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의 여정(旅程)
못된 랑구르 원숭이 놈들 / 지친 내 모습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제대로 사진도 못 찍었다.
입구에 200루피짜리 가마도 있었는데 타고 올 걸 그랬다는 후회도 든다. 뱃속은 텅 비었는데 목으로는 콜라 밖에는 아무것도 넘길 수 없다.
매표소 옆에서 팝콘을 팔고 있기에 샀는데 깔대기 모양의 신문지 봉지에 담아주는 것을 한주먹 입에 넣었지만, 도대체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다.
메마른 입속에서 가까스로 녹여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석굴사원 귀퉁이에 앉아 팝콘을 담은 신문지 깔대기를 옆에 놓고 콜라를 마시는 사이 랑구르 원숭이가 옆에 세워놓은 팝콘을 봉투를 낚아채 도망친다.
그것을 빼앗으려 한 무리의 원숭이 떼가 뒤를 쫓고.... 참 내,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천신만고 쉬고 또 쉬며 그래도 악착같이 마지막 석굴까지 모두 둘러보았다.
♣ 여행 포기
입구로 나와 나무 그늘에서 헉헉거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서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니까 제법 또렷한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이름은 아시라프 알리(Asiraf Ali)로 부산에서 1년 동안 여행사 가이드를 했다고 하며 한글로 된 명함도 보여주어 매우 반가웠다.
이름이 알리인 것으로 보아 무슬림인데 이곳에서 무슬림들은 정직하다고 알려져 있고 평판이 좋다.
날씨가 너무 덥다고 했더니 지금이 장마철 직전으로 가장 더울 때라며 한낮 기온은 섭씨 38~40도 정도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자신도 이곳은 너무 덥고, 살아가기가 힘들어 곧 살기 좋은 한국으로 다시 가겠다고 한다.
내가 너무 힘들어 여행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하자 가는 방법이 아우랑가바드로 되돌아가서 비행기로 뭄바이로 간 다음 한국으로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고 한다.
지금 당장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곧바로 택시를 하는 친구한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바로 가자고 하여 그 친구의 오토바이 뒤꽁무니에 타고 4km 떨어진 마을로 왔다.
택시기사를 만났는데 아우랑가바드 공항까지 택시로 3시간 정도 걸리고 차비는 1.200루피(2만 8천 원)를 달라고 한다.
당장 그렇게 하자고 흥정이 되어 알리에게는 고맙다고 100루피와 입맛이 없어 한 개비 피우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담뱃갑과 라이터까지 주었더니 입이 헤 벌어진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택시를 타는 것도 고역이었다. 아우랑가바드 공항에서는 곧바로 뭄바이행 비행기가 없어 네 시간이나 공항 로비에서 앉아 기다렸는데 시원하니 그래도 살 것 같다.
또 콜라만 마셔댔다. 아우랑가바드에서 서남쪽으로 350km지점에 뭄바이(Mumbai)가 있다.
<5> 인도의 관문 뭄바이(Mumbai), 그리고 머나먼 귀국길
녹초가 되어 뭄바이 공항에 내려서 한국행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는 시내로 들어왔다.
표가 곧바로 없기도 하려니와 너무 몸이 좋지 않아 한 이틀 쉬다가 가야겠다.
시내로 들어와 호텔에 이틀치 요금을 내고는 침대에 쓰러져 곧바로 잠이 들었다.
잠이 깨니 저녁 무렵인데 뭔가 먹어야 기운을 차리고 귀국 비행기를 탈 수 있겠다.
프런트에 전화로 계란플라이를 넣은 샌드위치와 바나나 네 가닥, 사과 큰 거 1개, 콜라 한 병을 날라다 달라고 하여 침대에 앉아 강제로 입에 구겨 넣었다.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놓으니 조금 살 것 같고 음식도 제법 입에 들어간다.
웃기는 것은 여기서는 샌드위치를 안 만들어 보았는지 계란플라이와 토마토 슬라이스를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식빵 테두리 구운 부분은 모두 손으로 뜯어내어 들쭉날쭉 하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