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문학은 상실의 시대를 건너는 다리이자 우리를 붙드는 숨결이다. <대지문학대상>은 매년 그 다리 위에 놓인 회원들의 작품 중에서 심사를 거쳐 추수한 작품이다. 이신경 시인은 25 년 성찬의 축제에 절제된 언어의 힘으로 언어가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귀한 자리를 매김 하여 주었다. 이는 한국 시문학이 어떤 목소리로 더 오래, 더 멀리 걸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응답이다. ㅡ 대지문학대상 심사위원 일동 (심사평:박종규)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수상소감
이신경
죽비를 맞은 기분입니다. 수상 소식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가을볕에 면벽하고 앉아 졸고 있는 한 선사를 깨우는 견책소리에 기지개 켜고 자세 고쳐 잡는 모습이 이런 것일까.
영광스러운 대지문학 대상을 받게 되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다람쥐가 무슨 생각으로 쳇바퀴를 돌리는지 모르고 살았는데 쉬지 않고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 詩의 바퀴를 돌리는 것이 행복이라 여기면서도 단조로움 속에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었는데 이번 시상이 영광스러운 흔적하나 남기는구나 생각하니 감회가 깊습니다. 걸음걸음 나무가 걸어온 흔적, 때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나무의 나이테 앞에서 매만져지는 메아리의 울림
25년 전 세상일 접은 남편을 따라 무작정 깊은 산속으로 끌려 들어간 아낙은 치마폭에 바람 소리 물소리 풀벌레소리 개구리울음소리 설해목 소리 별이 뜨는 소리 달이 지는 소리에 세월을 담고 밤이 되면 불청객을 경계하는 짐승의 울음소리, 영역을 지키려는 살쾡이의 어김없는 출현에 놀랬던 가슴들이 이제 보니 저의 글밭이었습니다.
제 삶을 돌아보며 미숙한 저에게 자연을 선사해 준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문학은 영혼의 상처를 사랑의 향기로 바꾸어주는 행위라 하셨지요 이 아낙의 향기가 "시"라 해도 되겠지요. 저의 사색의 창이 흐려지지 않도록 열심히 닦겠습니다. 정서의 샘이 마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둥글고 고른 나이터를 만들어 가며 시의 쳇바퀴를 멈추지 않고 굴리겠습니다. 대한민국지식포럼과 대지문학의 장족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뽑아주신 박종규 교수님,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 벌목외 (4편)
밑동만 남은 허공 땅속 깊이 박힌 뿌리의 긴 슬픔
베인 밑동은 깊은 고뇌에 들었다
화살의 과녁 나이테만 동그랗게 남기고 피안으로 갔다
숲 속 짐승들 말이 없고 소쩍새 운다
사라지지 않는 톱질 소리
귀는 왜 그냥 두고 가는가
~~~~~~~~ 2). 나의 시계는 몇 시인가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되고
초침이 달려가면 세월이 된다
째깍 째깍 째깍
나이 먹는 소리
나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
~~~~~~~ 3). 옷
나는 궁녀
오늘도 간택을 기다린다
철 따라
변덕스러운
너를 바라보는
나는
그믐밤 궁녀
~~~~~ 4). 빈 집에 보내는 가을편지
소식을 묻는다 닫혀진 창문 아침 바람은 다녀갔을까 기둥에 기대선 손때 묻은 지팡이 눈 빠져라 아버지 기다리고 있겠지
우물가 마른 두레박 토방에 빛바랜 검정 고무신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을까
서리 맞은 국화꽃 뒤란 감잎은 밤마다 혼자 지고 있겠지
적막 감도는 수취인 없는 빈 집 빨간 우체통에 이 편지 넣어 주오
~~~~~~~ 5). 헌책방
세월이 내려앉은 헌책방 좁은 가계
오래된 종이 냄새 찾는 이 없어
외로움에 찌든 책들 한숨을 내쉰다
나 여기 있소 여기요 저기요 인사한다
내가 찾는 책은 없다 구할 수도 없다
미안하다 얘들아 기다려야 해 너희들이 입양해 갈 새 주인이 올 거야
내 몸에 서린 헌책방 냄새 청계천 거리를 따라다닌다
ㅡㅡㅡㅡㅡㅡㅡㅡ ■. 프로필 고흥읍 서문리 출생 2018년 현대문예사조등단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송파문인협회 시분과 이사 시성 한하운문학회 부이사장 한국비평가협회 이사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 한국창작문학대상 수상 시가 흐르는 서울 문학상 수상 시집 <물빛 꿰매기> 《짚베옷에 흘린 눈물》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