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진태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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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루=김지윤 기자]
수십 년간 외쳤다.
“한자도 우리글”이라고.
이 말에 대부분이 의아해할 것이다.
‘국수주의 사고가 아니냐’란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자를 만들고 사용한 민족을 추정하는 여러 연구 논문이 있고, 중국과 대만 학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여기엔 한 노학자가 일생을 바친 수고가 어렸다. 문자계에 ‘쿠데타’가 아닌 ‘복원’을 위해 일하는 그. 청범 진태하(淸凡 陣泰夏, 73) 인제대 석좌교수를 종로구 신교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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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교수가 한·중·일 3국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한자 800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한자가 3국 미래의 중심을 이룰 수 있는 요긴한 도구라는 게 그의 골자다. 중앙일보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온다는 건 오래된 이야기다.
앞으로 아시아 경제공동체가 유럽연합(EU)처럼 될지는 몰라도, 아시아의 싱킹 툴(Thinking tool: 사고의 도구)로서 알파벳 같은 강력한 문자권 하나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 강력한 문화적 연대가 생기지 않겠는가. 이건 세계의 축이 아시아로 옮겨 오는 기반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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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뜻하는 ‘便所(변소)’만 쓸 줄 알면 중국이나 일본에서 헤매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지인의 무용담에 한자의 존재감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자는 동아시아권 소통의 도구다. 이를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다.
이는 3국 지성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자문화권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한자를 오랜 사대주의의 폐해로 여기면서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적극 받아들이는, 아니 더 나아가 남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 언어생활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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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자리 잡은 연유와 관련해 진태하 교수는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수십 년째 한자문화권 안팎에서 ‘한자 전도사’로 뛰고 있는 그는 한자 기원을 동이족(東夷族)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국 학자들도 인정한단다.
진 교수 역시도 중국 학자의 논문을 통해 ‘동이족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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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리 조상들은 랴오허(遼河: 요하)지역을 중심으로 터전을 꾸렸다.
이를 홍산문화(紅山文化, 중국 만리장성 북동부에 존재했던 신석기 시대의 문화)라고 하며, 이 유적지에서 王(임금 왕), 桑(뽕나무 상), 田(밭 전) 등이 발견 됐다.
이를 ‘도부(陶符)문자(갑골문자의 전신)’라고 한다.
홍산문화는 기원전 4700~기원전 2900년경에 이뤄진 것으로 1908년 랴오허강역에서 발견된 유적지다.
이곳에서 신석기 시대의 농기구와 채문토기, 비취·옥 등으로 조각한 돼지, 호랑이, 곰 등의 동물 모양 장식품과 우리 민족 고유문화인 돌무지무덤, 빗살무늬토기, 비파형동검, 북방식 고인돌이 발견됐다. 황하문명(기원전 2500년)보다 훨씬 이전의 문명인 홍산문화 유적지에서 초기 한자인 도부문자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한자를 처음 만든 이들이 동이족이라는 주장이 일찍이 중국 학계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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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교수는 오래전부터 “간화자는 중국인만 아는 중국 문자일 뿐 한자가 아니다”며 “정통 한자를 그대로 쓰는 데는 한국이다.
중국과 대만의 지성인들은 한자를 한국에 빼앗긴다고 우려하며 ‘한국에 가서 정통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 말이 더욱 놀랍다.
“우리는 정통 한자를 한민족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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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없는 소리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동이족이 한자를 먼저 사용해왔다는 것이 학계에 공공연한 사실로 자리 잡았고, 정통 한자를 중국도 일본도 아닌 우리가 써오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국이 한자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하는 것은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진 교수의 움직임에 중국과 일본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몇해 전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이러다간 한국에 한자를 빼앗기겠다”며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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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은 마오쩌둥(1893~1976) 주석이 주도한 한자개혁으로 간소화된 한자,
즉 간화자(簡化字)를 주로 사용한다.
대만도 중국과 교역이 확대되면서 간화자 사용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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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혁명 이후 정통 한자, 정체자(正體字)를 번거롭고 복잡한 문자체라는 뜻의 번체자(繁體字)로 여기곤 간화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중국 젊은이들 가운데 정체자를 읽는 이가 거의 없어요. 현재 중국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표리부동(表裏不同)에서 裏(속 리) 자리에 음이 같은 里(마을 리)를 써도 바르다고 봐줍니다. ‘表里不同’이라고 한다면 이는 중국에서만 통할 뿐 한국인과 일본인은 알아보지 못합니다. 마오쩌둥의 문자혁명은 실패한 것입니다. 그의 최종목표는 간자화가 아닌 한자를 모두 로마자화하는 것인데 이렇게 된다면 중국은 어떻게 될까요? 저는 중국과 일본에 1500자만이라도 강희자전체로 글자 모양을 통일하자고 주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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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강희제(康熙帝)의 지시로 1716년 완성된 강희자전은 오랫동안 가장 좋은 자전으로 이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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