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바위그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 작품이래요
반구대 암각화
1970년 12월,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역사를 연구하던 동국대 문명대 교수와 동국대박물관 조사단 일행은 '반고사'란 이름의 사라진 절터를 찾으려 울산을 찾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마을 절벽에 아주 오래전부터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말을 듣고는 걸음을 옮겼지요. 그들은 그곳에서 그림이 새겨진 바위를 발견하고 살펴봤어요. 바위는 위아래로 나뉘어 있었고, 위층에는 동심원·마름모·사슴·물고기 등 다양한 도형·무늬와 그림이, 아래층에는 선으로 새긴 그림과 글씨가 있었어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971년 12월, 문 교수 일행은 작년 바위그림을 발견한 천전리에서 약 2㎞쯤 떨어진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盤龜臺)'라고 불리는 절벽에서 남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서, 마을 주민의 안내로 그림이 새겨진 바위를 또 발견했어요. 바위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니 멧돼지, 거북, 고래에 사냥꾼과 물고기를 잡는 어부 등이 그려져 있었어요.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이런 그림을 그린 걸까요? 글씨는 없고 동물들이 주로 있는 걸로 보아, 혹시 문자가 사용되기 훨씬 이전에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그린 건 아닐까요?
맞아요. 짐작한 것처럼 반구대에서 좀 떨어진 곳에 그려진 바위그림은 선사시대에 그린 그림으로 밝혀졌어요. 높이 3~4m, 너비 10~20m쯤 되는 커다란 절벽 바위에 사슴·멧돼지·호랑이·여우·늑대·족제비 등 육지동물과 고래·거북·물개·물새 등 바다동물, 사냥꾼과 어부, 그물이나 배 등 총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던 거예요. 이렇게 바위에 새긴 그림을 '암각화'라고 부르는데, 학자들은 이 암각화가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해요. 그 뒤로 반구대 바위그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 작품으로 손꼽히게 됐지요. 한편 천전리 바위에 그려진 그림과 기하학적 무늬와 글자는 시대를 달리해 몇 차례에 걸쳐 새겨진 것이래요. 학자들은 동물은 신석기시대에, 기하학적 무늬는 청동기시대에, 아랫부분의 글자와 단순한 그림은 삼국시대에 신라인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런데 암각화를 발견하기 전인 1965년 이미 울산 지역의 식수원 확보를 위해 사연댐이 만들어져 있었답니다. 이 댐이 물을 방류(★)하면서 해마다 우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 길게는 8개월 동안 암각화가 물속에 잠긴다고 해요. 이에 따른 침식작용으로 그림 윤곽이 점점 흐려지고, 암각화 앞으로 흐르는 대곡천에 녹조(★)까지 심해져, 자칫 암각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어요. 최근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수위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투명 플라스틱 구조물 '키네틱댐(Kinetic Dam)'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