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창산업은 오토 트랜스미션(자동변속기 부품)을 비롯해 케이블류ㆍ페
달ㆍ레버 등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이다. 6단 변속기 부품
드럼, 허브(HUB)류 90%를 현대기아차에 납품한다. 지난해 매출 5,000
억 원의 70%를 수출하면서 3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할 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손일호 대표이사 회장은 “우리 회사의 성장은 현대기아자
동차의 완성차와 부품의 수출 증가 덕분”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동
변속기 적용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현대기아차를 통한)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한 개의 불량도 허용치 않는다
경창산업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철저한 품질관리와 기술력이
다. 전 공정에 불량 자동 검출 시스템을 설치해 단 한 개의 불량까지도
잡아낼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품질관리 기법과 장치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량을
내지 않겠다’는 전 직원의 마음가짐이지요. 저희 회사 전 사원은 품질관
리에 대한 의식이 아주 강합니다. 만의 하나라도 불량이 발생하면 저에
게 곧바로 보고할 정도로 현장에서부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목표는
당연히 불량률 제로(0PPM)고요.” 세계 최고의 첨단 설비와 최적 공정
설계도 자랑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가격과 품질에서 뒤지지 않는 기술
력도 결국은 첨단 설비와 최적 공정 설계에서 나온다는 것. 경창산업은
지난 4~5년 동안 최신 자동변속기 생산을 위해 매년 600억~700억 원
을 투자해왔다. 지난해에는 현풍 테크노폴리스에 다섯 번째 공장을 완
공했다. 현풍 공장은 부지 6만 6,000㎡에 건평 2만 7,000㎡ 규모로, 향
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술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협력업체와 긴밀한 협조
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자동차의 지능화, 친환경화 추세에 대
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부 과제와 산학 과제를 수행 중이다. 앞으로는 자
동차가 기계보다 전자에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인 만큼 전자 인력 확보와
기반 구축을 통해 관련 기술 개발에도 앞장선다는 구상이다.
“기술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습니다. 그런데 기술 투자가 어떻
게 보면 참 고달픈 투자예요. 설비 투자는 하는 만큼 눈에 보이는 게 있
지만 기술 투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곧바로 성과도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기술 투자를 안 할 순 없지 않습니까. 고달픈 투
자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기술력이 쌓이니 기회도 열려
경창산업은 대구에 본사를 포함, 4개의 공장이 있으며 중국에도 2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와이
퍼를 생산하는 KCW와 캐스터(산업용 바퀴)를 생산하는 경창정공을 계
열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출발은 초라했다. 1961년 손 회장의 부친(손기창 명예회
장)이 자전거 체인 케이스를 만든 것이 첫 시작이었다. 직원 7명을 두고
경창공업사라는 조그만 간판을 내걸었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이었던 것
은 물론이고, 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등불을 켜고 작업해야 했다.
손일호 경창산업 대표이사 회장
자전거 부품으로 시작해
자동차 부품 선두 기업으로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대구에서 세계로’ 대구시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자동변속기 부
품을 생산하는 경창산업은 창립 초기에는 자전거 부품을 생산하다가 이후 자동차 부품 기
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현대기아차에 6단 변속기 부품 드럼, 허브(HUB)류 90%를 납품
하면서 지난해 매출 5,000억 원에 수출 3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editor 이영주 기자 yrlee1109@naver.com photographer 송영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도를
걱정해야 했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자동변속기 사업을 정리해야 하나 고심을
거듭하던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은 불효’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지요.
May 2014 / International Trade 03
04 International Trade / May 2014
자전거 체인 케이스는 부피가 크고 만들기도 어려워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분야였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수작업으로 체인 케이스를 만
들었지만 품질에 대해서만큼은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덕분에 창업 1년
만에 국내 자전거 부품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는 회사가 됐다. 1966년에
대구시 북구 침산동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수작업에서 벗어나 전기모
터를 이용한 기계화 작업이 가능해졌다.
자동차 부품 회사로 전환한 것은 1972년. 당시 현대자동차 개발부장이
직접 찾아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보라고 권유했던 것. 손으로 자전거
부품을 만들던 시절에서 10년 만에 자동차 부품 생산에 도전할 정도로
기술력을 키워낸 덕분이었다. 그 무렵 현대자동차는 기술 이전에 소극
적인 포드와 결별하고,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로부터 기술 협력을 받아
한국 최초의 자체 모델을 준비하던 때였다.
자동차 부품 가운데 케이블과 와이퍼 암, 와이퍼 블레이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선진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워오는 한편 현대차와 생산기술연
구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개발에 성공했다. 그 결과 한국자동차, 대우자
동차에 이어 1975년에는 현대자동차와 납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손 회장은 “시대 변화에 맞게 업종을 전환하지 못했다면 회사를 지금까
지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 부품 업종은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직원이 힘을 모아 최악의 위기 극복
손 회장은 1979년 기획실에 입사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자동차 사
업부장을 맡으면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당시만 해도 회사가 소
규모일 때라 직접 현장에서 기계를 만지는 것은 물론 통근버스 기사가
자리를 비우면 버스 운전도 해야 했다.
“한번은 트럭을 운전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부품을 가지러 가게 됐습니
다. 현대차 정문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차량이 등록이 안 돼 있는 겁니
다. 트럭을 정문 밖에 세워놓고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면서 손수레로 물건
을 실어서 트럭까지 가져온 적도 있어요. 고생을 엄청나게 했지만 그만
큼 많이 배웠던 시절입니다.” 1991년 대표이사로 취임해 본격적으로 회
사 경영에 나섰다. 현대차 협력업체 중 가장 먼저 작업 환경 개선 시범
사업을 시작한 것도 기억에 남는 일 중의 하나다.
위기이자 도약의 기회를 맞은 것은 1996년이었다. 외환위기 1년 전,
150억 원을 들여 새로운 자동변속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자
동변속기는 주물로 만든 까닭에 무거웠고 연비도 좋지 않았다. 주물끼
리 부딪히면서 찌꺼기가 생기는 것도 문제였다.
이런 문제점을 없앤 자동변속기를 개발, 완료 직전에 외환위기가 닥쳤
다.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현장 사원은 무급 휴가를 가야 했고,
관리직 사원은 장비 점검이나 청소로 시간을 때워야 했다. 매출도 급감
해 투자비 회수는커녕 당장 눈앞의 손실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도를 걱정해야 했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자동변
속기 사업을 정리해야 하나 고심을 거듭하던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부
친에게 물려받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은 불효’라는 생각으로 하루하
루를 버텼지요.”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해 중역들 봉급을 30% 삭감하자
직원들도 자진해 봉급의 30%를 반납하며 힘을 보탰다. 손 회장은 “지나
고 생각해보니 당시 부도를 내지 않은 것은 결국 전 임직원이 적극적으
로 협조해준 덕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우리가 하면 아무도 못 따라온다’
힘든 고비를 이겨낸 경창산업은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자동변속기 양산
에 성공했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IMF 이후 자동변속기
장착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매출도 기하급수적
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창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4,991억 원이었고, 올해는 5,400억 원을 목
표로 하고 있다. 수출 비중은 지난해 75%보다 약간 늘어난 78%를 예상
한다. 중국과 북미를 중심으로 자동변속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Cover Story
May 2014 / International Trade 05
손 회장은 올해부터 대기업 납품 이외에 직접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크라이슬러에 케이블을 납품하기 시작해 이후 적용 차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자동변속기 부품도 중국과 북미 수출을 위해 전방
위로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09년 이후 매출이 매년 30~50%씩 늘어났다”면서 “향후
자동차 부품 시장의 화두는 전장화(전자장비화)와 글로벌화인데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장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전자 업종의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창산업도 5년 전
부터 전자기술팀을 신설해 자동차 전장화에 대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에서도 특히 새시 부품의 전장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글로벌화와 관련해서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뒤따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회사의
비전을 ‘우리가 하면 아무도 못 따라온다’로 설정한 것도 최고의 경쟁력
을 확보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오는 것에 대해서도
손 회장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휘발유 절약형 자동차가 속속
개발되고 있어 당분간은 휘발유 자동차의 인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
고 있다. 손 회장은 “모든 휘발유 자동차에 저희 회사 부품을 납품한다
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신뢰·절제로 백 년 기업 넘어설 것
손 회장의 경영 철학은 변화, 신뢰, 절제다. ‘변화’는 기술도 사회도 변
화하는데 기업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지론에서 나온 것이다.
경영 철학 가운데 변화를 첫 번째로 꼽는다. 경창산업도 자전거 부품에
서 자동차 부품으로 주력 생산 제품을 변화시켰기 때문에 성장을 거듭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업종이 계속 바뀌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항상 한 우물을 파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자전거 부품에만 매달
렸다면 기업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아시다시피 모두 중국 기업
에 먹히고 있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가장 잘하는 기술을 가지고 시대에
맞게 변화시킨 결과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신뢰’는 고객과의 신뢰, 노사 간의 신뢰를 의미한다. 고객과의 신뢰에
서는 품질 경영과 납품일 준수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몇 년 전 현대차
주문이 밀려들 때 부품을 제때 공급하기 위해 생산되는 즉시 택시로 납
품하기도 했다.
노사 간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명 경영을 해야 한
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창립 이후 노사분규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역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노사문화 우수
기업으로 노동부 인증을 받기도 했다.
“회사 경영도 투명해야지, 그게 안 되면 암만(아무리) 믿으라고 해도 믿
겠습니까. 몇 년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경상이익이 매출의 3%
이상이 되면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그 해에는 2.95%가 됐습니다. 노조
위원장이 성과급 얘기를 하기에 안 된다고 잘랐습니다.”
반올림해서 성과급을 지급할 수도 있었지만 손 회장은 원칙을 지키는 한
편 자신의 말을 직원들이 믿는지 궁금했다. “두말 않고 돌아서는 노조위
원장을 보고는 ‘신뢰가 쌓였구나’라는 생각에 내심 흐뭇했다”고 했다.
‘절제’는 인내하며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자세를 말한다. 신규 사업도
절제라는 잣대로 확인한다. 회사 경영이 잘되니까 다른 업종에 투자해
보라는 주위의 유혹이 많지만 지금은 현재 업종에서 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업종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언제가 가장 보람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 회장은 “요즘이 가장 좋다”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그
동안 투자를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재작년까지만 해도 이익을 못 냈습
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했지요. 사업이라는 게
성취욕이잖아요. IMF가 제일 어려웠지만 그걸 극복하고 나니 좋은 시
기가 오더군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면 다시 좋아질 겁
니다.” 자전거에서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변화해온 경창산업은 전기자
동차 시대가 온다고 해도 또 다른 변화를 통해 성장을 모색할 것이다.
“창업 정신인 ‘정도경영’을 이어 백 년 기업, 천 년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손 회장의 말이 의미심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