辰奸과 戌藝는 수라修羅로 모질고 사나우며 술수나 행동 따위가 교묘하고 능란한 속성이 있다.
본래 아수라阿修羅는 불법을 지키는 도리천의 제석천인帝釋天人들과 항상 전투하며 싸우는 일을 일삼는 중생들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수승殊勝하여 천인과 같으면서도 용모가 너무나 험상궂으며 그 성질과 용모로 보아 천인에 속할 수가 없다고 해서 비천非天이라고 한다. 대개 말을 잘 하고 꾀를 잘 쓰며 재주가 비상한데 곧잘 자승자박自繩自縛하는 어지러운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 아수라도는 매우 부유한 세계로 묘사돼 있다. 아수라는 진심嗔心이 많아 성을 잘 내며 싸움을 잘 하는 중생으로 평가된다. 수명이 천세보다도 더 많이 살 수도 있고, 씻고 목욕하며 옷을 입고 즐기는 등 생활환경과 신통자재한 면으로 인해 악도와 천도의 경계로 보기도 한다. 이처럼 수라의 세계는 인간계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복덕을 즐기는 곳인데 다만 한번 성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포악하여 글자 그대로 아수라장을 일으키는 업을 짓는 게 문제다. 따라서 일시적인 복락을 누리지만 나쁜 업을 지을 때는 한없이 지어 미래에는 나쁜 과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악취惡趣로 칭하기도 하는 것이다.
분노는 광기狂氣로 표출되는데 신약新約에서 예수는 종종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너희 뱀의 무리여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어찌 지옥의 저주를 면하겠느냐?” 예수가 자신의 설교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한 말이다. 예수가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은 바리새인들이었다. 그들은 당시 유대교의 원동력이었으며 유대인들의 힘이었고 따라서 신성불가침한 존재였다. 이들은 또한 모두가 여호와의 율법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경건한 신봉자이기도 했다. 전통에 충실한 이들은 여자를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가다가 벽에 부딪쳐 이마에서 피가 나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이마에 피가 묻은 바리새인’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엄격하고 신중하며 절대적으로 보수적인 이들은 언제나 예수의 공격 대상이 됐다. 융통성이 없고 형식에 얽매여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다운 신앙이 없는 이들을 비난하는 예수를 그들 또한 적대시했으므로 격렬한 저주가 이어졌다.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판결을 피하겠느냐?” 이외도 마태복음에서만 수차례 반복된 비난은 정상적인 상태를 넘어선 듯하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정신계의 천도와 수라도가 오버랩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아수라Asura는 어찌 보면 장수의 격을 가진 귀신과 같은 신장神將과 같기도 하고, 비상한 힘과 놀라운 재주를 지닌 괴이한 형상의 도깨비와도 유사하다. 보통의 귀신은 7대가 지나면서 윤회하거나 해체되는데 도깨비인 매魅는 음기가 강하게 서린 곳에서 수명을 수 백 년 이상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그곳의 지기地氣와 공고히 어우러져 터주가 된 신이 바로 도깨비인데 도깨비 터는 명당은 아니어도 준 명당으로 쳐줄 만큼 물질적 변화에 능통하다. 또 도깨비는 부지깽이나 절구, 낡은 기와, 빗자루 등의 오래된 물건에 붙어 물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여성의 월경이 이런 낡은 물건에 스며든 경우는 더욱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아무튼 도깨비는 오랜 기간 존속하며 지기의 화신이 됐기에 사람을 해코지하는 귀신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선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노여움과 앙갚음의 성질이 남아 장난을 치거나 위협을 하는 정도로 멈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깨비의 본질은 흉악한 괴물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역으로 인간에게 부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되는데 도깨비로 보여진 사람들과의 교류, 교환을 통해서 부를 입수하였다는 점, 사회 내부에 발생한 재앙 등을 도깨비가 그 몸에 짊어지고 사회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고 생각된 점, 도깨비는 결국은 패해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된 점 등이 복신화福神化한 도깨비의 관념을 지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도깨비의 기본적 속성은 인간계에 모습을 나타내서 인간을 습격하여 먹어버린다는 식인성食人性에 있다.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도깨비는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신불의 힘이나 인간의 무용, 지혜로 퇴치되거나 추방되는 운명을 지닌다. 식인성으로 보자면 도깨비는 사왕천四王天의 야차夜次, 나찰羅刹과도 같은 담귀噉鬼 급에 들지만, 천인이 아니고 인도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보면 수라도 언저리에 머무는 대상으로 보는 게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매魅를 파자破字하면 ‘鬼未’로 적어도 아귀는 아니라는 뜻인데 명命에 이 글자가 있으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치명적 fatal 매력魅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