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마우스불로운 안티크글라스’ 제작 과정. 독일 람베르츠사 페이스북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을 함께 살펴보면서 작품을 통해 유입되는 빛과 색의 상징성, 작품에 표현된 각 도상의 그리스도교적 의미 등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다가도 정작 받게 되는 질문들은 “저 유리의 색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물감을 칠하는 것인가요? 색유리를 에워싼 검은색 테두리는 붓으로 그린 것입니까?”와 같은 기초적인 제작 과정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미학적, 철학적 질문을 기대하고 있다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기도 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고 당연한 질문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친절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에 스스로 반성하곤 한다.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는 말 그대로 착색된 유리라는 뜻이다. 착색은 물감으로 칠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색을 낼 수 있는 금속 화합물에 열을 가해 만들어진다.
고온에서 액체 생태로 만들어진 유리액을 긴 대롱에 묻혀서 입으로 불거나 기계를 이용해 평평하게 만들어 우리가 성당 창에서 만나게 되는 색유리가 완성된다.
표면에 칠해진 것이 아닌 유리 자체의 색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화하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현재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안티크글라스(antique glass)가 제작되고 있는 곳은 독일의 람베르츠(Lamberts)와 프랑스의 생고뱅(Saint-Gobin) 사(社)이다.
전통 방식에 의해 제작되는 투명도가 높고 장인의 손맛이 살아 있는 안티크글라스 외에도 현대 건축에 더 합리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산업화된 다양한 색유리들이 연구 제작되고 있다.
아름다운 색유리를 얻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 과거 중세에는 붉은색 유리가 금값보다 비쌌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색유리가 얼마나 귀한 재료였는지 알게 해 준다.
어렵사리 색유리가 준비되면 정해진 디자인에 따라 색유리를 자르는 과정이 진행된다.
유리칼을 이용해 라인을 긋고 조심스럽게 자투리 부분들을 떼 내어 필요한 형태를 얻어내면 사람의 이목구비나 자연의 세밀한 부분들을 페인팅으로 묘사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유리에 사용하는 안료는 가마에서 구워내야 내구성이 유지될 수 있다. 제대로 유리안료를 사용하여 필요한 열을 충분히 가하고 나면 날카로운 도구로 표면을 긁어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단단한 표면이 완성된다.
그리고 세부 묘사까지 마친 색유리 조각들을 납선(lead came)으로 잇는 작업이 진행된다. 납은 무른 금속으로 어렵지 않게 구부리고 휠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잘린 색유리들을 끼워 쉽게 연결해준다.
최근 유럽에서 새로 제작되는 스테인드글라스들은 친환경적 재료를 사용하는 추세에 발맞춰 오래된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의 복원 보수를 제외하고는 납선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중세 성당에는 전통적인 납선기법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가장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 납선기법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는 모습.
납선은 단순히 색유리 조각들을 가두는 테두리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품의 조형적인 선이 되기도 하고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지나가고 또 가려지는 창 표면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심한 납선 조립 과정이 끝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마감 작업 단계가 남게 된다. 퍼티(putty) 작업이라고 표현하는 이 과정에서는 석회질과 기름을 섞어 만든 반죽을 납선 사이에 밀어 넣고 납선 가장자리의 끝을 눌러 마무리하게 된다.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전 마지막 마무리 단계인 마감 작업은 색유리와 납선의 결합을 단단하게 해 주고 납선과 색유리 틈새로 빛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쳐야 할 중요한 작업 단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마감 단계가 생략된 채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되는 사례가 많아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