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의 흉물? -전주종합경기장 야외화장실
이용미
귀신이 있어 나들이를 나온다면 이런 곳을 찾을까? 아니면 귀신도 놀라 도망을 칠까?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만큼 외관부터 형편없는 전주종합경기장 주차장 내 야외화장실. 이곳 주차장은 단순한 주차 공간만이 아니라 경기를 구경하러 오는 관객들과 매 주말마다 운행되는 전북순환관광버스를 기다리는 승객과 외지관광을 떠나기 위한 관광객이 모이고 흩어지는 곳이다. 그뿐 아니라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릴 때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곳이고 그곳 화장실은 가장 기본적인 편의시설이다. 그 편의시설이 눈살을 찌푸리다 못해 혐오감을 준다면?
화장실지붕과 벽의 칠은 벗겨지고 그 위에 덧바른 페인트가 딱지 일듯 너덜너덜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아 볼일을 보러 들어가기가 걱정스럽다. 벽돌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곰팡이 또한 시선을 외면하게 만든다. 그 뿐인가. 낡을 대로 낡은 바닥 타일은 발 딛는 것조차 불쾌감을 준다. 내부시설도 다를 건 없다. 워낙 낡아 청소를 해도 티가 나지 않고 비오는 날 찾았던 바닥은 축축하기만 했다. 명색은 모유수유 실까지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어느 엄마가 기본적인 볼일 보는 것마저 걱정스러운 그곳에서 아기 수유를 하겠는가.
종합경기장이 1980년에 완공되었으니 그때 지어진 것이라면 30년이 넘는 건물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에 어찌 그곳만 그리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것일까. 모든 생활문화가 변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화장실문화가 아닐까 싶다. 사돈네 집과 화장실은 멀리 있을수록 좋다는 말은 그만큼 가까이하기엔 여러 가지 불편함 때문이었겠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런가. 사찰에서 쓰는 해우소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편안하고 깔끔한 화장실이 특별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다. 웬만한 시골 식당이나 시골의 작은 주유소의 화장실도 손님을 위한 배려에 소홀하지 않은 것을.
이곳을 관리하는 기관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경기장 이전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고 더 급하고 큰일을 처리하다보니 미처 신경 쓸 새가 없었다고. 그러나 큰일을 위해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일날 잘 먹기 위해 며칠을 굶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 소시민들은 큰일에 앞서 기본적인 것의 해결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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