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에 내걸려진 현수막이 아직도 걸려있습니다.
무슨 초등학교 동창회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시골에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서울에서 내려오는 동창들이 많으니 그때 동창회를 하는 모양입니다.
동창회가 나쁠 건 없지요.
그런데 어린 나이가 아닌 어른이 돼서 남녀가 만나니 이게 문제입니다.
코 흘릴 때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던 아이들이 나이가 먹어 만나니 이제 남자와 여자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집사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동창회에 가서 바람난 남편들 얘기가 드물지 않습니다.
더구나 거기서 첫사랑이라도 만나면 사고가 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닙니다.
여자도 마찬가지지요.
어느 집사님이 남편이 오랫동안 가출해있는 상황에서 동창회에 갔습니다.
만날 부재중인 남편 때문에 외롭고 힘들었는데 거기서 만난 남자 동창이 어찌나 잘해주는지 그래 오늘은 사고를 치고 말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단둘이 있게 되자 그 동창이 무슨 사업을 하는데 투자를 좀 해달라고 하더랍니다.
그제사 확 깬 집사님은 동창의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동창이라는 달콤한 추억으로 포장된 남자의 실체를 알게된거지요.
남편이 아닌 남자가 여자에게 바라는 건 정욕이나 돈뿐입니다.
이걸 모르고 사랑이니 뭐니 착각해서 망하는 거지요.
저도 몇 년 전 딱 한번 동창모임에 간적이 있습니다.
부장검사를 하다가 변호사가 된 동창의 개업식이었는데 이십대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지질하게 놀던 그 아이가 아니라 중년의 멋과 품위가 흐르는 신사가 서있는게 아닙니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히히하하 웃다보니 어제 만나고 헤어진 사이들처럼 동창들은 순식간에 다 가까워졌습니다.
이래서 동창회는 위험한 곳입니다. 무장해제한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가정을 깰 수 있는 11가지 항목을 든다면 꼭 초등 동창회를 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