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즐기지 않는 남자에게 아웃렛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장소다. 온갖 조명으로 채색된 쇼윈도도,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며 순정 만화 주인공 같은 표정을 짓는 아내 혹은 애인의 생기발랄함을 받아주는 것도 삼십 분이면 족하다. 시간이 흐르고 허리가 뻐근해지면서부터 모든 게 짜증스러워진다. 도대체 뭐가 다른지도 모를, 똑같이 생긴 원피스를 몇 번이고 입었다 벗는 그녀가 신기해질 무렵 인내심은 한계치에 다다른다. 예쁘네, 예뻐. 진심을 담을 기력도 없어 기계적인 대답이 튀어나올 때면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보고 말하는 거야? 건성건성 대답하지 말랬지?”로 시작해 불화살이 날아온다. 통속극 대사 같은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에는 쇼핑이고 뭐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을 뿐이다.
물론 쇼핑을 즐기는 남자라면 상황은 다르겠지만 아웃렛에 놀러온 남자들에게 쇼핑 외에 즐길 거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중 현대프리미엄아웃렛 송도점에는 남자를 위한 공간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과연 그곳은 여자들의 지상 낙원일 뿐만 아니라 남자들의 원더랜드 역할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토요일 오전 개장 시간에 맞춰 송도를 찾았다. 지하 1층에 들어선 남자 포토그래퍼가 환호성을 질렀다. 드론과 전동 보드부터 각종 피겨와 IT 용품 액세서리까지, 남자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가득한 ‘볼케이노’ 매장 앞에서였다. 세그웨이 같은 각종 전동휠을 타볼 수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가수 GD, 래퍼 도끼, 개그맨 정준하 등 셀럽들이 타고 나와 화제가 된 투 휠 보드가 인기였다. 각종 드론을 판매하던 ‘헬셀’ 매장도 기억에 남는다. 유리 가벽으로 된 체험 존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직접 드론을 날려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드론이 윙 소리를 내며 매장 안을 날아다니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눈을 떼지 못한다. 엄마가 길고 긴 쇼핑을 하는 동안 아빠와 아들이 시간 보내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지상 1층에는 가상현실(VR) 체험관이 있다.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VR 헤드셋을 끼고 자동차 레이싱을 하는 사람들과 그 주위를 빙 둘러 게임을 구경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이 밖에도 나만의 가죽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리틀 파머스’와 사이클 시승이 가능한 ‘얼바인’ 등 다양한 체험형 라이프 스타일 매장들은 현대프리미엄아웃렛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을 감상하고 나니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테마파크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지상 3층에는 송도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하늘 정원과 ‘꾸아퍼스트’라는 프리미엄 헤어숍이 자리하고 있다. 아웃렛에서 머리를 다듬고 간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기 때문일까. 아직 남자 고객은 많지 않았는데, 담당 실장이 남자들의 아웃렛 사용 팁을 귀띔해준다. “센스 있는 분들은 아내나 여자친구가 쇼핑을 하는 동안 숍에 들러 머리를 정리하고, 두피 마사지를 받으며 휴식 시간을 갖고 가세요. 여자분들은 마음 편하게 쇼핑하고, 남자분들은 자신만을 위한 힐링 타임을 갖는 거죠. 이게 바로 윈윈 아닐까요.”
현대프리미엄아웃렛이 남자의 ‘원더랜드’라고 하기에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쇼핑이 달갑지 않은 보통 남자들을 배려한 손길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음은 분명했다. 아웃렛에서 상흔을 입은 남자들이여.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라. 그저 가서 즐기기만 하면 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