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TV에서 <멋진 하루>라는
철저하게 캐릭터에 의존한 한국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My dear enemy”이어서 제목을 아주 잘 붙였다고 생각 되었다. 왜냐하면
남자 주인공 조병윤의 캐릭터가 넉살 좋고 능청스러운 날건달, 자상하지만 무책임한 남자, 수완은 좋으나 수중에 땡전 한 푼 없고, 집도 없이 가방을 싸 가지고
다니는 백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의리와 신용을 잃지 않고 예의범절에 철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에게 맞추기’의
달인이어서 항상 상대의 판단에 100% 맞춘다. 그렇다고
해서 줏대나 배알이 없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자아 존중감이 무척 높은 사람이다. 그는 현재의 처지에
전혀 상관 없이 남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든 근본적으로 자신이 꽤 괜찮은 인간이고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상황이 나쁘더라도 심각한 자기비하에 빠지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으며 외롭게
살지도 않는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조병윤의 개릭터가 어쩌면 그 친구와 그렇게 닮았는지 사랑하는 후배 송 목사가 생각났다. 나와의 인연이
하도 깊어서 웬만큼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다 아는 사람인 송목사는 현재 부산에서 부울경 교회라는
개척 교회를 하고 있다. 처음에 교회의 이름이 부울경이라고 해서 무슨 신흥종교를 만들었나 했더니 ‘부산, 울산, 경남’의 약자 라고 했다. 송 목사는 선교의 목표가 엉뚱하게도 ‘CEO를 선교하는 교회’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성공한 CEO가 초라한 교회에 올리는 없을 터이니 앞에다 ‘실패한’을 꼭 붙이라고 농담을 했다.
‘실패한 CEO를 선교하는 교회’라고 하면 교회의
정체성에 더 걸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교회의 정체성은 다른 곳에 있었다. 부울경 교회는 이혼율 50%의 국가현실에 잘 부합되는 교회답게 목사부터
시작해서 교인의 절대 다수가 싱글이어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보통 교회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 것이
일반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는 90%가 남성이다. 그러니까
홀아비들의 교회인 셈이지만 잠 잘 때 빼고는 항상 유머가 넘치는 송 목사는 자신들을 독립군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내가 독립운동이라고 붙여준 것이다. 송 목사에 얽힌 재미 있는 에피소드는 아마 10권 짜리 대하 드라마를 써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송 목사가 80 년대 시위를 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취조 형사가 다짜고짜로 반말로 심문을 시작했단다. 후배는 옳은 일을 하다가 잡혀갔는데 독재의 주구로부터 “이 새끼
저 새끼”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불만이
가득했지만 적절히 표현할 다른 말이 없자 혼잣말로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투덜거림으로 “씨벌놈! 나이로 공무직행하나?” 중얼거렸다.
그만 이 소리를 들어버린 형사가 “뭐야? 이
쉬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하더니 이성을 읽고 이번에는
그만 폭력으로 공무집행을 해버렸다. 송 목사는 “이이고! 민주경찰이 사람 팬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아우성에 엄살을 부리고
나중에는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고 유치장에 아주 들어 누워 버렸다. 나중에 경찰서장의 사과와 치료비까지
받고 나온 일도 있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지난 번에 내가 목사님에게 경찰과 상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까 목사님이 붙을
때는 확실히 붙으라고 안 했습니까?” 고 했다. 나는 비굴하게
피하지 말고 용기 있게 맞서라는 뜻으로 이야기 했는데 그 친구가 그 말을 그렇게 써먹을 줄은 정말 몰랐다.
이런 사람이지만 내가
호주에 온지 15년이 넘은 동안 그렇게 간절히 호주를 와 보라고 해도 비행기 값이 없어서 오지 못하는 사람이다. 영화 ‘멋진 하루’의
조병윤의 캐릭터와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성격에는 모든 것을 슬렁슬렁 넘어가서 치밀한 성실성이 부족해서 현실에서는 되는 일이 없는 문제점이 있다. 조병윤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 자체가 얼마나 치밀한 성실성이 요구되는 것인가? 결국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조병윤을
포기하고 돌아가듯이 세상은 그런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 살아 나갈만한 있는 여유가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가 않은 것이다.
첫댓글 세상이 "I am Ok. You also are OK."의 긍정의 사회로 변해가기를 기원합니다.
서로 인정을 안하겠다면 신호등 없는 차도나 비슷할 것 입니다.
우째 이번 글에 맞춤법 오타가 많아요. 댓글에도 이써용. 그래도 다 알아 들어요. 함 우짜꼬 한 넝담임네다.
긍정적 삶의 지혜를 터득하여 자유인의 삶을 누리시는 듯 ----- 아마도 후배 목사님에게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를 많이 배울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