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두 가지의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직관적, 자동적, 무의식적인 빠른 사고 fast thinking이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 통제적, 의식적인 느린 사고 slow thinking이다. 자동적 사고(빠르게 생각하기)는 도식과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방법이기에 충동적이고 신속하지만, 통제적 사고(느리게 생각하기)는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생각으로 신중하고 느리다. 자동적 사고에서 사용되는 도식(schema)은 사회적 범주에 대한 지식을 조직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유 방식을 뜻하며, 휴리스틱(heuristic)은 충분한 근거가 없을 경우 신속하고 효율적인 판단을 위해 사용하는 사고 전략이다. 다른 말로, 어림짐작, 어림법(속된 말로 겐또 때리기)이라고 한다.
1. 휴리스틱과 체계적 방법의 차이
휴리스틱 정보처리는 제한된 처리로 적은 수의 정보만 가지고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이니 옳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선택한다거나, 유명인이 사용하니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여 선택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처리 방식은 주변의 정보나 단서에 영향을 받아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한편 체계적 정보처리는 중심 경로 정보처리라고 하는데, 논리적 사실과 논거로 설득하며, 정보의 질에 대해 체계적인 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정확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처리방식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숙고하는 동기와 능력이 전제되어 있다.
2. 휴리스틱(어림법)
1.틀 효과(framing effect)
틀 효과란, 주어진 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속된 말로 '프레이밍 씌우기'라 한다. 즉, 대상의 맥락에 따라 판단하는 것인데, 같은 정보라도 긍정적인 틀을 사용하느냐, 부정적인 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면서 수행하는 사람을 보고 좋은 행동인지 나쁜 행동인지 판단해 보자.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람은 수행을 하니까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 할 수 있고, 담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람은 수행하는 상황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 할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틀은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안전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부정적인 틀은 손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2. 대표성 어림짐작(representiativeness heuristics)
대표성 휴리스틱은 전형적인 사례와의 유사성 정도를 판단에 사용하는 휴리스틱이다. 통계를 통해 나타나는 비율(기저율)이나 확률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다음 글에서 이정태의 직업을 판단해 보자.
이정태는 매우 외향적인 성격으로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잘나 보이거나, 멋진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이름 값이 나가는 사람(잘 난 사람)을 들먹이면서 그 사람과의 친분을 과시한다. 그러면서 자기 집 청소라든지 신변의 정리정돈에는 무관심하다. 또 가족에게 소홀하다. 자신의 자유를 중시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는 적다.
위의 글을 읽고 의사, 변호사, 연예인, 부동산중개인, 홍보담당자, 출판 광고업, 인터뷰 기자 중에서 이정태의 직업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인터뷰 기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이정태의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한 걸 읽고 그 유사한 정도를 파악하여 직업을 판단하는 것이 대표성 휴리스틱을 사용한 것이다.
3.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s)
가용성 휴리스틱은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것, 떠오르기 쉬운 정도에 따라 발생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하는 휴리스틱이다. 예를 들어, 뱀에게 공격당하는 영화를 본 사람은 뱀에게 물려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살인사건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이나 자신에게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확률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회상이 용이할 때만 가용성 휴리스틱을 사용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4. 닻내리기 효과(anchor effect)
닻 내리기 효과는 특정 숫자나 값어치를 추정할 때 특정 기준점을 근거로 판단하는 경향을 말한다. 사람들에게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래를 들려주고 일반인이 부른 평범한 노래를 들려준다면, 노래를 잘한다고 말할 확률이 높고, 가수의 노래를 들려주고 일반인의 노래를 들려준다면 노래를 못한다고 말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닻 내리기 효과는 처음 들어온 정보의 영향을 받아 그 후에 판단까지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5. 모의 휴리스틱(simulation heuristic)
모의 휴리스틱은 과거 혹은 미래의 일을 상상하여 어떤 사건의 결과를 추론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후회와 관련되어 있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낳는다. 예시로 시험에서 답을 고쳤는데 틀려서 낙방한 경우, 그 답만 고치지 않았더라면 합격했을 텐데...와 같은 상상을 하게 되고 그것을 사실로 믿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답을 고치지 않았더라도 시험에 떨어질 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2등이 있다. 2등이 3등보다 불행한 이유는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1등을 할 수 있다는 회상을 하기 때문이다.
6. 사후확신 편향(hindsight bias : behind + sight = hindsight bias)
사후확신 편향은 결과를 알고 난 후 마치 애초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여기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난 후에 자신이 그것을 예상했었다는 잘못된 인지를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보통 사건이 일어난 후에 "내가 그럴 줄 알았지!"라고 예견했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영어로 knew-it-all-along effect라고도 한다. 심지어 사후확신 편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사고를 한다고 한다.
결론: 어림짐작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방식은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게 처신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자기보존 책략이다. 이는 동물적 생존방식에 출발해서 진화해온 인간의 속성이다. 휴리스틱 사고는 일단 자기유지와 보존에는 유리하므로 그 목적을 이루기는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 일변도로만 세상을 살 수는 없다. 자기 이익 추구에 너무 치우친 사람은 타인의 선의를 오해할 수도 있고, 자기 희생이나 타인과의 협력을 소홀히 하여 공동체 활동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 무엇을 위한 자기보존인가? 인간은 자기보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자기행복을 원한다. 자기가 행복하려면 주변 사람들과 환경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생존이란 가치를 넘어서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려면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환경에 대한 고려, 사회의 공동선이란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휴리스틱(어림짐작)을 넘어선 의도적, 통제적, 의식적인 느린 사고slow thinking이다. 따라서 생활세계에서는 이 두 가지의 생각 방식을 균형잡으면서 적절하게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