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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루의 울진 구수곡자연휴양림과 구수계곡 탐승기
"산이 높다고 해서 명산이 되는 것이 아니고 신선이 살아야 명산(名山)이다" 라는 말처럼 명계(名溪)또한 이와 다르지 않
다 하겠다. 울진에는 유명한 불영계곡 덕구계곡 신선계곡에 이어 비경을 간직한 또하나의 은곡(隱谷)이 있으니, 바로 북
면 상당리의 구수곡(九水谷)이 그곳이다. 오늘날 통고산자연휴양림에 이어 울진군 제2의 자연휴양림인 구수곡자연휴양
림이 있는 곳이다. 구수곡이란 응봉산지맥을 따라 아홉 골짜기가 합수(合水)되어 계곡을 이룬다는 구수계곡 (九水溪谷)
을 일컷는다. 불영과 덕구계곡이 그러하듯 이곳 또한 송암절벽 울울한 계곡을 따라 수 많은 소(沼)와 담(潭)이 즐비하고,
단폭(單瀑)과 쌍폭(雙瀑)을 타고 내리는 낙수청음(落水淸音)은 탈속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계곡이다.
응봉산(鷹峰山)은 낙동정맥(落東正脈) 울진 삿갓봉(1,119m)에서 동쪽으로 분기한 아구지맥(峨口支脈)에 있는 산이다.
990봉 아래 응봉단맥 갈림길에서 아구지맥 주맥은 남쪽 십이령보부상길 조령으로 뻗어가고, 응봉단맥은 904봉을 거쳐
삼척시와 경계하며 동북으로 뻗어 응봉산에 이른다. 아구지맥은 남쪽으로 불영계곡을 품고, 북쪽으로는 응봉산과의 사
이에 다시 첩첩의 능선과 계곡을 거느리며 유명한 덕구계곡과 구수계곡을 품었다. 금강송(金剛松)의 요람지(搖籃地)요,
살아있는 화석(化石)이라는 산양의 서식처다. 비록 천(1,000m)의 고봉에 단 1m가 모자란 999m 높이의 산이기는 해도
응봉산은 당당한 해동 울진(蔚珍)의 천봉(天峰)이요, 대한민국의 명산이다. 아름다운 계곡에 온천(溫泉)은 물론, 북서
쪽으로는 또 다른 명품계곡을 품고 있으니 용소골과 덕풍계곡이 그들이다.
은곡(隱谷)의 구수곡자연휴양림은 여명(黎明)도 늦다. 아침 6시에 휴양림 숙소를 나서니 가로등도 조는 듯 희미하고 사
방은 아직 깜깜하다.울진의 모교 동창회 행사에 왔다가 이곳 휴양림에서 유숙하고 아침 8시면 일정에 따라 다시 이곳을
떠나야 하지만, 눈 앞에 구수곡을 두고 유산(遊山)을 즐기는 이가 그냥 갈 수는 없다. 남은 시간은 겨우 2시간 뿐, 어둠
을 쫓아 최대한의 속보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속세의 맑은 소리는 암반 위의 물소리(속세청음석상천 / 俗世 淸音石
上泉)라는 말이 실감 난다. 미명(未明)이라 물소리는 더욱 낭랑하고, 금강송림의 진한 솔내음은 새벽 맑은 공기를 타고
와 더욱 향기롭다. 그렇게 구수곡7교에 이르니 비로소 하늘이 열린다. 협곡을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구수곡7교) 아래의
옥담은 육안으로는 어렴풋 그 모습을 살피는데 반해, 카메라 랜즈로는 사뭇 깜깜이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플래쉬에 셧
터가 눌려진 후에야 급히 발길을 돌려 되돌아 온다.
어둠 속에 지나온 계곡을 되돌아 내려서니, 구수곡 굽이 굽이의 비경이 여명과 함께 다시 피어난다. 잠에서 막 깨어난
선녀의 홍안(紅顔)인 듯 계곡은 만추의 단풍과 어우러져 붉게 더 붉게 꽃처럼 핀다. 여명이라 송암(松岩)절벽은 수묵화
로 폭폭이고, 하상 기반암 위를 흐르는 계류는 아침하늘을 담아 산수화로 그려진다. 구수곡은 굽이마다 아름다운 승지
(勝地)다. 하지만 목교를 알리는 몇 개의 작은 표지판 말고는 이름도 안내표지판도 없다. 한햇살이 야생화도 그 이름이
있고, 제 이름 불러주면 시들다가도 화사하게 다시 피어나 방싯되는데, 억년의 풍우설상과 곡수(谷水)가 빚어낸 이곳
승지는 그 이름조차 없으니 길손의 마음 안타깝다. 아래의 사진들에서 보는 구수곡4교 주변의 강선대(降仙臺)와 월유
대(月遊臺)는 필자가 감히(?) 작명(作名)한 이름들이다. 그런 한편, 관계기관의 심모원려는 이해하려 애써본다.이곳은
희귀 동.식물의 서식처이니 만큼 입산을 허용한 것도 그나마 다행이니까-
구수곡 상류 두개의 처녀계곡에 있는 웅녀폭포와 용소폭포는 미쳐 가보지는 못했어도 구수곡의 명소라는 것은 알고 있
지만, 필자는 오늘 구수곡의 새로운 명소를 보았다. 새벽 탐승길에 은곡에 숨어 있던 십자소(十字沼)를 발견한 것이다.
계곡 입구에 있는 두개의 쌍폭을 조금 오른 후, 또 다른 얕은 폭포 아래 키높이 깊이의 옥소(玉沼)에서다. 가히 십자소
의 전형(典型)이요, 천하제일의 명품 십자소다. 아침햇살 내려 환한 한 길 진한 갈색 물속에서, 저도 나를 반기려는듯
일렁이는 물결따라 춤을 춘다. 동해시 무릉계곡에 있는 십자소가 유명하지만 이곳에 견줄 바가 못된다. 이곳도 필자는
"구수곡십자소"라 이름을 짖고 구수곡의 대표하는 명소로 강추해보기로 한다. 오가는 트레커들이 살펴보기를 권하고
관계기관에서 하루빨리 실사 후 안내판이라도 걸어주길 바래본다. 때로 많은 탐승객들의 답압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효과적인 관광자원의 활용측면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릴 없으면 일각(一刻, 15분)도 여삼추라지만, 미명에서 여명으로 다시 아침에 이르기까지의 2시간이 쏜 살처럼 잠깐
지나간다. 숙소의 동행자가 마중을 나와 벌써 나를 기다린다, 아침 한 때의 독락을 감추려 애써 표정관리를 해보지만
잘 안 된다. 슬픔은 함께하기 쉬워도 행복은 나누기 어렵다 했다던가. 그러나 이런 류의 즐거움은 나눌 수록 그 기쁨이
배가 된다. 여행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그에게 구수곡의 승경을 본대로 느낀대로 애써 전한다. 아름다운 구수곡에서
의 하룻밤과 새벽 한 때를 잊을 수 없다.
▼ 울진 구수곡자연휴양림 정문
▼ 구수곡자연휴양림 관리동 광장의 아침풍경 / 트레킹을 마치고 나오면서-
▼ 새벽 6시 구수곡휴양림 숙소를 나서며 / 숙소 앞 휴양림 가로등
▼ 구수곡제7교 (출렁다리) 위의 여명(黎明)
▼ 울진 응봉산 및 구수곡 산행 지도
◀ 구수곡 ▶
경북 울진군 북면 상당리에 있는 구수곡은 구수계곡(九水溪谷 ; 용문터골. 제단골. 엔기골. 끔억솔골. 정터골. 옷밭골
옹달골. 보수골. 작은구소골)을 이르는 말로 응봉산 자락의 아홉 골짜기의 물길이 모여 한 곳으로 내리는 계곡을 일컷
는다. 10km에 이르는 계곡을 따라 웅녀폭포와 용소폭포 등이 있으며, 특히 오늘날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산양의
서식처이며 희귀식물이 많이 자생하고있는 곳이다. 한편 휴양림이 있는 계곡 입구를 따라 오르면 쌍폭포와 십자소를
비롯한 굽이 굽이의 계곡마다 천혜의 비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 아구지맥
▼ 구수계곡 입구
▼ 구수곡 제1쌍폭포
▼ 구수곡 제1쌍폭포
▼ 구수곡 제2 쌍폭포
▼ 구수곡 제2쌍폭포 위쪽 암반계류
▼ 구수곡 1교
▼ 구수곡1교
▼ 구수곡 2교
▼ 구수곡2교 위쪽 풍경
▼ 구수곡2교 위쪽 풍경
▼ 구수곡 트레일
▼ 구수곡 십자소 풍경
◀ 구수곡십자소(九水溪谷十字沼) ▶
계곡의 소(沼)나 하상 암반에 계류(溪流)나 폭포의 영향 등으로 인해 십자(十字)모양의 소(沼)가 형성된
지형을 두고 이르는 것으로 흔치 않는 모양이다. 구수곡계곡의 십자소는 동해 무릉계곡의 십자소와 달리
십자소의 전형(典形)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새벽 트레킹 중에 이곳을 발견하고는 기쁨을 가눌 수 없었
다. 이는 울진 구수계곡 제1의 명소(名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유명소(有名沼)로서도 손색이 없는 소
(沼)이다.
▼ 구수곡십자소 / 폭포 아래의 물길을 따라 마치 조각한 듯 십자 윤곽이 뚜렸하다.
▼ 구수곡 강선대(降仙臺, 필자의 작명) 풍경
◀ 구수곡 강선대 ▶
해동 은곡에 숨어있던 곳이다 보니 전해오는 전설이 없다. 아니 설혹 있었다 해도 깊은 산골이니 알 수가 없다.
울진의 오지 속의 깊은 계곡인 이곳은 오지 중의 오지이다. 별 총총한 밤, 달빛을 타고 선녀들이 멱감으려 하강
하였을 곳임에 틀림 없다. 선녀와 나뭇꾼의 전설은 이곳이라면 어쩌면 주저리 주저리 열렸을 법한 곳이다.아름
다운 계곡이다. 산고 곡심한 협곡에 화강암으로 된 넓은 기반암을 타고 흐르는 계류에 아침하늘이 내려 환하다.
필자가 명명(命名)해본 "구수곡 강선대(降仙臺)", 은곡(隱谷)의 비경(秘景)이다.
▼ 구수곡 강선대(降仙臺, 필자의 작명) 풍경
▼ 구수곡 강선대의 방지(方池 ,네모꼴 연못)형 용추소(龍湫沼)-1
▼ 구수계곡 강선대의 방지(方池 ,네모꼴 연못)형 용추소(龍湫沼)-2
▼ 구수곡 강선대의 방지(方池 ,네모꼴 연못)형 용추소(龍湫沼)-3
▼ 구수곡 강선대의 방지(方池 ,네모꼴 연못)형 용추소(龍湫沼)-4
▼ 구수곡 벼랑길
▼ 구수곡 암반계류-1
▼ 구수곡 암반계류-2
▼ 구수곡 암반계류-3
▼ 구수곡 암반계류-4
▼ 구수곡 암반계류-5
▼ 구수곡 4목교
▼ 구수곡 4목교
▼ 구수곡 4목교
▼ 구수곡 4목교 주변 풍경
▼ 구수곡 월유대(月遊臺 ; 필자의 명명)-1
▼ 구수곡 월유대-2
▼ 구수곡 월유대-3
▼ 구수곡 월유대(月遊臺)-4
▼ 구수곡 하상 기반암계류
▼ 구수곡 5교
▼ 구수곡 5교
▼ 암반 곡류
▼ 구수곡6교
▼ 미명의 구수곡
▼ 여명의 구수곡
▼ 구수곡7교 출렁다리 아래의 무명 소.
▼ 구수곡7교(출렁다리)
▼ 구수계곡 웅녀폭포(좌)와 용소폭포 / 자료사진
▼구수곡휴양림에서 덕구온천 가는 고갯길의 잣나무 숲길 / 아침 창천(蒼天)이 시리도록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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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과
멋진 기행문 즐감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별을보며 하룻밤 머물고싶은 풍경입니다
그렇잖아도 구수곡휴양림에 숙소를 정하고 별빛샤워를 기대하였답니다.
그런데 윤구월 16일 보름 같은 밤인데
잔뜩 흐린 하늘에 가을비까지 흩날려 많이 아쉬웠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