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사후)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한다
6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품 재분류 결과를 발표하면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였습니다. 향후 공청회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식약청의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분류를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하는 입장을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1. 응급피임약은 단순한 피임약이 아니라 반생명적인 낙태약입니다.
응급피임약은 작용원리상 배란 억제 또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막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성관계로 수정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경우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반착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응급피임약은 수정된 난자가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인간생명인 배아의 죽음을 초래하는 낙태약입니다. 따라서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응급피임약을 배포하고 처방하고 복용하는 행위는 낙태시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악행”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인간은 존엄하고,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은 일관되게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합니다(한국 천주교 생명운동 지침서, 10항).
2. 응급피임약은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이지 못하였습니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야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98년부터 2006년 사이에 보고된 10개국 23개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응급피임약 사전 보급이 낙태율을 낮추지 못했고”(A. Glasier, 2004),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도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나 낙태의 비율을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E. Raymond, 2007). 또한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일 경우 오히려 응급피임약 사용이 늘어남으로써 남용하게 되고, 특히 청소년들의 성문란을 조장하며, 청소년들의 낙태와 성병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T. Tyden, 2002).
3. 응급피임약은 결코 건강에 해롭지 않은 약이 아닙니다.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보다 호르몬이 10∼30배 높기에 1회 복용만으로도, 심한 복통과 두통, 출혈과 구토 등 다양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응급피임약의 습관적인 남용은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우리나라는 응급피임약 사용률(5.6%)이 일반피임약 사용률(2.8%)을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응급피임약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여성들의 건강, 특히 청소년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4. 그러므로 응급피임약 문제는 단순히 약리적인 문제만으로 다룰 수 없고, 윤리적, 사회적, 의료적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서 다루어야 마땅합니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낙태와 자살 등 생명경시 풍조와 퇴폐문화가 만연한 것에 대해 스스로 먼저 반성하면서 아래와 같이 호소합니다.
1)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응급피임약의 윤리적, 사회적, 건강상의 문제들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건전한 생명문화와 성문화를 건설하기 위하여 응급피임약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교육과학기술부는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의 장을 확대하고, 성·생명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약사회나 제약회사는 경제적 이득에 앞서 먼저 생명의 존엄성과 장차 이 나라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윤리와 건강을 걱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4) 부모들은 가정에서 성은 사랑의 길을 지나서 생명을 지향할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음을 삶으로써 자녀들에게 보여주시고, 성·사랑·생명이 연속체적 하나임을 체득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생명을 위하여 애쓰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12년 6월 7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 이 성 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