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안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을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하도 서러워 꼬박 며칠 밤을 가슴 쓸어 내리며 울어야 했을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살고 싶었을 때 어디로든 떠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 짚시처럼 허공에 발을 내딛은 지난 몇달 동안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사람이 없었으며 사랑받고 싶어도 사랑해 줄 사람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했으며 필요한 누군가가 나의 사랑이어야 했다.그립다는 것이 그래서 아프다는 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을 혼자가 되고부터 알았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그 모질게 내 뱉은 말조차 이제는 자신이 없다. 긴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안다. 그나마 사랑했기에 그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그것마저 없었을 땐 숨을 쉬는 고통조차 내 것이 아닌 빈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오랜 수첩에는 슬픔이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적었나보다 이름만으로 적혀진 사람이 기억나지가 않는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기억을 파헤쳐보아도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저 이름으로만 그 사람을 상상하고 오랜 연락번호가 세월처럼 희미하게 퇴색되어 있는 것을 볼 뿐이다 지금 이 번호로 전화 하면 이름만으로 내게 남은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괜한 장난 끼가 발동하여 번호를 누르니 “여보세요.” “찰깍” 이름으로만 기억되는 사람이 갑자기 슬퍼졌다 나도 그 사람에게 슬픈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