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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내 급성 바이러스간염에서 E형간염의 원인적 역할과 임상-역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
서울의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과 / 최광현, 정숙향*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 감염병관리과 / 황지혜, 이미남, 전명은, 이동한
초 록
E형간염바이러스(hepatitis E virus, HEV)는 전 세계적으로 급성 바이러스간염의 주요 원인 병원체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7월 이후, E형간염을 제2급감염병으로 지정하였다. 이 연구는 HEV가 급성 바이러스간염에 차지하는 원인적 역할과 임상-역학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 2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2개 기관에서 진단된 급성 간염환자를 전향적으로 등록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79명의 급성 바이러스간염환자가 등록되었는데 이들 중 A형간염이 60명(76%), E형간염 7명(9%), C형간염 3명(4%) 및 B형간염 2명(3%) 순으로 발생하였고 기타 원인이 9% 차지하였다(Epstein-Barr virus 6% 및 cytomegalovirus 3%). A형간염 환자군에 비해 E형간염 환자들은 평균 나이가 10세 이상 높고, 남자가 많았으며, 등록 3개월 전 동물의 피나 담즙 및 육회나 생선회를 섭취한 병력이 유의하게 높았다. 아직 HEV 감염 진단을 위한 표준 항체검사법이 없는 실정이므로 2가지 방법으로 항체검사를 시행하여 비교해 본 결과 일치도가 60%였으며, HEV RNA 검출은 검사가 시행된 6명 중 1명에서만 양성으로 나와 향후 진단의 표준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들어가는 말
E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E virus, HEV)는 전 세계적으로 급성 바이러스간염의 주요 원인으로 유전자 크기가 7.2 kb인 single strand RNA 바이러스이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의하면 매년 2,000만 명이 감염되고 그 중 330만 명(16.5%)이 증상을 동반한 급성 간염을 앓으며, 2015년에는 44,000명이 E형간염으로 사망하였다. HEV는 대부분 오염된 물이나 불완전하게 가열된 돼지고기 등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감염되지만(분변-경구감염), 일부에서는 수혈이나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 또는 모체로부터 태아로의 수직감염도 발생한다. 잠복기는 2~6주이고 발열, 피로감, 구토,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임상적으로는 다른 급성 바이러스간염과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혈청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대부분 지지요법으로 회복되며 심한 경우 ribavirin이나 interferon 제제로 치료하면 70% 정도 호전되지만, 0.2~4.0%의 환자는 급성 간 부전으로 사망한다. 중국에서 개발된 HEV 예방백신이 현재 유일하게 사용되는 효과적인 백신이나 국내에 승인되어 있지 않다.
HEV 감염증의 진단은 혈청에서 anti-HEV IgM 항체 양성이거나 HEV RNA 양성, 분변에서 HEV RNA 양성으로 확인된다[2]. 그러나 다양한 회사들에서 생산하는 항체 검사법들간의 일치도가 높지 않아 아직 표준화된 항체검사 진단법이 없는 실정이고, HEV RNA검사도 급성기 혈중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 검출률이 낮다. 국내에서는 Dia.Pro사(Milan, Italy; anti-HEV IgM) 및 AB Diagnostic Systems Gmbh사(Berlin, Germany; Abia HEV IgM) 항체검사법이 허가받은 진단검사이고, HEV RNA 검사법은 실제 진료현장의 환자에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의료인들의 HEV에 대한 인식도가 낮고 급성 간염 환자에서 HEV 진단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진단율이 매우 낮은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얻은 혈액샘플을 이용하여 시행한 anti-HEV IgG 항체 유병률 연구 결과 40대 이상에서 최소 12%, 50대 이상에서 최소 20% 이상의 높은 유병률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유병률과는 대조적으로 2010~2016년 E형간염 건강보험 청구건수는 연간 100여 건 정도에 불과하였다(질병관리본부 2017년 국정감사자료). 이는 국내에서 E형간염의 감염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특히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감염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으나, 급성기에 실제 진단되는 경우가 매우 적은 것은 국내 의료인의 HEV에 대한 인지도가 낮음도 반영하는 결과이다.
유럽에서 비가열 소시지에 의한 E형간염의 발생 증가 등의 사례와 같이 음식물의 수입과 위생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E형간염이 2020년 7월부터 제2급감염병으로 지정되어 관리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2020년 HEV가 국내 급성 바이러스간염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임상-역학적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시행되었던 정책연구 결과를 보고하여,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급성 바이러스간염의 국가적인 관리와 대책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몸 말
1. 분석방법
가. 연구대상
2020년 2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2개 대학병원에서(그림 1) 급성 간염으로 진단되고 각 기관 연구윤리위원회(IRB)에서 승인한 연구동의서를 제공한 18세 이상 환자를 전향적으로 등록하였다. 등록된 급성 간염 환자 226명 중에서 혈액검사와 추가적인 병력을 통해 독성간염, 자가면역 간염, 담도질환에 의한 급성 간 기능 손상, 원인미상의 간염 등을 배제하고(n=147명), 급성 바이러스간염 환자로 확진된 79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나. 자료 수집
방법 급성 간염의 정의는 과거 만성 간질환의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 급성 간염에 합당한 증상(피로감, 구역, 구토, 황달, 우상복부 통증, 열감 등)을 보이면서 간기능검사 항목 중에서 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 또는 alanine aminotransferase (ALT)치가 200 IU/L 이상의 결과를 보이는 경우로 하였다.
급성 바이러스간염의 감별진단을 위해 A형간염은 antiHAV IgM 양성인 경우, B형간염은 HBsAg 또는 anti-HBc (IgM) 양성인 경우, C형간염은 anti-HCV 및 HCV RNA 검사 양성인 경우, 그리고 E형간염은 anti-HEV IgM 양성인 경우로 정의하였다. E형간염의 경우 국내에서 허가받은 검사를 각 병원에서 시행하여 1차 진단하였고, 연구용 혈액시료를 제공하는데 동의한 환자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중국 Wantai사의 anti-HEV IgM 검사와 IgG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고, HEV RNA PCR 검사도 시행하였다. E형간염 및 원인미상의 간염 환자들에서 동의를 받고 얻은 인체유래물 즉, 혈액샘플은 채혈 2시간 이내 원심분리하여 냉장보관 후에 전국에 분포된 Seoul Central Laboratory (SCL)의 이송체계를 이용하여 당일 검사전문기관으로 안전하게 수송한 후(금요일 검체는 냉장보관 후 월요일 이송) 검사전문기관에서 검사 시까지 냉동 보관하였다. 검체 라벨 방법, 처리, 이송, 보관, 결과통보 절차를 논의하여 최종적으로 검체 인수증을 각 병원과 검사전문기관이 관리하였다.
등록된 전체 환자들로부터 감염과 관련된 위험인자를 포함하는 공통서식의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환자들의 의무기록으로부터 수집된 임상정보 및 설문조사 자료는 연구 시작 전에 구축된 공 통서식의 전자 증례기록지(e C R F)가 탑재된 웹페이지에 입력하였다(http://www.acutehep.or.kr). 다기관에서 입력하는 자료의 질 관리를 위해 연구자 교육, 원시자료 지침서 작성과 업데이트를 하고, 독립된 전문적 자료 관리자가 2020년 입력된 자료에 대해 논리 구조를 개발하여 정제작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 발견된 오류들은 수정 입력하였다.
다. 조사자료 분석
수집된 자료에 대해 조사대상의 인구학적 특성, 바이러스간염의 원인별 분포 및 임상-역학적 특징에 대해 기술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통계 분석은 IBM SPSS (version 20)를 이용하였고, 통계적 유의성 검정의 유의수준은 0.05 미만으로 하였다. 범주형 변수인 경우 두 군의 비교는 카이제곱검정(Chi-square test) 방법을, 세 군 이상 비교는 일원 분산 분석(one-way analysis of variance, one-way ANOVA) 방법을 사용하였다. 연속형 변수인 경우 두 군의 비교는 t-test를, 세 군 이상 비교는 일원 분산 분석을 사용하였다.
2. 연구결과
가. 급성 바이러스간염 환자들의 원인별 분포 및 인구학적 특성
전체 79명의 확진된 급성 바이러스간염 환자들에서 간염의 원인으로 A형간염이 60명(76%), E형간염 7명(9%), C형간염 3명(4%), B형간염 2명(3%), Epstein-Barr virus (EBV) 감염증에 동반된 간염 5명(6%) 및 cytomegalovirus (CMV) 감염증에 동반된 간염 2명(3%) 순이었다. 따라서 E형간염은 A형간염에 이어 2번째로 흔한 원인이었으며, B형 및 C형간염보다 많았다(그림 2). EBV나 CMV는 1차적으로 간세포에 감염되어 증식하면서 간염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전신 감염증에 동반되어 간에도 염증세포가 침윤되어 간염이 발생하여 일반적으로 간염 바이러스라고 불리지 않으므로 기타로 분류하였다.
급성 바이러스간염의 각 원인별 환자의 임상-역학적 특성은 표 1에 요약하였다. A형간염 환자 최저연령은 39세로 가장 낮았으며 E형간염 환자들의 평균나이는 57세였고, 남성의 비율이 E형간염에서 기타 원인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A형 및 B형간염에 비해 E형간염 및 C형간염 환자들에서 AST/ALT 평균치가 유의하게 낮았다.
나. E형간염 7례의 상세 임상정보
본 연구결과 anti-HEV IgM 양성 결과를 보여 E형간염으로 진단된 7례 중 남자가 6명, 여자는 1명으로 남자가 많았다. 남자 환자들은 40~60대의 나이였으며 강원지역 거주자가 3명이나 차지하였다. 이 중 1명은 축산도축업 종사자였다. 이들 환자의 상세 생화학 검사결과는 표 2에 요약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등록 3개월 전 육회 섭취력이 7명 모두에게 있었고 생선회 섭취력은 6명, 얼린 과일 섭취력은 6명, 동물의 담즙이나 피를 섭취한 병력이 2명에서 있었다. 총 빌리루빈치가 20 mg/dL이 넘는 심한 황달을 동반한 경우가 2명이었고 7명 모두 자연 회복되어 간이식이나 사망 사례는 없었다.
다. E형간염 환자들의 혈청 진단검사 결과
E형간염은 혈청에서 anti-HEV IgM 양성이거나 혈액 또는 분변에서 HEV RNA 양성으로 검출되면 진단된다. 그러나 아직 anti-HEV IgM 항체 검사의 세계적인 표준검사법이 없고 ELISA 검사법을 개발한 회사에 따라 다양한 항원이 사용되고 있으며 결과값의 일치율이 높지 않다. 본 연구에서 E형간염으로 진단된 대부분 환자들은 현재 국내에서 승인되어 사용되는 anti-HEV IgM 검사법인 Abia사의 검사방법으로 1차적으로 진단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최근 E형간염 연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선호되는 검사법인 중국 Wantai 사에서 제작된 항체검사법의 결과와 상이함을 알 수 있다(표 3). 즉, 본 연구에서 두 가지 검사법을 모두 시행한 5명의 환자들 중에서 3명만이 검사결과가 일치되었다. 그 뿐 아니라 realtime PCR법으로 급성기 혈청에서 HEV RNA 검사를 시행한 6명의 환자에서 오직 1명에서만 HEV RNA 양성 결과를 보였다. 이는 증상을 동반한 급성기 환자의 혈청에서는 이미 HEV viremic level이 현저히 감소하여 HEV RNA가 검출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E형간염의 진단 표준화를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라. E형간염 법정감염병 지정 이후 신고건수
2020년 7월 1일부터 E형간염은 제2급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진단이 확인된 경우 24시간 이내 전수 신고하게 되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에 올라온 자료에 의하면 2020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월평균 30건의 신고가 되고 있으므로 연간 361건 정도로 추정된다(그림 3).
2020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E형간염 환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50대가 51명(21.2%)으로 가장 많았고, 70세 이상 50명(20.7%), 60대 47명(19.5%) 순으로 나타났으며, 최저연령은 1세, 최고연령은 91세였다. 성별간 비교에서는 남성이 152명으로 여성 89명에 비해 1.7배 많았다(그림 4).
17개 시·도 행정구역에 따른 급성 E형간염 환자의 지역별 신고 현황을 보면, 경기가 75명(31.1%)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9명(12.0%), 강원 22명(9.1%), 경남 20명(8.3%) 순으로 나타났다(그림 5).
바. 국내 E형간염 관련 주요 연구 결과
국내에서 HEV 증례보고는 2002년부터 드물게 보고되어 왔는데 대부분 해외여행력이 없는 국내발생 증례였고, 일부에서 맷돼지 담즙이나 사슴고기 등을 섭취한 후 HEV 유전자형 4형에 의한 간염이 보고되어 국내에서도 인수공통감염(zoonosis)에 의한 HEV 감염이 발생함을 시사하였다. 국내 환자에서 분리된 HEV는 대부분 유전자형 4형 및 3형이었고 유전자형 4형의 경우 중국에서 보고된 돼지 및 사람유래 HEV 염기서열과 유사성이 높았다.
한편 국민건강영양조사 혈액 검체를 이용한 HEV항체 유병률 연구로, 2005년에 수집된 497 샘플(10세 이상 인구)에서 anti-HEV IgG 양성률은 9.7%로 보고되었다. 2007~2009년 수집된 2,440샘플 (10~55세 인구)에서 항체 양성률은 5.9%로 보고되었다[5]. 그러나 50대 인구의 경우 20%이상, 60대 이상 인구에서 양성률이 53%이어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여자보다 남자에서 HEV 유병률이 높았다. 또 2012년 시행된 국내 도축업자 1,848명(60%가 50대 이상, 84%가 남자)의 혈청에서 anti-HEV 양성률은 33.5%였고 anti-HEV IgM 양성률은 0.5%, HEV RNA 양성률은 0.2%였다.
맺는 말
E형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급성 간염의 원인이다. WHO 자료에 의하면 2015년 A형간염에 의한 사망자수가 7,134명인데 반해 2016년 HEV에 의한 사망자수는 44,000명으로 A형간염보다 약 6배 이상 많은 사망자수가 초래되었다[1]. 본 연구 결과 국내 성인에서 급성 바이러스간염 환자 79명 중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A형간염이었고 E형간염은 두 번째로 흔한 원인으로 9%를 차지하였다. 7명의 E형간염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7세, 대부분이 남자였고, 모두 입원 치료가 필요하였으나 간이식 없이 회복되었다. 국내 성인에서 HEV 항체유병률은 최소 10% 이상으로 추정되나 2020~2021년 E형간염으로 진단된 보고건수가 연간 340례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대부분이 무증상 감염인 HEV의 감염 특성과 함께 HEV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진단율이 낮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국내 인구를 대상으로 E형간염의 항체유병률 및 질병부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HEV 감염을 진단하는 표준검사법이 국제적으로 없다는 점 및 국내에 승인받은 항체검사의 위양성률이 높을 가능성 등의 문제점으로 향후 HEV 진단법의 향상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E형간염이 심한 임상경과를 보일 경우 사용되는 치료제로는 리바비린과 페그인터페론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승인되지 않았으며, 향후 HEV 특이적인 항바이러스 약제의 개발이 필요하다. HEV는 면역억제자에서 급성 간염으로 끝나지 않고 만성화되어 만성 간염,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으므로 국내 면역억제자에서 HEV 감염의 역학 및 치료에 대한 연구도 향후 필요하다.
주간 건강과 질병•제14권 제30호(202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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