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관련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다.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전환 ▲충분한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적 추진 ▲ 고용안정, 차별개선, 일자리 질 개선으로 단계적 추진 등 5가지 원칙을 기본으로, ▲중앙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 교육기관 852개 기관을 1단계로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 공기업 자회사를 2단계로 ▲일부 민간위탁기관은 3단계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면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효율성과 이윤중심, 규제완화를 앞세워 공공부문에서 광범위하게 비정규직을 확산해 온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가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모범적인 공공부문 사용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에 가이드라인 발표의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민주노총은 가이드라인 관련 짧은 시간 동안 정부와 수차례 협의를 진행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현장의 현실과 요구를 바탕으로 한 민주노총의 의견과 제안이 일정하게 반영된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상시․지속적 업무의 판단기준을 완화한 점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포함된 점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점 ▲전환 예외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기관의 상황을 감안하여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점 ▲전환 심의위원회 및 정규직화 추진단 컨설팅팀에 노동계 참여를 보장한 점 등은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해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후 분쟁의 소지가 큰 한계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전환예외 사유이다.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는 지난 정부보다 상당히 축소되었고,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제한적 예외라고 하고 있지만, 교사․강사 등 일부 직종을 명기하고 있고, ‘다른 공공기관(자회사 포함)에 위탁 또는 용역사업을 주고 있는 경우’를 포함함으로써 악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갈등과 분쟁의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기간제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라 하더라도 기관의 상황을 감안하여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였기에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설사 예외대상이라 하더라도 고용보장과 안정이 담보될 수 있는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또 파견․용역의 정규직 전환 시 자회사 방식을 포함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자회사 방식은 실질적 노동조건의 결정권을 원청이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식이고, 또 다른 외주용역에 불과하다는 것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불가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노사합의 방식으로 추진하는 등 매우 제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채용방식과 관련하여 일부 직종의 경우 고용승계 원칙과 함께 공정채용이라는 경쟁방식을 열어놓음으로써 탈락자, 즉 해고자가 발생하는 등 해당 기관별 노사분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고용보장을 포함한 보완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계적 추진의 문제이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원칙을 ‘고용안정, 차별개선, 일자리 질 개선’이라는 단계적 추진을 제시했는데, 이는 결국 처우개선이 후속 대책으로 밀리면서 차별적 처우에 고통 받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계속해 ‘기다려 달라’는 무책임한 요구로 될 수밖에 없다.
학교비정규직 등 무기계약직이 많은 직종의 경우 고용안정과 차별 및 처우개선이 동시병행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포함시켰듯이 기간의 정함이 없이 차별적 처우에 고통 받는 무기계약직은 여전히 비정규직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규직전환시기와 관련한 단계적 추진도 문제다.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밀려난 2단계, 3단계 전환 대상 기관 또한 시급한 실태조사를 추진해 전환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과제도 남아있다.
1단계 전환대상에서 빠진 지자체 민간위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규모도 광범위하다.
지자체의 대표적인 간접고용노동자인 생활쓰레기 청소, 쓰레기 소각, 재활용선별, 하수처리, 도로보수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수많은 위탁계약을 시급히 철폐하고 정규직전환을 기대했으나 정부의 2차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유감이다. 가이드라인에 3차 대상으로 ‘일부 민간위탁 기관’으로 명시한 것도 우려스럽다.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에 고용되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재택위탁집배원, 수도검침원)를 포함해 예외 없는 민간위탁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 일부 현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가시화되자 기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전환 시기가 여러 이유로 늦춰지거나 분쟁이 발생하고 지속될 경우 정년을 이유로 한 해고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사례가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면서 현장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철저한 근로감독으로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몇 가지 우려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정부 또한 가이드라인의 한계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위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취지와 의미가 전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책임과 역할을 촉구한다.
또한 9월 발표 될 로드맵 마련과정에 충분한 노정협의가 보장되어야 한다.
가이드라인 발표이후 각 기관별로 갖가지 사안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제도적 보완, 미처 담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사안까지 로드맵 작성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정규직전환 추진 과정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누락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도록 정확한 실태조사와 노조와 합의를 통해 전환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가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들에 실망과 좌절이 아니라 실질적인 희망을 주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의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2017년 7월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