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 화재 발생 시 대피 요령
우리나라 주요 도시에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면서 고층 빌딩에서 발생할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모두 대피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소방 고가사다리가 닿기 어려운 전국 15층 이상 건물은 4만여 동에 달한다. 만약 당장 내일이라도 자신이 생활하는 고층 빌딩에 불이 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미 집 안이나 사무실에 연기가 새어들어 오면 문을 열고 나가선 안 된다. 불꽃이나 연기가 문밖에 가득 차 있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옷가지나 수건에 물을 묻혀 연기가 들어오는 문틈을 막고 구출되기 쉬운 창가로 자리를 옮겨 원색(原色) 옷이나 수건으로 신호를 보내야 한다.
만약 연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열기가 심하지 않다면 1층이나 옥상으로 대피한다. 화재가 난 층이 자신이 있는 층보다 아래에 있으면 옥상으로, 위에 있으면 1층으로 대피한다. 대피할 때는 유독가스에 질식되지 않도록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가능한 한 자세를 낮춘다. 특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이 아니라면 엘리베이터 이용은 삼가야 한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은 헬리콥터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빌딩이 높아질수록 최상부에 부는 바람이 강해져 헬리콥터 이착륙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특히 초고층 빌딩은 건물 주변에 소용돌이 치는 와류(渦流)가 형성되고 안개나 구름으로 헬기의 시야가 가려져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건물 내 대피구역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여영호 고려대 교수(건축학과)는 "최근 초고층 건물엔 방화벽과 이중(二重)·삼중 문이 설치된 대피구역이 5~10개 층마다 있다"며 "이곳은 화재가 발생해도 바깥과 완전히 차단되는 만큼 가장 가까운 대피구역을 찾아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선 홍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