계속 왔다 갔다 해요. 처음엔 남아공 케이프타운, 테이블산, 아파르트헤이트 나오고, 그다음엔 리스본, 시베리아, 파타고니아. 굳이 거길 다 가야 했나 싶고. 시간도 마찬가지예요. 나노봇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은 시간 개념 자체가 보통 사람과 달라서 그게 계속 헷갈렸어요. 인간과 비인간, 기억과 언어, 육체와 의식의 경계를 넘나든다는데, SF라 그런지 실감이 안 나요. 나한텐 그랬어요.
한국 AI 기업 제너스가 나오는데 얘가 독재정권 무기를 만드는 안 좋은 역할이고, 거기 저항하는 구도가 만들어지죠. 결국엔 인공지능 시대에도 시와 음악, 모차르트 같은 걸 통해서 다 인간화되고 서로 사랑하고 믿게 된다, 그렇게 영원을 향해 간다는 얘기 같아요. 특히 19세기 영미 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지 시를 계속 집어넣는데, 그게 인간과 비인간을 매개하는 장치인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나로서는 좀 어려운 소설이었어요.
## 가을햇볕님 — "올해 읽은 책 중에 제일 재미없었어요"
하드 SF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건 SF가 아니에요. 그냥 철학 소설이지. 안톤 허가 원작자고 정보라가 번역했는데, 둘이 번역 품앗이 한 거예요. 정보라 『저주 토끼』를 안톤 허가 영어로 옮겼거든요. 책 자체는 잘 만들었어요.
퀴어 부부가 둘 나와요. 남자 부부, 여자 부부. 그걸 보면서 "이 사람이 퀴어에 관심이 있구나" 정도만 생각했지, 작가 본인이 퀴어인 줄은 강철 님 말 듣고 처음 알았어요.
시간대가 근미래, 먼 미래, 아주 먼 미래로 가는데 이게 수백 년인지 수천 년인지 애매해요. 그 긴 역사 속에서 SF적으로 발전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처음 나온 나노봇, 그걸로 끝이에요. 이 사람 SF적 지식은 전혀 없다고 봐야죠. 공간도 남아공에서 시작해 파타고니아, 시베리아, 리스본 도는데 중심은 태국인 것 같아요. 아유타야 우주기지 나오고, 첫 부부의 남편 프라서이가 태국 사람이고, 두 번째 파닛도 태국 섬에서 한국 여자 부부랑 딸 로아를 키우잖아요. 태국이 트랜스젠더가 많은 나라기도 하고.
철학적이라고 한 건 이거예요. 인간은 필멸자인데 한용훈도 엘런도 죽을병에 걸렸다가 나노봇으로 세포를 갈아치우면서 불멸자가 돼요. 그런데 실종됐다 다시 나타난 한용훈은 예전의 한용훈이 아니에요. 뭔가 말하려는 건 알겠는데 방식이 투박해요, 소설적으로.
결국 불멸자는 죽기를 원하고 필멸자는 살기를 원하고, 서로 못 가진 것에 대한 욕구 같은 게 느껴졌어요. 시와 음악은 인간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파닛에게서 나뉘어 나온 중복 신체를 가진 불멸자들도 갑자기 시가 떠오르고 음악이 떠올라요. 시와 음악이 정신적 생활을 지탱해줬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 사람이 말하는 '영혼'이 뭔지는 나 영원히 모를 것 같아요.
## 크로님 — "그런대로 읽었어요, 일관성은 있어요"
원래 SF를 좀 좋아하는 편인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SF라고 하면 스타워즈 같은 걸 떠올리잖아요. 그런 건 사실 별로 없어요.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결국 철학적인 얘기거든요. 『삼체』 같은 중국 하드 SF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SF 작가들도 정보라를 비롯해 꽤 있는데 다들 SF는 소재로만 쓰고 결국 인간 얘기를 해요. 이 책도 그렇게 보면 돼요.
읽으면서 걸린 건 중간중간 들어간 영시예요. 영시 전공자니까 넣었겠지만 갑자기 어려워져요. 잘 알지도 못하는데 우리말로 번역까지 해놓으니 뭘 말하는 건지. 그게 불편했어요. 번역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내용 자체가 상념적이라 술술 읽히진 않았죠. 그래도 흐름상 특별히 이상하진 않았고 일관성은 있다고 봐요.
작가 얘기를 좀 하면, 첫 책은 다 자기 얘기라고 하잖아요. 여기서 안톤 허 자신을 대입한 인물은 한용훈이에요. 퀴어인 것도 그렇고, 언어와 시를 전공한 것도 그렇고.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전 세계를 돌았고 태국에서도 오래 산 것 같아요. 지금 같이 지내는 연인이 태국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고. 그래서 특정 국가를 특별히 겨냥한 게 아니라 자기가 살아온 자리들을 섞어 넣은 거예요.
이 책을 한마디로 하면 이거예요. 영원한 게 뭐냐. 인간의 육체가 영원한 게 아니고, 나중에 다 인공지능으로, 봇으로 바뀌더라도 유일하게 남는 건 문학, 시, 음악, 예술, 그리고 인간의 사랑이라는 거죠. 예술에 대한 찬사예요. 그래서 나중에 이브들도 결국 음악과 시에 완전히 융합되는 장면이 나오고. 묘사가 황당하다면 황당하지만 일관성은 있어요. 델타니 크리스토니 하는 이름들도 다 언어고요.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 책이라고 봐요.
## 아름두리 — "뭘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읽었어요"
여기 와서 얘기해야 하니까 열심히 읽긴 했어요. 초반에 나노봇 나오고 시 나오고 할 때는 "아 SF구나" 했는데, 뒤로 갈수록 "이게 어떻게 되는 거지" 싶더라고요. 직전에 애플TV 〈파운데이션〉을 봤거든요. 원작이 수만 년의 시간을 엮은 거고 수학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그런 SF인데, 그러다 이걸 보니까 앞은 사이언스인데 뒤는 픽션이 돼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이상하진 않은데 지루했어요.
솔직히 한용훈은 남자 이름 가진 여자인 줄 알았어요. 퀴어는 전혀 생각 못 했고 중간에 나오면서 알았죠. 태국이 왜 나오나 싶기도 했는데, 남아공이나 태국처럼 우리가 흔히 SF에서 보는 메인 프레임 국가가 아니라 주변부 국가가 나온 거잖아요. 본질을 더 강조하려고 그런 건가 싶었어요.
내용은 테세우스의 배 같아요. 배 부품을 하나씩 갈다 보면 그게 원래 배인가, 인간도 계속 교체되면 어디까지가 원래 나인가. 그걸 소설로 만든 거죠. 처음엔 시를 아는 애를 복사해서 로봇 만들고 전쟁을 벌이길래 연결이 뭔가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 영시들이 빅토리아 시대,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때 나온 시라 제국주의적 관념을 품고 있다더라고요. 그게 매개돼서 전쟁으로 간 건가 싶고.
차라리 세 묶음 정도 단편집으로 나눴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호흡을 끊고 다시 들어가면 이렇게 지루하진 않았을 텐데. 사건들마다 그럴싸하니까 더 임팩트 있었을 거예요. 먼 미래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정신이 진짜 멀리 가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그냥 글자를 읽은 거죠. 테드 창은 단편 안에서 끊고 채우고 마무리하면서도 전체 연계성이 있는데, 이건 그게 없이 쭉 가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도 끝날 때쯤엔 이걸 한 권으로 써냈다는 게 대단하다 싶었어요. 재미없는데 평가는 엄청 좋잖아요. 요즘 서구 쪽 소설 매니징 하는 데서 한국 작가 소구력이 크대요. 핫한 문화권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핫한 책이었던 거 아닐까, 추측만 해봤어요. 우주 나오는 SF라기보단 몽환적이어서 예전 〈천년의 사랑〉 같은 게 생각났고, 영상으로 만들면 그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