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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신화 속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 문명이 높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이 사용되면서 인간 사회는 결핵이 창궐하기 시작한다. 인간이 연기를 많이 들이마시게 된 것이 면역력을 약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결핵균의 병원성이 높아져 감염이 퍼지게 된 것이다.
또한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게 되었을까? 인간이 옷을 입게 된 건 불을 사용하기보다 한참 더 지난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 부끄러움을 알게 되면서 옷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옷을 입게 되면서 머리에 살고 있던 '이'가 몸으로 내려오게 되고,'이'에 붙어 사는 균이 발진티푸스를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된 것이다.
인간이 발명했던 불, 인간이 발명한 옷이 인간한테 큰 해를 끼친 원흉이었다. 즉, 인류 문명의 발달이 감염병의 원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화
서기 2020년, 5대양 6대주 국가가 지구 제국으로 급속히 바뀔 무렵 지구온난화, 도시화, 금융화의 3형제는 온 제국을 휩쓸고 있었다. 그 무렵 제국 밖에서 쇠락해가던 네다리포유류 나라에서는 황제인 박쥐가 전갈독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고, 뒤를 이어 둘째인 황태자 천상갑이 형인 황태자 돼지공을 암살하여 황위를 계승하고, 사향고양이비와 낙타비를 황후로 맞이한다. 점점 다가오는 세계화의 칼날이 네다리포유류나라를 궤멸시킬 순간 황제는 마지막 수단을 쓰게 된다. 그는 수천 년부터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울 때마다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낸 바이러스공 가문에게 부탁을 하였다. 바이러스공의 가문은 증조부 신종플루공, 조부 사스공, 아버지 메르스공과 아들인 코로나19공이다. 증조부 신종플루공은 타미플루의 침입에 궤멸하였고, 조부와 아버지는 황제 천상갑의 아버지인 돼지황제의 미움으로 어린 코로나19만을 데리고 숨어 지내고 있었다. 돼지황제의 친인척인 원균종의 모함 때문인 것이다. 그러던 중 암살자에게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을 따돌리기에 역부족인 듯 자정 무렵에 의문의 협격과 황무지 외딴 술집인 용문객잔에서 맞부딪힌다. 힘껏 싸웠지만 최후를 직감한 아버지 메르스공은 그에게 스파이크단백질을 넘기고 대신 최후를 맞이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코로나19공은 세균족의 도움으로 자라난다. 코로나19공은 어릴 때부터 영민하여 지략은 따를 자가 없었고 세균족 사부에게서 축지법, 위장술과 자기복제술을 전수받아 가히 난세의 영웅이 되었다. 황제 천상갑은 나라가 위태롭자 다시 코로나19공에게 미생물과 바이러스, 세균을 통합 지휘할 삼군천운수좌로 입명한다. 삼군천운수좌가 된 코로나19공은 지구온난화, 도시화, 금융화의 침략에 은밀히 대비하였다. 그는 수용체단백질의 도움으로 세포벽성벽의 병사들을 매수해 두었다. 지구온난화, 도시화, 금융화의 3형제가 연이은 승리로 세계화라는 마지막 꿈을 이루어갈 무렵, 코로나19공은 세포벽수용체의 도움으로 성안에 잠입하게 된다. 적지에 트로이 목마처럼 근거를 마련한 코로나19공은 두 개의 날카로운 칼로 자기의 몸을 조각내어 16개의 분신을 만든 후 적으로 위장을 한다. 자기 몸을 자해하는 행위를 강행한 것이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를 분간 못한 순간 지구온난화, 도시화, 금융화의 3형제는 갈팡질팡하였다. 이 천운의 기회를 놓칠 코로나19공이 아니었다. 3형제가 방심한 틈을 노려 적진을 뚫고 세계화의 몸을 가르고, mRNA를 불어 넣었다. 그의 움직임은 하늘에서 붉은 별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빠름이었다. 이때, 갑자기 하늘에서 요란하게 뇌성벽력이 울렸다. 번쩍!번쩍!번쩍! "우르르 쾅! 쾅! 쾅!" 그리고 난후 코로나19공은 추종세력과 함께 세포벽성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질문 1 : 바이러스와 세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생물과 무생물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고, DNA나 RNA를 유전체로 가지고 있으며,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다. 바이러스는 혼자서 증식이 불가능하여 숙주 세포 내에서 복제를 하며, 세포 간에 감염을 통해서 증식한다. 세포들은 기존의 세포에서 스스로 복제되는 데 반해서, 바이러스는 숙주에 감염이 된 후에 숙주의 복제 시스템을 활용하여 자신의 유전체를 복제하여 증식을 하게 된다. 따라서 숙주가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는 스스로 복제하지 못하고 단순히 단백질과 핵산의 덩어리인 무생물 상태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ㅡ[네이버 지식백과] 바이러스 [Virus] (분자·세포생물학 백과)
질문 2 : 코로나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어떻게 발견되었나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원전 8000년경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하고, 두 번째 코로나바이러스인 베타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의 최고 통치자 파라오의 무덤인 피라미드가 건설될 때쯤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부분은 동물을 통해 발생했다. 박쥐와 소는 좀 달라 보이지만 둘 다 포유류이다. 인간처럼 젖을 먹이는 동물이다. 따라서 약간의 변이만 일어날 수 있다면 이런 동물의 감염이 되는 균은 인간의 몸에도 감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쥐는 종류가 천 종이 넘고, 수가 많으며 날아다니기 때문에 먼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날아다녀야 되기 때문에 뼈가 가벼워야 된다. 그런데 면역물질 중 상당수는 골수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박쥐는 면역기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므로, 박쥐가 주된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천이 된다. 그럼 박쥐가 어떻게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을까?
인간과 박쥐가 사는 곳은 원래 분리되어 있다. 우리 주변에서 박쥐를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예전에 박쥐만 살던 동굴과 밀림에 사람들이 공장도 세우고 도로도 세우고 집도 짓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박쥐를 끓여서 먹기도 한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그렇게 접촉이 잦아지다 보면 인간 사회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던 새로운 감염병이 들어올 수 있다. 이것이 신종감염병이다.
가축을 사육하는 유일한 영장류는 인간이다. 인간은 수십 종의 가축들을 키운다. 돼지, 소, 말, 양, 닭, 오리... 신종감염병들은 바로 이런 가축을 매개로 해서 인간 사회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가 자주 걸리는 코로나바이러스도 바로 박쥐나 소를 통해서 인간 사회로 들어온 것이다. 이게 바로 베타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4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두 번째 집단, 그룹 2에 속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베타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한다.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유래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바이러스이며 근래에 최초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sars)이다.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행한 지 수개월 만에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감염병이고, 두 번째로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메르스(MERS)인데 2012년 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감염자가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다.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가지종은 아마 다 동물에서 시작된 걸로 보고 있다.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향고양이에서 전파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향고양이에게 사람들이 커피 열매를 먹여서 배설한 뒤 씨앗을 햇볕에 말려 볶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커피가 코피 루왁이란 고급 원두이다. 그래서 중국 남부지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사향고양이를 많이 키웠는데 이 사향고양이가 인간한테 사스를 옮겼을 거라고 해서 사향고양이들을 1만 마리 살처분하였다. 메르스는 낙타가 옮긴다고 생각하여 낙타가 살처분을 당하기도 했었다. 인간은 전염병이 창궐 시 확실한 증거도 없이 추정 원인을 모두 제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인간의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비합리적인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메르스가 몇 년 전 우리나라에 발병되었을 때 서울대공원에 있는 낙타는 중동에 가본 적도 없는데 격리가 되기도 했다.
질문 3 :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떤 방식으로 인간 세포를 공격하나요?
코로나는 왕관을 뜻하는 라틴어 Corona와 관련이 있다. 서양 사람이 쓰는 왕관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와 비슷하다. 그리고, 태양 가장자리에 보이는 불꽃 모양의 가스 홍염이 마치 왕관처럼 보인다고 해서 코로나라고 부른다.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왕관 모양의 돌기들이 있는데 그 부분이 (바이러스를 세포 내로 끌어들이는) Ace2수용체
에 붙어서 인체 안으로 침투한다. 그런데 ace2라고 하는 수용체는 여러 신체 조직(폐, 심장, 동맥)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모든 곳에 있으며 아주 많다. 인간의 혈압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용체를 차단하면 우리가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쉽게 감염이 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세포의 생명현상을 위해선 세포막에 다양한 단백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바이러스는 이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세포를 찾아내고 감염시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붙는 과정은 방법이 굉장히 교묘하다. 비유를 하자면 바이러스는 생명이 아니므로 의도는 없겠지만 코로라 바이러스 표면에 사람의 손처럼 돌기가 나와 있는데 이것을 스파이크 단백질이라고 한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Ace2수용체와 결합이 강하다. Ace2수용체가 문고리 손잡이라면 스파이크 단백질은 문고리와 딱 맞는 손인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손이 수용체를 열고 들어가기에 적합한 형태라서 쉽게 침입하는 것이다. 문 열기 전에 또 하나의 효소가 관여를 한다. 단백질 가위(단백질 분해 효소)가 작용한다. 문고리가 열리게 되면서 세포 안으로 RNA 바이러스를 집어넣으면서 증식이 시작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체가 한 가닥으로 되어 있는데 일단 침입해서 인체 세포 안에 있는 여러 효소들의 도움을 받아 복제해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이 있다. 한 가닥의 유전체 안에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가 2개가 있어서 자기를 잘라서 자기 안에 있는 가위로 스스로 16개로 나뉜다. 다시 말하면, 침입하여 우리 몸에 있는 물질들을 협력자로 포섭해 자기 몸을 분열하고 그 부분들이 다시 복제가 되어 안전하게 배웅 받으며 원래대로 세포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플라모델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서 부품 하나하나를 가위로 잘라낸 후 조립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그 교묘함이 놀랍다.
바이러스는 USB 메모리와 비슷하다. 자기만의 정보가 케이스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고, 들고 다니면서 어디든 아주 안전하게 휴대할 수 있지만 USB 메모리만으로는 정보 활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컴퓨터에 꼽는 순간 컴퓨터 자원을 이용해 작업이 가능하다.
질문 4 :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스나 메르스는 예방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 메르스는 일부 지역에서 발병하지만 지금처럼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방역이 어렵다고 한다. 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을까? 그것은 바이러스가 아주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말로 기초감염재생산지수라는 게 있다. 한 명의 감염자가 몇 명한테 이 감염병으로 옮길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가 5라면 한 명이 5명한테 그 감염병을 옮기고, 각각의 다섯 명이 또 다른 다섯 명한테 옮기면 두 번만 지나가도 25명, 3번이 지나가면 125명, 4번만 지나가면 600명이 넘게 감염된다.
이 기초 감염 재생 지수가 높으면 아주 많은 사람이 감염되게 된다. 하지만 이 값이 1보다 작으면 예를 들어 0.5라고 하자. 처음에 100명의 감염자가 있으면 병을 옮기는 사람은 50명 밖에 안 되고, 그다음에 25명, 그다음엔 12명 가만히 있어도 감염자의 숫자가 줄어든다. 초기에만 잘 막으면 억제를 할 수가 있다. 이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가 가장 높은 감염병이 홍역이다. 우리들은 홍역 예방 접종을 맞았기 때문에 홍역을 걸리지 않지만 옛날에는 어린아이들이 홍역에 많이 걸렸다. 우리 말에 '홍역을 앓고 지나갔다'라는 말이 있다. 힘든 일을 겪었을 때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홍역은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가 거의 20에 육박합니다. 15에서 18 정도 되는데 한 명이 감염되면 감염되는 사람들은 15명에서 18 명이 된다. 이런 경우에 사실 방역이 어렵다. 백신을 만들기 전에는 이미 전 세계에 다 퍼졌을 것이다. 총균쇠에서 서양인들이 아메리카 인디언을 학살한 방식이 천연두였다. 친선의 제스처로 선물한 천연두 환자의 담요가 한마을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서양인들이 면역력이 있었던 반면에 인디언들은 면역력이 없었던 것이다. 이 정도로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높으면 많은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고, 감염도 많이 되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냥 받아들여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그렇지 않다. 1보다 작으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고, 아주 높으면 방역을 할 수가 없으니까 도리어 마스크를 벗어 집단 방역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코로나19는 1.4에서 2.5 수준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도시에서는 5까지도 올라간다. 1보다는 높으니 방역을 하지 않으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아주 높지 않으니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열심히 방역을 잘하면 1밑으로 낮일 수도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가 아주 절묘한 값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로 만약에 그렇게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가 애매한 경우라고 해도 병에 걸려서 죽는 사람이 없다면 괜찮을 수 있다. 독감의 사망률은 얼마나 될까요?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천 명 중에 한 명이다. 천명 중에 한 명이면 병에 걸려서 죽는 분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주 높은 수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코로나19는 5%이다. 독감에 비해 50배가 높다. 사실 독감도 위험하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한 노약자라든지 어린아이한테 독감예방접종을 하는 건데 그것보다 50배나 사망률이 높으니 도저히 수수방관하기가 어려운 병이다. 기존에 우리가 콧물 좀 흘리고, 집에서 쉬고, 물 많이 마시면 낫던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전혀 딴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바로 코로나19 딜레마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력과 치명률이 균형을 이루어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바이러스이다.
숙주를 너무 빨리 죽이면 전파가 안되고, 감염력이 약해 버리면 다른 사람한톄 퍼지지 못한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파력과 치명률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맺는말 : 원인은 결국 인간, 비관적 희망도 인간
인류는 오랫동안 감염병에 시달려 왔다. 약 200년 전 1769년 최초의 백신 우두법이 개발되고, 약 80년 전 1928년 항생제 페니실린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감염병에 걸리면 사는지 죽는지는 하늘에 맡겨진 일이었다. 낫게 하는 방법이 없었다. 저항력이 강한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 남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죽어갔다.
신석기 농업혁명으로 인간은 수렵과 채집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시대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인간한테 엄청나게 많은 수의 신종감염병이 쏟아져 나온다. 유명한 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그동안 우리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었던 결정적 단계로 믿어졌던 농업의 도입이 사실은 여러 면에서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재앙적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농사를 짓게 되면서 땅을 파게 되었고 엉덩이를 만들게 되어 말라리아모기도 살게 되고 해충도 살게 된다. 가축이 생기면서 파리와 모기가 살게 되고, 사람들이 좁은 곳에 모여 살면서 한 명이 감염되면 감염속도가 빨라져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퍼지게 된다. 또한 가축을 키우게 되면서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가축을 통해 인간 사회에 창궐하게 되었다. 인간이 원래부터 걸리고 있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염은 100종인데 비해서 인간과 동물이 같이 걸리는 감염병인 인수 공통감염병은 800종이상으로 아주 많다. 감염병이 이렇게 인간 사회에 창궐하게 된 것은 불을 사용하고 옷을 입고, 그 이후에 폭발적인 증가의 원인인 가축화, 정주생활, 인구증가, 도시화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인구수는 증가하고, 정주생활을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에 산다. 전 세계를 하나의 상업권으로 묶고 도량형을 통일하고 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단일한 법과 제도로 세상을 묶고자 하는 세계화는 종말을 고 할 수도 있다. 2019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세계는 그렇게 불안한 세계가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인류와 감염병 간의 반복적으로 되풀이됐던 세계사적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는 하나의 주기일 뿐이다.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5년, 3년, 어쩌면 1년, 바이러스의 창궐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매번 바이러스가 우리를 공격할 때마다 전 세계가 10년 걸릴 백신을 1년에 만들 수 없다. 백신이 개발될 때는 이미 바이러스가 유행한 후 많은 이들이 죽고, 경제와 사회가 무너진 후일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생태 백신, 행동 백신이 궁극적인 답이라고 말한다.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제한된 접촉을 하고,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행동 백신이고, 숲속에서 우리에게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게 '생태 백신'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 '결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4세기 유럽인구의 절반이 죽은 흑사병, '마마'라고 불리며 5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연두, 2년 동안 2500만~5000만 명이 죽은 스페인 독감, 그리고 진행 중인 코로나19위기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인류는 '현명한 인간'이란 뜻의 '호모사피엔스'라는 학명을 박탈해야 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사이언스 저자기초과학연구원(IBS)출판동아시아발매2020.10.08.
코로나 사피엔스 저자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정관용출판인플루엔셜발매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