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13,1-9; 루카 17,26-37
+ 찬미 예수님
오늘은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입니다. 우리 본당에 축일 맞으신 분들도 봉사를 많이 하시면서도 기쁘게 하시는 분들이신데요, 정말 우리의 삶은 주보 성인을 많이 닮아가나 봅니다.
엘리사벳 성녀는 1207년 헝가리의 공주로 태어나셨는데, 정략결혼으로 불과 네 살 때 튀링겐의 궁정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생활했습니다. 여섯 살 때 어머니가 헝가리에서 살해당했고, 아홉 살에는 결혼 상대자였던 헤르만이 사망하여 결국 그의 동생 루트비히 4세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할 때 신랑은 21살, 엘리사벳 성녀는 14살이었습니다. 세 자녀를 두었는데 맏아들은 어려서 죽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선과 기도에 열심이었던 엘리사벳 성녀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야기에서 깊은 감동을 받고 성인의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같이 되고자 검소한 복장을 했고 매일 찾아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결혼생활 6년 만에 남편이 십자군 전쟁에서 죽자, 남편의 가족들은 왕실 재산을 낭비한다며 성녀를 왕궁에서 내쫓았지만, 남편의 동료들이 전쟁에서 돌아오자 신분이 복귀되었습니다.
그러나 성녀는 스물한 살에 프란치스코 제3회에 들어가서 자신이 세운 ‘성 프란치스코의 자선 병원’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남은 여생을 지냈습니다. 건강이 악화되어 스물네 살에 선종하신 후, 무덤을 찾는 순례자들이 많이 있었고 불과 4년만에 성인품에 오르셨습니다.
성녀 엘리사벳은 망토에 장미꽃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려고 몰래 빵을 감추고 나가다가 남편에게 들키자, 빵이 장미꽃으로 변했다는 전설에 따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의 날에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그러나 회개하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사고 팔고, 심고 짓는 것은 모두 소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장 무슨 일이 다가오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새로운 땅을 눈앞에 두고도 이미 떠나온 곳에 두고 온 소유물 때문에 뒤를 돌아보다 소금기둥으로 변한 롯의 아내가 한 것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이해하기 무척 어렵고 그만큼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암브로시오 성인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처럼 의인들도 부활하여 독수리처럼 날게 될 것이라고 해석하셨습니다. 이에 비해 독수리가 로마 군대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기에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을 짓밟을 것이라는 예고의 말씀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예수님께서 특정한 장소를 지칭하신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날 곳이면 어디서든 일어난다’고 대답하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1독서에서 지혜서는 아둔한 사람들이 피조물을 신으로 섬기면서, 정작 그 피조물을 만드신 분을 알아뵙지 못한다고 한탄하는데요, 오늘날 사람들은 “불이나 바람이나 빠른 공기, 별들의 무리나 거친 물, 하늘의 빛물체들을” 신으로 섬기지는 않지만, 그 대신에 돈과 재물을 신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눈 앞의 것만 집착하고 현명한 사람은 그 너머의 것을 바라봅니다. 눈 앞의 것만 바라 본 롯의 아내가 될 것인가, 그 너머의 것을 바라본 엘리사벳 성녀의 삶을 본받을 것인가, 우리는 질문 받고 있습니다.
첫댓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손편지' 같은 신부님 강론 말씀으로 매일매일 감동이며 기쁨입니다.
주님, 아직도 세상 물정에만 집작하는 롯 아내의 이 눈먼 육적인 삶에서 저를 구원하소서. 그동안 너무 그토록 지악스레 살았음을 다시금 깊이 뉘우치오니, 이제 그만 세상의 가치와 물욕 너머 저 엘리사벳 성녀의 사랑 충만한 영적 삶으로 눈 돌리게 하소서. 아멘!
감사드립니다~ 손 편지처럼 꾹꾹 눌러 쓰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