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곰 책방> 이정인
숲속에 아담한 책방이 있었다
책방을 지키고 있던 곰이
차를 내어 오면서
책방의 주인은 책이고
자신은 직원이라고 했다
차를 마시고
그냥 나오기 미안해
곰이 주인공인 그림책을 샀다
숲속 소문에 곰은
곰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곰이라고 했다
약삭빠른 곰 같으니라고
곰이 책방 직원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하마터면
내가 곰 사냥꾼이란 걸 들킬 뻔했다
긴꼬리제비나비 이정인
시커먼 복면을 썼더라고요
담을 훌쩍 넘어 왔어요
담을 넘는 건 도둑이잖아요?
꽃밭을 뒤적거리다가
또 담을 넘어 달아났어요
딱히 없어진 건 없는데
뒤적거리던 꽃송이에
코를 대보니
향기가 살짝
옅어진 거 같아요
어떻게 믿겠어요
이정인
바위에 동그란 구멍이 나 있어요
이 일을 빗방울이 했다는데
어떻게 믿겠어요
빗방울이 된 구름이 한 일이라고
누가 믿겠어요
바위는 쇳덩이 같고
빗방울은 손에 잡히지도 않는데요
또, 구름은 엄마 살결처럼 부드러운데요
바위 오목한 곳에
바위를 뚫은 빗방울들이
쉬고 있어요
닭이 보는 앞에서 / 이정인
어떤 사람이
둥지에서
갓 낳은 달걀을 꺼내더니
톡
쪼옵
쪼옵
쫍
요구르트처럼 빨아먹었다
저건 좀 아니지
아직
따뜻한 알을
닭이 보는 앞에서
카페 게시글
♡ 재미나는 동시 이야기
<숲속 곰 책방> 이정인
호박
추천 0
조회 5
24.07.31 04:55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한주일 동안 이정인 작가의 동시에 끌려 마음 뺴앗겼다. 닮고 싶은 작품들이 수두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