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33주일 강론 : 탈렌트의 비유(마태 25,14-30) >(11.19.일)
1. 2장뿐인 달력을 보니 2023년도 다 지나갔습니다. 을씨년스럽게 부는 바람에 차가워지면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여라.”라는 말씀이 떠오르면서,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회는 11월을 ‘위령성월’로 정해서, 돌아가신 영혼들, 특히 연옥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달로 정하고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죄의 사함은 받았지만, 잠벌(잠시 머무르는 벌)을 기워 갚지 못한 영혼은 천국에 들어가기 전, 잠벌에 대해 보속하는 곳이 연옥입니다. 그런데 연옥영혼은 자신을 위해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고, 살아있는 우리 도움을 받아야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우리 중에 죄 없는 사람이 없기에, 죽은 후에 사람들의 기도가 필요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알 수 없으니 늘 깨어 있으라.”(마태 25,13)는 말처럼, 우리가 죽어서, 주님 앞에 나아갔을 때, ‘저는 참된 신자로 살았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천상교회, 지상교회, 연옥교회가 기도 안에서 서로 엮여있다고 믿습니다. 천상교회의 성인들은 지상교회의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간구하고, 지상교회는 연옥영혼들이 하루빨리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는 우리는 기도의 공로를 이승과 저승에서 나누며, 연옥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소금 먹은 놈이 물 쓰인다.”는 말처럼, 우리 기도, 미사참례, 희생, 자선으로 천국에 간 연옥영혼은 천국에 가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줄 것이기 때문에, 연옥영혼을 위해서 계속 기도해야겠습니다.
2.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현세뿐만 아니라 내세를 생각하게 되지만, 젊은이들은 내세는커녕 현세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더욱이 많은 청소년의 희망은 연예인이나 유투버입니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하면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취미 중의 한 가지는 유투브 검색입니다. 재미있어서 보는 채널도 있지만, 뭔가 유익한 정보가 있으면 교우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검색합니다.
어렸을 때 TV를 보면 신기했습니다. 한 사람이 어떨 때는 나이 많게 나왔다가 젊게 나오기도 하고, 결혼도 몇 번씩 할 수 있어서 그런 화려한 모습 때문에 연예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감춰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예인이 되어도 성공하기 힘들고, 밥 먹고 살려면 막노동이라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돈 없어 굶어 죽는다.’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연예인이 되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얼굴이 참 잘 생기고 예쁘고, 몸매도 좋고, 능력도 대단해 보입니다. 그들에 비해 우리는 얼굴도, 몸매도, 능력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람도 달란트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연예인들만큼은 되지 않겠지만, 뭔가 남들보다 잘 하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우리 인생을 값지게 꾸려가야 합니다.
3.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하느님 나라의 비유 중에 ‘달란트 비유’(마태 25,14-30)가 있습니다. 달란트는 예수님 시대에 통용되던 그리스 화폐단위였는데, 가치가 엄청났습니다.
1데나리온이 그 당시 일꾼들의 하루 일당이었는데, 1달란트는 6,000데나리온, 6,000일(16년 5개월)의 품삯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사람들은 구경조차 힘든 가치의 화폐였습니다. TV 탈렌트의 어원이 여기에 기원이 있는 것도,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 대한 높은 가치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달란트를 재능이나 능력으로 이해하면 불공평한 말씀 같습니다. 하느님이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재능과 능력을 주셨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변변찮게 주신 것 같습니다. 더욱이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 그들이 받은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여 달란트를 2배로 늘려오자 그들을 칭찬하셨지만, 한 달란트만 받은 사람이 그것을 땅속에 묻어뒀다가 갖고 오니까, 게으르다며 오히려 그가 가진 것마저 빼앗아버렸습니다.
1개의 달란트를 받은 종이 그것을 땅에 묻어놓은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주인이 맡긴 돈을 잃어버리지 않아야겠지만, 그것을 가만히 묻어두지 말고 재투자하고, 또 주님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저도 우리 교우들에게 여러 가지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달란트 비유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교훈은, 자기가 받은 것이 불공평하게 생각되더라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전시킨다면 하느님께 칭찬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재능과 능력이 발휘되어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느님께 엄청 칭찬받는 게 마땅해 보입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눈부신 발전을 이룰 미래사회는 인간의 재능과 능력을 극대화시킨 사회로, 개인의 자유와 편리, 필요가 충족된, 더할 나위 없이 칭찬받아 마땅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4. 하느님이 주실 수 있는 것은 사랑이시기에,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는 ‘사랑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린토 전서에서는, 온갖 지식을 깨우치고, 하루아침에 산을 바다로 옮겨놓을 만한 믿음을 갖고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1 고린 13,1-3 참조)
재능과 능력으로 따져본다면, 인공지능(AI)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겠지만, 그것은 생명 없는 기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볼 때, 달란트를 많이 받았다 해서 좋아할 일도 아니고, 적게 받았다고 해서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많이 희생하고, 적게 받았더라도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혼자만 간직하지 말고, 이 땅에 하늘나라를 건설할 수 있도록 사랑을 키워나가야겠습니다. 주님이 주신 달란트에 감사드리며, 주님과 이웃을 위해 우리 달란트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