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유명 병원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류 톱스타처럼 얼굴을 고쳐 달라는 성형외과 환자부터, 진료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국내 대학병원을 찾는 미국 교포 환자들까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해외 교포 환자들의 이야기.
의료 서비스와 관광을 연계한 ‘메디투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은 각 병원마다 해외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아직 방학 시즌이 아닌데도 유학생 등 교포들의 고국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 일부 교포들은 단지 병원을 방문하려는 이유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런 경향 속에 일부 병원에서는 해외 교포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인다. 일부 병원은 전문 여행사와 손을 잡기도 한다. 고려대학병원과 하나투어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들은 미국 교포를 위한 맞춤식 의료 관광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예약한 후 한국에서 검진을 받고 국내 관광을 모두 끝내고 나서 결과를 통보받는 일정이다.
결과에 따른 치료 활동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출시 초기부터 신청자가 몰렸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국립암센터, 인하대학병원 등 주요 종합병원들도 해외 교민을 상대로 직접 홍보 활동에 나선다. 해외 환자 전용 콜센터나 인터넷 상담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교포 환자를 단체로 유치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 덕에 각 병원마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교포 환자가 방문했다.
아무리 홍보 경쟁이 치열해도 소비자는 자신에게 이익이 있어야 지갑을 연다. 그렇다면 교포들이 국내 병원을 찾는 이유는 뭘까. 일단 미국 등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비가 장점으로 꼽힌다. 요즘은 1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 교포도 내국인과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방문자가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진료비가 미국보다 50~90% 저렴하다.
교포들의 발길이 잦은 곳은 종합병원뿐만 아니다. 성형외과나 치과, 혹은 피부과 등 미용 관련 분야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대형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신용호 원장은, “한국은 의료보험 혜택이 안 되는 분야도 선진국에 비해서 진료비가 저렴하면서도 성형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미 지배적이어서 교포들의 신뢰가 깊은 편”이라고 말하며 “규모가 큰 병원이나 연예인 아무개가 수술했다는 소문이 도는 곳은 교포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도 있다. 성형외과는 아무래도 치료보다 미용에 초점을 맞추는데, 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에 따라 각각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환자라면 한국인 의사에게 맡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이미 외국에서 성형수술을 했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국내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눈과 코 부위 시술 경험이 많은 최홍림 원장과 서만군 원장은 “서구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재수술 상담을 하는 교포가 많다”고 밝혔다. 아시아권 외국인들이 한류 스타를 동경하며 국내 성형외과를 찾는다면, 교포들은 아무래도 자신들의 취향과 더 잘 맞는 병원을 찾는다는 뜻이다.
미의 기준이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서와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환자의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기획 이한 | 포토그래퍼 조병각 | 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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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뿐 아니라 기술 측면에서도 국내 병원들은 경쟁력이 높다. 성형외과는 피부 등 몸 상태에 따라 시술 방법이 달라지는데, 특히 인종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홍기 원장은 교포 환자들의 국내행이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 시술법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백인은 흉터가 생겨도 피부색과 비슷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동양인, 특히 피부가 노란 편인 황인종은 멜라닌 색소가 많아 흉터가 생기면 그대로 보인다”고 진단하며 “한국 의사들은 흉터 등 피부를 시술할 때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환자를 다루는 경향이 많다”고 귀띔했다.
똑같은 진료과에 같은 연차라 해도 한국인을 수술해 본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농산물을 소비하는 데 ‘신토불이’가 중요한 것처럼 의료 서비스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임플란트나 교정 등 한 번에 집중적인 진료비가 투입되는 치과도 교포들이 자주 찾는 분야다. 서울 강남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손병섭 원장은 “교포들 사이에서도 임플란트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데 현지에서 입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교포 환자와 한국인 의사는 자세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산부인과 진료나 질 성형 등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데, “아무래도 말이 통하니까 심리적 측면에서 외국 의사보다 더 편하다”고 고백하는 환자가 많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이형근 원장은 “미국병원보다 더 세심하게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얘기하는 환자가 많다”며 “국내 병원은 의료기술과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교포 환자 입장에서는 심리적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일부 개인 병원에서는 한국병원과 비교해 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년에는 방학이나 휴가 기간에 교포들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주말을 이용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도 많다. 고주파 시술로 미국 성형외과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했던 박영진 원장은 “고주파를 이용한 간단한 교정이나 지방 이식이 유학생이나 젊은 교포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데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단기간에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같은 병원을 이용한 교포들이 정보 공유를 위해 현지에서 인터넷으로 친분을 쌓는 경우도 있다. 입 소문이 교포 환자들에게는 병원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되면서 요즘은 각 병원에서도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인터넷 등을 통한 24시간 상담은 물론이고 일부 성형외과는 해외에서 예약한 손님에게 병원 근처 호텔과 연계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의료관광이 주요 관광산업으로 성장한 미국에서는 최근 국내 병원을 잇달아 방문해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의 의료관광 에이전시와 보험사 등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국내 8개 병원을 방문했다. 국내에서도 의료와 관광 산업을 연계해 수익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데, 선진 고령화 사회일수록 두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장 동력이 되기를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의료 관련 기술과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해외 환자들의 국내 병원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 이한 | 포토그래퍼 조병각 | 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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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국이민 갈 사람 다 모여라! 원문보기 글쓴이: 이민피해예방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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