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래미 마실
-영천 청통 거조암가서
상희구 詩人
강새이는 삽짝에서 졸고
달구새끼는 횃대 우에서 졸고
괘네기는 실겅 밑에서 졸고
할배는 담삐라다 바지게
걸치놓고 살핑사서 졸고
할매는 마늘까다가 졸고
알라는 할매 젓태서 졸고
에비는 소 몰민서 졸고
팔공산 모티는 가물가물
아지래이 속에서 졸고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마실이
마카 졸고 있는데
거조암(居祖庵) 영산전(靈山殿)
오백나한만 부처님만
마실지키니라고
누이 말똥말똥하다
상희구
대구출생 1987년 월간 문힉장신으로 등단. 시집 『발해기행』외 12권
2020년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경상도 사투리의 맛을 살린 향토 詩다.
날로 퇴행 일로에 있는 가여운 우리말 틈새에서
어디 앉을 자리라도 허락 받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잘 알려지지 않는 사람을
'듣보잡'이라고 하는 판에 시인의 시는 모두가 '듣보잡'일 테니.
첫줄부터 끝까지 사투리 詩語는 완전한 무시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개무시'?
지금의 수납장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지난날의 '실경' 은
우리말 사전에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점차 잊혀져 가는 고향의 풍물을 한껏 불러내고 있으니
시인에게는 詩語 자체가 모두 소중한 골동품들이며 자산이다.
연음으로 이어쓴 '담벼락에다'를 '담삐라다'와
'눈이 말똥말똥하다'가 '누이 말똥말똥하다'는 등
영천 토박이가 아니면 통역을 해 야할 판이다.
시에서는 서툰것이 생경스러워 보이고,
일부러 비튼 것이 아름답다.
'모두' '마카' 졸고 있다.
잠꾼을 일르는 '자부래미'를 시작으로
끝까지 권태와 졸음 겨운 사투리 詩語를 구사했다.
강아지 '강새이', 병아리 '달구새끼', 고양이 '괘내기' ,
할배, 할매, 아기 '얼라' , '애비',
심지어 팔공산 '모퉁이' '모티이'까지
온 자부래미 마을이 졸고 있다.
다행히 마을 수호신인에게는 예의를 잊지 않았다.
부처님의 눈만은 깨어 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