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우러나야 맛나지
으깨지고 부서져도
부글부글 속 끓더라도
우려지면 우려지는 대로
몇 년이고 기다려야 한당께
아니면 , 한 백 년 기다리며
영원히 속이나 삭이며 살든지 말든지
오늘도 나는
햇살 좋은 장독대 구석탱이 앉아
숨죽여 묵상하며
엄니의 툽툽한 손길 기다리고 있다 16P
냄비
뜨겁게 일렁이는
출렁거림 아니어도
묵직한 언어로
라면 한 그릇 우려내고 있다
냄비의 한 생이라야
뜨거움 참아내는 게 전부라지만
찌그러진 냄비일수록
깊은 맛 더해지듯
수다로운
낡은 남자를 위한 변명
나는 냄비다 28P
뚝배기
애간장에
부글부글 속 끓여도
마침내는
얼큰하게 달달하게
감칠맛 우려내고야 마는
검게 그을리고
속이 타들어 가도
너를 위해서라면
불꽃 속에서도 춤추는
어쩌면
가슴뜨건 용광로 38P
첫댓글 남자 시인의 표현력이 공감을 부른다 무심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우리와 달리 물체에 대한 시인의 안목은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