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장르를 좋아한다면 이 시대 최고로 꼽히고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는 개미·고양이·꿀벌 같은 동물과 신(神)·천사(天使) 같은 초월적 존재를 내세워 인간과의 관계를 그려 내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다. 우리는 흔히 세상의 주인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서 보면 세상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은 그저 조연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주연을 동물로 내세워서 소설을 써 오고 있는 작가는 “이 세상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다.”라고 끊임없이 강조하기도 한다.
《행성》의 주인공은 ‘바스테트’라는 고양이로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을 딴 ‘집고양이’다. 나는 프랑스 한 도시에서 살았으나, 어느 날 인간들의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 인간들의 시스템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 거리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지옥과 같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벌어졌으며, 그동안 지하에 숨어 지내던 황갈색 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마치 다시 중세로 돌아간 것처럼 ‘페스트’가 창궐했고,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이 추풍낙엽처럼 죽어 나갔다. 나는 파트너인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이전부터 동무였던 앵무새, 개, 토끼, 돼지, 그리고 인간 집사인 나탈리와 나탈리 짝이면서 내 정수리에 제3의 눈을 이식해 준 과학자 ‘웰즈’교수 등과 프랑스를 탈출하기로 했고, 〈마지막 희망〉이라는 이름의 함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35일 뒤였다.
그러나 뉴욕도 유럽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고, 뉴욕항에 도착한 배에서 하선 하기 전에 닻줄을 타고 올라온 뉴욕 쥐들의 인서전술(人鼠戰術)에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필사의 싸움에서 나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겨우 살아났지만, 동료 고양이 140마리, 인간 10명, 돼지 65마리, 개 52마리가 죽었다. 앵무새 ‘상폴리옹’과 나탈리를 비롯해 겨우 일곱이 살아남았는데,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지, 아니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밤중 뉴욕 고층빌딩 맨 위층에서 보내는 불빛을 보고 그들과 모리스 부호로 통신을 교환해 그들이 보내 준 드론을 타고 그곳으로 옮겨가다가 내 짝인 피타고라스를 잃었고, 앵무새 상폴레옹까지 잃었다. 다행히 아들 ‘안젤로’와 집사 ‘나탈리’등 5명만이 살아남았다. 빌딩 안도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뉴욕 쥐들이 이미 콘크리트까지를 갉아 먹어 1932년 지어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 전부터 무종교인 대 종교인, 가난한 자와 부자들의 대결로 내전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데다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구성원 공동체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면서 동시다발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흑인, 백인, 중국계, 히스패닉계, 아일랜드계, 이탈리아계, 독일계, 북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일본계, 한국계 등으로 나뉘고, 종교는 개신교, 가톨릭,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공화당, 민주당, 공산당, 무정부주의자, 히피족, 펑크족, 고스족, 록 족, 테크노족 등으로 나뉘어져 미국 전역이 그야말로 대혼란을 빠져 있었다.
우리는 이미 유럽에서 겪었던 것처럼 행정과 국가관리 시스템이 점차 마비되다가 어느 순간 작동이 멈추자, 그때부터 도시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하고, 쥐들이 하수구와 터널 같은 지하 서식지를 버리고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 검은 쥐, 흰쥐, 회색 쥐, 갈색 쥐가 주도권을 놓고 싸우더니 결국은 갈색 쥐가 세력을 잡았지만, 그들은 유럽을 휩쓴 돌연변이 페스트의 매개체로써 인간을 무더기로 감염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지 못했다. 연구에 집중할 환경이 못 됐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 몇몇 과학자들이 페스트 백신이 아니라, 쥐를 죽이는 쥐약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다.
실험용 쥐를 이용해 독감에 걸린 쥐가 재채기를 하는 순간 주변에 있는 쥐들에게 바이러스가 퍼지게 하는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개체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살아남은 쥐들이 맨해튼을 탈출하였고, 몇 주 뒤에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왔는데, 이때는 이들을 막을 수조차 없는 강한 면역력을 갖고 있었다.
1.로마의 원형경기장 출입문에는‘스투페테 겐테스(Stupete gentes)’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직역하면 “사람들이여, 놀랄 준비를 하시라”는 뜻이다. 엔터테인먼트가 갖춰야 하는 기본적 예의를 상기시키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2.살다 보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탈리아 사상가이자 역사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주사위를 던져 국정에 관한 의사 결정을 내렸던 왕의 이야기를 하고는 이런 방식으로 국정을 결정했던 왕과 이성과 논리에 의존해 결정을 내렸던 다른 군주의 예를 들어 둘을 비교하여, 이를 통해 반드시 숙고한다고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며 고민 없이 판단을 내린다고 반드시 실패하는 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3.알카포네 : 189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정규교육을 받았으나, 14살 때 교사를 폭행해 퇴학당한 후, 깡패들과 어울렸다. 갈루초라는 깡패 누나를 욕했다가 갈루초에게 면도칼을 맞아 ‘스카 페이스’라는 별명을 얻기고 했다. 1920년대 지방선거에 개입해 유권자를 협박하고,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하는 등으로 정치인과 법조인, 경찰을 자신의 영향 아래 두었다. 26살 때 도박장 150개, 바 161개, 매춘업소 22개를 두어 명실상부한 마피아 보스로 군림했는데, 8백 명의 조직원을 두었던 이탈리아인 보스 토리오로부터 조직을 넘겨받았기 때문에 알폰소 카포네를 이탈리아계 마피아라고 부른다. 1931년 탈세 혐의로 체포되어 복역타가 사고를 당해 치료를 위해 석방되었으나, 48살 때 마이애미에서 죽었다. 그것도 이전에 걸린 매독 휴유증으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백과〉 |
대혼란을 피해 104층 고층 빌딩으로 피난한 4천여 명의 각계 부족들은 대표단을 결성키로 하고 〈101인 부족 대표단〉을 창설했다. UN 총회 같은 역할을 하게 될 대표단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기로 하였는데, 이때 쥐들도 고층빌딩을 공격할 음모를 꾸며 건물 지하 환풍구를 통해 화염 공격을 시도해 온다. 진화 장비를 동원해 불을 꺼 보지만, 이미 물탱크가 비어 있어서 뽀족한 수가 없다. ‘크렌트’장군 부하들이 2층으로 내려가 기관총을 난사해 보지만, 탄약보다 그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쥐들은 한 마리가 쓰러지면 세 마리가 빌딩 앞으로 몰려왔다. 쥐들이 놓은 불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빌딩 안에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렵게 되자, 드론으로 피난하자는 의견이 분분할 때 우리의 주인공 바스테트가 “우주여, 제가 이 행성을 통치하게 되길 바라신다면 지금 저를 구해 주소서!”하고 신에게 기도하여 비를 내리게 해 일단 위험을 모면했다. 이렇게 되자 바스테트는 고양이 부족도 ‘101인 대표단’의 일원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인간 부족들은 동물이 대표가 될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101인 부족 대표단〉의 수많은 대책 회의에도 불구하고, 쥐들을 박멸하기는커녕 당장 쥐들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바스테트는 미국 쥐 우두머리 ‘알카포네’와 유럽 쥐 우두머리 ‘티무르’중 한 명인 티무르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쥐 군단 지휘관인 그들을 죽이지 않고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며 동료인 ‘에스메랄다’와 ‘부코스키’를 대동하고 드론을 이용해 적의 주둔진지가 있는 ‘자유의 여신상’지하 계단으로 몰래 잠입한다.
밤중에 몰래 잠입했음에도 적들에게 발각되어 싸우다 부코스키를 잃고, 에스메랄다와 필사적으로 드론을 타고 도망쳤고 겨우 비속을 뚫고 104층 빌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끝까지 자신의 꼬리를 물고 따라온 제후 쥐 한 마리를 얻었는데, 그를 설득하고 개조해 적 정보를 알게 되면서 적의 2차 화염공격을 막아내기에 이른다. 이로 인하여 나 바스테트는 〈101인 부족 대표단〉의 일원이 되었고, 이제 조직은 〈102인 부족 대표단〉이 되었다. - 이상 1권, 1막과 2막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후에 2권, 3막, 4막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2권 이야기는 따로 붙혔다.(9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