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면서기가 자장구를 타고 와서는
동네 이장님께 말합니다.
"이번에 행정구역을 개편합니다.
구름못골과 장자골을 합쳐서 부를 만한 적당한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다음날 이장은 동네 어르신들을 마을회관으로 불렀습니다.
"새로운 동네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좋겠습니까?"
"뜬금없이 동네이름을 새로 지으라니 거 참... "
"......."
한참동안의 침묵을 깨고 한 노인이 말했습니다.
"저 아랫녘에 여덟 노인이 장수하는 마을이 있는데
그 여덟 노인가운데 한사람이 내 친구라네.
얼마전에 그 친구가 우리 집에 다녀 가면서
동네 이름을 "팔로동" 이라고 바꿨다더군.
우리 동네에서는 여기 모인 9 노인이 잘 살고 있으니
'구로동'이라고 하면 어떻겠나?"
"아하, 그 것 참 좋은 생각이십니다."
다음날, 옆 마을에서도 똑같은 회의가 열렸습니다.
"천여울과 술버덩을 합쳐야 한다니 천수동이 어떻겠소"
"천수를 다하는 마을이라...그것 참 좋은 이름이네요."
그 다음날은 구로동과 천수동의 윗 마을에서
또 똑같은 마을회의가 열렸습니다.
"우린 만의골과 논언덕을 합쳐야 한다니
만수동이 어떻겠소?"
"그것 참 명답이외다. 아랫 동네인 천수동 보다야 우리가 한 수 위지요."
이렇게 되자 만수동 보다 하루 늦게 회의를 연
옆동네가 막막해 졌습니다.
"우린 만가리와 천동구를 합쳐야 하는데 천수동 만수동 다 이웃 동네가 선수를 쳤으니
무슨 이름을 지어야 한단 말이오."
이장이 심각한 얼굴로 동네 어른들을 둘러 봅니다.
"당장은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으니
각자가 좋은 이름을 한 가지씩 생각해 가지고 내일 다시 모입시다."
다음날 마을회관에 다시 모인 노인들...
"만수동 천수동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이름이 있소이다"
"그게 뭔데요 어르신..."
"장수동.. 대대손손 장수 하는 마을이란 뜻이지요."
마지막으로 만수동과 천수동의 윗마을이자 장수동의 옆마을인
개불뻘에서 마을회의가 열렸습니다.
"우리 마을엔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지 않으니
팔로동 구로동...이렇게 지을 수도 없고,
천수동 만수동에 장수동까지 이웃 마을들이 이미 새 이름으로 채택했다 하니
도대체 어떤 이름을 지어야 우리 동네가
이웃 마을들보다 우월해 보이겠소?"
"어허, 그것 참 골치 아픈 문제로다."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하던 마을 사람들은
일주일 동안이나 회의를 거듭한 끝에 정말 끝내주는 마을 이름을
하나 지었습니다.
무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