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는 제주도 유배지에서 그렇게 많은 병들을 가지고 살다보니 당연히 대책이 있었습니다. 건강장수비결 5가지를 보면 직접적인 것은 녹차 정도였죠. 녹차를 마시는 것도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치료법이 되면서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수시로 먹는 상비약을 비롯해서 질병 치료와 건강관리를 위한 것들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추사의 상비약은?
외딴 곳이라 의원도 없으니 상비약을 갖추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추사는 수시로 한양의 부인에게 편지를 보내 음식을 비롯한 각종 물품을 조달받았는데, 그 중에 계피(桂皮), 천문동(天門冬), 귤피(橘皮), 잣, 호두, 곶감, 수수엿 등이 약재이거나 약이 되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잣, 호두 등의 견과류는 건강식품이자 중요한 기호식품이었기 때문에 곶감, 수수엿 등과 함께 즐겨 먹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천문동은 차가운 성질로서 음기를 보충하여 윤기를 주며 폐의 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기침, 천식의 치료에 쓰이며, 만성 기관지염, 폐결핵의 치료에도 좋습니다. 음기가 부족하여 열이 오르는 ‘허열(虛熱)’을 치료하는 효력이 있습니다.
귤피는 맵고 쓴맛에 따뜻한 성질인데,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은 것이기에 한약재 이름을 ‘진피(陳皮)’라고 합니다. 진피는 기를 순행시켜 주는 작용이 매우 크고 담과 습기를 제거하는 효능이 뛰어납니다. 구역질, 구토, 딸꾹질을 막고 땀을 내게 하며 기침과 가래를 삭여주고, 소화를 잘 되게 하고 가슴을 쾌통시켜 주며 속이 더부룩하거나 밥맛이 없는 경우에 좋습니다. 찬바람을 받은 후에 춥고 기침이 나며 가래가 생기는 등 감기 기운이 있을 때 귤껍질을 달여 먹으면 땀이 나면서 풀어집니다.
잣은 정을 보하고 뇌를 건전하게 하며, 피부에 윤기를 주어 얼굴을 젊게 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또한 폐에 윤기를 주고 부드럽게 하므로 폐가 건조해서 생기는 마른기침에 좋고, 풍기를 물리쳐주므로 손발이 저리고 뼈마디가 쑤시거나 신경통이 있는 경우에도 좋습니다. 잣은 장에 윤기를 주어 대변을 잘 나오게 하는데요, 특히 허약한 노인의 무력성 변비에 좋습니다.
호두는 효능이 아주 많습니다. 호흡기, 피부, 소변, 대변, 뼈, 허리, 머리카락, 뇌 등에 좋고 노화를 방지하며 정력에도 좋습니다. 역시 노인에게 좋은 약이 되는 음식이죠. 곶감은 폐에 윤기를 주고 장을 두텁게 하며 지혈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설사를 막아 주고 피를 토하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치료합니다. 소변이 시원찮게 나오면서 화끈거리고 아프거나 피가 섞여 나오면서 아픈 경우에는 좋습니다. 그러나 비위장이 허약하고 냉한 분과 몸에 습기와 담이 많은 분에겐 적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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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가 자주 복용한 인삼(왼쪽)과 산삼. / 조선일보 DB
추사와 인삼추사는 한때 인삼을 꽤 많이 복용했습니다. “굳은 병이 한맛으로 고통만 주니 다만 인삼을 배추나 무 씹듯이 할 뿐이오”라고 할 정도로 자주 복용했다고 합니다. 초의스님에게 보낸 편지에도 “미천한 이 몸의 병은 이제 오십일이 되어 마치 멈춘 물이 나아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날마다 엿 냥쭝의 인삼을 시험 삼아 복용한 것이 이미 오륙근이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또한 그 힘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면 대단한 양이죠. 그리고 아마 그 때 인삼은 산삼(山蔘)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사에게 이런 인삼의 힘을 제공해준 사람은 가족 외에 친구 권돈인(權敦仁·1783∼1859)이 있었습니다. 권돈인은 영의정을 지냈는데, 담배도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담배는 습기나 찬 기운을 없애주는 좋은 약이죠. 제주목사 장인식도 가까이서 추사에게 인삼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인삼은 누구나, 아무 때나 먹어도 힘나게 할까?
인삼은 누구나 아무 때나 먹어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홍삼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고 더위를 타며 식욕이 왕성하고 차가운 물을 즐겨 마시며 소변 량이 적고 대변이 굳은 분에게는 상극이죠. 인삼이 체질에 맞더라도 감기에 걸렸거나 몸에 습기가 많이 쌓여 있거나 혹은 식체하여 헛배가 부른 경우에도 인삼을 쓰지 않습니다.
알레르기체질, 아토피체질에 맞지 않고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혈압을 오르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인삼을 잘못 쓰거나 너무 많이 쓰면 가슴과 배가 꽉 막힌 듯이 답답하고 헛배가 불러오거나 혹은 피부에 반진이 생길 수도 있지요. 그러니 추사처럼 피부병이 있거나 혹은 눈병이 있는 경우에는 인삼을 피해야 합니다. 더욱이 울분으로 화기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적지 않았을 것인데 인삼을 복용하면 열을 올려 더욱 해롭지요. 추사가 즐겨 마신 녹차와 인삼은 성질이 반대입니다.
추사의 다른 건강법은?
조선 말기의 유명한 선비 화가로서 추사의 제자인 소치 허련(小痴 許鍊·1809∼1892)이 제주도에 와서 추사를 그린 ‘완당선생 해천일립상(阮堂先生海天一笠像)’이라는 초상화가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추사 선생은 왼손으로 수염을 어루만지고 오른손으로는 배꼽 근처를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두고 연단도인의 몸짓이라고 하는데, 단전호흡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증거라는 것이죠. 그리고 추사는 평소 손에 염주를 쥐고 만지작거리며 굴렸다고 하는데, 염주나 호두를 굴리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동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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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당선생해천일립상 / 조선일보 DB
추사는 스스로 매화구주(梅花舊主)라고 한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항상 매화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그린 매화병풍을 서재에 둘러치고 매화의 시경(詩境) 속에서 매화차를 마시며 매화 백경시를 지었고, 자신이 있는 곳을 매화 백영루라고 하였습니다. 이밖에도 매화선(梅花扇)을 즐겨 사용하였으니 얼마나 매화를 사랑하였고 매화 속에서 청고한 경지를 찾고 느끼고 하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매화는 사군자에 속하여 선비들의 아낌을 받아온 꽃 중의 꽃이죠. 빙자옥골(氷姿玉骨)이라, 얼음처럼 차고 맑은 넋이고 옥돌처럼 희고 깨끗한 뼈요, 세외가인(世外佳人)이라, 칼날 같은 추위와 매서운 눈서리를 뚫고 온 세상에 가장 먼저 봄을 전하는 세상 밖의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꽃을 감상하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정서를 조절해 주므로 건강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추사가 바랐던 최고의 반찬은?추사는 음식이 까다로워 늘 한양의 부인에게 편지를 보내 음식을 공급받았기에 평생 귀한 음식만 먹었을 것인데, 그런 음식이 건강에 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추사가 시를 지어 직접 써 놓은 글씨를 보면 의외의 내용이 나옵니다.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최고의 반찬이란 두부, 오이, 생강, 나물),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제일 좋은 모임이란 부부와 아들딸과 손자). 이것은 좋은 음식에 화려한 모임도 좋지만 역시 사람의 근본은 화목한 가정이라는 뜻입니다. 평범한 반찬에 밥을 먹더라도 화목한 가정이 최고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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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란 뜻의 '대팽두부과강채' / 조선일보 DB
게다가 옆에 작은 글씨로 ‘이것은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됫박만한 큰 황금 도장을 차고 있고, 밥상 앞에 시중드는 여인이 수백 명 있다 하더라도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써 놓았습니다. 이것을 보면 추사 선생이 귀골이면서도 평범한 행복을 추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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