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미지컨설턴트 16기 문윤정] 스크랩 33. [진경옥의 시네마 패션 스토리] 36. 철의 여인

[이컨 16기 문윤정]

고집스러운 파란색 사랑 "난 뼛속부터 보수주의자!"

▲ 파워 드레싱의 원조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 역의 메릴 스트립.

하얀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 무늬 있는 리본 블라우스, 로열블루 색상의 재킷이 서로 잘 어울린다. 진경옥 씨 제공

영국 역사에서 이름 뒤에 '주의(-ism)가 붙는 총리는 마거릿 대처가 유일하다. 흔히 그의 통치 철학을 '대처리즘'이라고 부른다. 영화 '철의 여인'(2012)은 총리직을 3차례 역임하면서 물러서지 않는 리더십으로 '철의 여인'이라 불린 대처의 삶과 정치 여정을 보여 주고 있다. 여성 감독인 필리다 로이드가 메가폰을 잡아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스크린을 짰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회와 경제 개혁을 이끈 대처는 파워 드레싱(위엄이나 지성, 힘을 느끼게 하는 옷차림)을 처음 실천한 여성이기도 하다. 대처는 공식 석상에서 이런 분위기를 드러내는 정장을 입었다. 주 패션 아이템은 진주 목걸이, 파랑 계열의 치마 정장, 리본이 달린 실크 블라우스, 사각형 검정 가죽가방 등이다. 그중 사각형 핸드백은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다'는 뜻의 '핸드배깅(Handbagging)'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의 역할을 맡은 주연 배우는 메릴 스트립으로 그해 골든 글로브, 영국아카데미, 미국아카데미상을 연거푸 받았다.

색, 특히 옷의 색상은 메시지다. 영국에서 파란색은 보수당을 상징한다. 영화 속 대처의 고집스러운 파란색 사랑은 뼛속부터 보수주의자인 그의 신념을 잘 드러낸 도구다. 대처는 강인한 느낌을 자아내는 푸른 투피스 정장을 자주 입었다. 그가 1979년 최초의 여성 총리로 총리공관에 들어설 때 선보인 로열 블루(영국 왕실의 관복색) 색상의 주름 스커트는 지금도 유명하다.

철의 여인 스타일은 대처가 아니라 그의 이미지 조언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 정치 여정에 따라 색이 조금씩 바뀐다. 특히 푸른색은 정치적 성장과 함께 점점 더 짙어진다. 젊은 대처의 옷은 옅은 파랑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짙은 파란색으로 변했다. 보수당 당수가 됐을 때에는 로열 블루가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처 옷은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당에서 신임을 잃으면서 푸른색은 붉은 계열의 줄무늬 슈트로 바뀌고, 1990년 총리에서 물러날 때는 붉은 정장 슈트를 입었다. 의상 디자인은 콘솔라타 보일이 맡았다. 그는 대처의 미디어 사진과 실제 의상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내면까지 표현하는 터치를 끝없이 연구했다고 전한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그가 선보인 '파워 슈트'는 다른 여성 정치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외교적 의미가 담긴 브로치,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은 섹시한 힐,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검정 슈트와 셔츠 스타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3∼5개의 버튼이 달린 재킷과 팬츠로 파워 드레싱 전략을 선보였다.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은 정치와 외교에 색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브로치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러나 패션 전공자의 시각에서 볼 때, 항상 같은 기장과 실루엣을 가진 재킷 스타일이 다소 지루하고 갑갑하다. 변화를 주었으면 좋겠다. 한결같은 재킷 모양에서 불통의 이미지를 느끼는 사람은 필자뿐일까?

이미지 정치 시대다.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재킷 길이와 형태를 좀 더 다양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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