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심리학>
<3> 리더십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개인적 이익을 멀리하는 것이다
- 전장에 먼저 뛰어드는 상관과 뒤에서 뒷짐 지고 명령만 하는 지휘관
- 리더가 공동 목표에 헌신하고 신념 보여야 부하들도 목숨 걸고 임해
- 조직원 간 이해 갈등 상황 해결책은 리더가 자신의 특혜 포기하는 것

불리한 상황에서 부하들로 하여금 장기적 목표를 위해 인내하고 목숨을 걸고 싸우도록 이끄는 것이 리더의 몫이다. 사진은 영화 ‘위 워 솔저스’에서 바람직한 리더십을 보여준 할무어 중령.

영화 ‘영광의 길’에서 자신의 승진을 위해 부하들을 무참히 희생시키는 리더로 그려진 프랑스 미로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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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서 사기(史記)의 손자오기열전 편에는 ‘연저지인(?疽之仁)’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이 고사성어는 직역하면 ‘종기를 빨 만큼 어진 마음’이라는 뜻이지만 장군이 부하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장수이자 병법가인 오기(吳起)는 병사들과 함께 모든 고통을 나누었다. 그는 병사들과 똑같이 입고 먹었으며 자신이 먹을 식량은 손수 들고 다녔다.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고 병사들과 똑같이 걸어서 행군을 했으며 잠을 잘 때에도 자리를 깔지 않았다.
한번은 종기를 앓는 병사가 있었다. 오기는 그 병사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 고름을 없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그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했다. 의아한 나머지 어떤 사람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의 어머니는 대답하길 “예전에 오공(吳公: 오기)께서 저 아이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준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오공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 또 제 아들의 종기를 빨아 주셨다니 그 애 또한 곧 죽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모두가 오기처럼 부하의 충성심을 누리는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마음의 산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를 공동으로 달성하기 위해 집단을 만들고 이와 함께 지켜야 할 법이나 도덕과 같은 규범도 만든다. 이때 규범은 보통 개인의 이기적 행동을 억누르는 기능을 하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규범을 어김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이 어장 보호를 위해 어획량 제한 규범을 지킬 때 자기는 그것을 어김으로써 더 많은 고기를 잡고자 한다. 소위 이러한 무임승차를 다수가 한다면 그 집단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와해돼 모두의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진화론에서도 강조하듯 인간은 얼굴 표정과 같은 여러 단서를 통해 무임승차자를 찾아낼 수 있도록 발달해 왔다. 그러나 규범과 더불어 이것만으로 인간의 이기적 행동을 다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리더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러한 행동을 자발적으로 절제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 스스로 전체를 위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왜냐하면 리더가 개인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데 골몰하면, 결국은 구성원 모두가 자기만을 위해서 서로 싸우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신뢰나 충성과 같은 협동적 관계의 특성이 생겨날 리 만무하다.
두 편의 영화가 극명하게 대조적인 리더십의 형태를 보여준다.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 랜덜 월레스 감독·2002)’의 할 무어(멜 깁슨) 중령은 설득력 있는 리더의 전형이다. 전투에서 리더가 자신의 전부를 걸지 않을 때 적진에 뛰어들 부하는 거의 없다. 그는 장교들이 맨 먼저 전장으로 뛰쳐나갈 것을 요구할 뿐더러 자신도 그것을 실천했다. 전장으로 가기 전 그는 말한다. “내가 땅에 발을 가장 먼저 내딛고 철수할 때도 맨 마지막으로 발을 뗄 것이며, 어느 누구도 적진에 남겨 놓지 않을 것이다. 죽은 자건 살아남은 자건 우리 모두 함께 집에 온다.”
반면 ‘영광의 길(Paths of glory: 스탠리 큐브릭 감독·1957)’에 등장하는 프랑스 미로 장군은 자신의 승진을 위해서 부하들을 무참히 희생시키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병사들에게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는 ‘개미고지’를 탈환하라고 명령한다.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이 무모한 작전은 끔찍한 희생을 초래한다.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한 병사들이 참호를 떠나 진격하기를 거부하자 미로 장군은 병사들을 움직이기 위해 아군의 진지에 포를 쏘도록 명령한다. 또한 “난 진격을 명령했는데 자네 부대는 명령을 거부했다”며 명령을 따르지 않은 부하 지휘관을 비난한다. 전장의 가장 안전한 곳에서 뒷짐을 지고 내리는 상관의 명령에 기꺼이 목숨 걸고 따를 병사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사람들이 사적인 이득에 더 민감한 또 다른 이유는 주어지는 만족의 시간적 거리와 관련이 있다. 대개 공동의 목표 달성이 주는 만족은 시간적으로 먼 반면, 개인적 욕구의 충족이 주는 만족은 즉각적이다. 예를 들면 군복무는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나중에 더 큰 만족을 주지만, 고단한 군복무를 지금 회피하면 당장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즉각적인 만족보다 장기적인 만족을 추구할 수 있는 역량을 ‘자기 통제’ 혹은 ‘만족 지연’이라고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 통제를 할 수 있을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나 정신지체 청소년들은 나중의 더 큰 보상보다 적더라도 지금 당장의 보상을 선호한다. 비둘기나 쥐와 같은 동물도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일반 성인들도 소음과 같은 부정적인 상태를 없애주는 보상의 경우는 이후의 큰 보상보다 작더라도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한다. 이것의 의미는 사람들이 힘든 군복무가 주는 장기적 보상보다는 그것을 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즉각적 만족을 더 추구하기 쉽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장기적 이득처럼 그것이 불확실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하고자 한다. 심리학자 노이만은 이러한 경향성을 수리적으로 증명해 ‘최소 최대 정리’라고 칭했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서 부하들로 하여금 장기적 목표를 위해 인내하고 목숨을 걸고 싸우도록 이끄는 일도 리더의 몫이다. 리더가 공동의 목표에 대한 철저한 신념 속에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헌신할 때 비로소 개인적 욕구의 유혹으로 흔들리는 부하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리더의 눈이 늘 높고 먼 곳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더가 흔들리면 부하도 흔들린다. 리더는 흔들리는 부하를 잡아줄 수 있지만 부하는 흔들리는 리더를 잡아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리더라는 자리의 외로움을 치열하게 겪어본 리더가 진정한 리더다.
군대를 포함한 모든 조직에서 각자가 사적인 이득을 늘리고자 할 때 갈등이 생긴다. 이러한 갈등은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의 충돌을 가져오고 그것은 조직의 분열을 초래한다. 이것을 해결할 한 가지 방법은 오기가 그랬던 것처럼 리더가 자신의 개인적 특혜를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 부대에는 일본인, 중국인, 흑인, 히스패닉, 체로키 인디언, 유대인, 젠타인까지 섞여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인이다. (중략) 너희들과 나는 평등하다”라고 말함으로써 할 무어 중령은 백인으로서의 그리고 지휘관으로서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았다. 전투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그는 가장 불리한 처지의 부하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이런 리더십이 분열된 부하들을 더 큰 하나로 아우르는 진정한 리더십이다. 이런 리더에게 충성하지 않을 부하가 어디 있으랴.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Songs From a Secret Gard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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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Songs From a Secret Garden
Secret Garden 1995–present
No.1 - Noctur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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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Title: Songs From a Secret Garden - Secret Garden
Studio/Live Studio Mono/Stereo Stereo Audio CD (April 16, 1996) Label: Polygram Records / PHILIPS (P) 1995 PolyGram A/S Norway (C) 1996 Philips Classics Marketed in the UK by Philips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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