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샴푸에 '다이옥산'이라는 발암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누구나 걱정할 것이다. 정말 걱정할 일인지 알아보자.
샴푸의 주요 세정 성분은 계면활성제이다. 계면활성제surfactant는 표면 활성제surface active agent에서 유래한 말이다. 계면활성제 분자의 한쪽 끝은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반대쪽 끝은 기름이나 공기를 좋아하는 소수성 성질을 가진다. 샴푸의 풍성한 거품, 옷과 접시의 얼룩 제거, 핸드크림의 유분과 수분이 층분리되지 않는 것, 이 모든 게 계면활성제 덕분이다. 그런데 계면활성제는 자연에서 수확하는 게 아니라, 화학적으로 합성해야 하는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계면활성제는 종류에 따라, 거품 잘 만드는 것, 세정력 뛰어난 것, 화장품의 물-기름 층분리 막는 것 등이 있다. 먼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제품 속 계면활성제 자체는 사용자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조과정의 부산물인 '1,4-다이옥산'이 수계水系로 흘러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오염물질은 거품 잘나는 것으로 인기 있는 알킬 에테르 황산염 또는 세정력이 우수한 알코올 에톡실레이트의 합성 과정에서 생성된다.
소듐 라우레스 황산염(SLES)을 예로 들어 보자. 팜핵유 또는 코코넛 오일을 수소와 반응시켜 라우릴 알코올을 얻고, 에틸렌 옥사이드와 반응시켜 라우릴 알코올 에톡실레이트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삼산화황과 수산화나트륨으로 처리하여 SLES를 만든다.
문제는 에틸렌 옥사이드를 사용하는 단계에서 발생한다. 부반응으로, 에틸렌 옥사이드 두 분자가 결합하여 1,4-다이옥산이 생성된다. 이를 제조과정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하수로 흘러 들고, 결국 우리의 식수원으로 유입된다. 하수처리 시설이나 정수 시스템은 1,4-다이옥산 같은 미량 화학물질을 제거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아, 결국 우리 식수와 체내로 들어온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제암연구소(IARC)는 1,4-다이옥산을 '인체 발암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미국 국립독성학프로그램(NTP)도 '인체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간주한다. 이는 인체 역학적 증거가 아니라, 장기간 다이옥산이 든 물을 마시게 한 쥐들에서 간 종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쥐들은 '5,000 ppm'의 다이옥산이 함유된 물을 마셨는데, 이는 인간이 절대 노출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식수 최대허용 농도를 0.05 ppm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쥐 실험 농도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양은 이보다 훨씬 적다.
수돗물 속 1,4-다이옥산의 암 위험성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우리가 식수와 음식을 통해 노출되는 미량 오염물질은 이것만이 아니다. 의약품, 농약, 의류, 플라스틱, 개인위생용품 생산에서 유래한 수많은 오염물질이 존재한다. 개별 독성은 매우 낮지만 '누적' 효과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모든 오염물질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1,4-다이옥산은 여러 제거 기술로 샴푸·화장품·세제 내 농도를 1 ppm 이하로 낮출 수 있으며, 이 정도면 식수 오염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
다른 방법은 에틸렌 옥사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계면활성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소듐 라우릴 황산염(SLS)이 그 예다. 1,4-다이옥산 오염 가능성은 없지만, SLES보다 피부 자극이 강하다. 피부의 자연 유분을 제거하고 자극을 일으킬 만큼 강력한 계면활성제이다. 인터넷에 SLS가 암을 유발한다는 소문이 돌지만 이는 근거 없는 이야기다. 소듐 코코-황산염과 알킬 폴리글루코사이드도 에틸렌 옥사이드를 사용하지 않으며 SLS보다 피부에 순하다.
폴리에틸렌 글리콜(PEG)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습윤 능력 덕분에 변비약의 유효성분으로 쓰이는 PEG도 에틸렌 옥사이드를 사용하여 제조하므로 미량의 1,4-다이옥산이 잔류할 수 있다. 의약품은 엄격히 규제되어 10 ppm 이하로 관리되며, 이 수준은 무해하다. PEG를 사용하지 않는 변비약에는 1,4-다이옥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PEG 스테아레이트 같은 PEG 유도체는 얼굴크림, 로션, 자외선차단제에 유화제로 쓰이며, 무시가능한 수준의 미량 1,4-다이옥산을 함유할 수 있다.
몇 년 전 어느 주부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아이 샴푸에 ‘다이옥신’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매우 화가 난다고 했다. 다이옥신은 베트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에서 검출된 매우 강력한 발암물질이다. 그런데 그 주부는 1,4-다이옥산에 관한 글을 읽은 뒤에 다이옥신에 관한 글도 읽고 두 물질을 혼동한 것이었다. 이름이 유사하여 혼동할 수 있다. 샴푸에 진짜 다이옥신이 들어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1,4-다이옥산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