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맛집을 나름 정리해보자며 블로그 포스팅에 맛집 카테고리를 만들었을 때, 제게는 맛집포스팅에 있어 하나의 모델이 되어주는 분이 계셨습니다. 지금은 활동을 쉬고 계시지만 맛집 블로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조범'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실 겁니다. '맛과 사람이 있는 블로그 with 조범' 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시던 조범님의 블로그 운영방식은 원칙적이고 소신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주관성 강한 맛집블로깅에 있어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셨죠. 개인적으로는 블로그를 통해 교류를 해오던 차에 마침 조범님께서 휴가차 제주에 여행을 오신다 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1차로 고로케야에서 고로케를 먹고 2차로 이 집을 오게 되었죠.
태광식당은 제주에서도 무척 유명한 집입니다. 오래되기도 했지만 한치주물럭이라는 메뉴로 유명세를 탔었죠. 사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처음 들렀을 때에는 심심한 간에 그닥 마음이 끌리지 않아 맛집포스팅을 접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일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맛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한 유명세와 추억에 회자되는 집이라는 점에서 조범님께 소개 겸 함께 맛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고로케야에서 간단한 맥주와 함께 고로케를 먹고 어둑해지는 저녁무렵 한두기 부근의 태광식당에 조범님과 함께 찾았습니다. 관덕정옆 사거리 대로변에 위치해서 찾기도 무척 쉽습니다. 이 집 메뉴들을 보니, 요즘 한창 솟구치고 있는 제주음식점 가격들을 실감할 수 있겠더군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년 반 전만 해도 저 정도로 비싸지는 않았는데, 주문하려고 보니 엄청 뛰어오른 가격에 마음이 조금 머뭇거렸습니다. 그래도 주문해야죠. 여기서 정석은 한치주물럭 반 돼지주물럭 반입니다. 반찬은 그럭저럭이죠. 뜨겁게 달구어진 판 위에 돼지 주물럭이 먼저 올려집니다. 아무래도 먼저 익혀야겠죠.. 돼지고기는.. 시간차를 두고 한치주물럭이 올려지네요. 대파와 깻잎과 양파, 그리고 팽이버섯의 심플함도 왠지 정겹습니다. 맛있게 잘 익어가고 있죠? 국물이 생기면서 더욱 먹음직스러워집니다. 잘 익은 한치와 돼지고기가 젓가락을 재촉합니다.
쌈야채에 잘 익은 한치와 돼지고기를 올려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먹는데, 그리고 조범님과 한 잔 하는데 정신이 팔렸네요. 둘 다 열심히 사진찍었는데 정작 중요한 사진을 놓쳤습니다. 먹고 남은 국물에 이제 밥과 국수사리를 볶아보려 합니다. 독특한 건 남은 국물에 계란을 하나 넣는 모습이었습니다. 김도 잘게 넣어주고 볶아진 밥은 정말 맛깔납니다. 국수사리도 다른 불판에 남은 양념들과 함께 볶아집니다. 이렇게 볶아진 밥과 국수로 알찬 저녁은 마무리 됩니다. 한라산 소주도 곁들이면 정말 금상첨화죠.
이 집은 워낙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집이라 이날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더군요. 약간은 짭짤하면서 후추의 자극적인 뒷맛이 있어 조금 거슬리긴 하나, 이전의 아쉬웠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한치와 돼지고기의 조화도 괜찮았구요. 좀 더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며 소주 한 잔 나누며 맛볼 수 있었다면 아마도 더 푸근한 맛을 느낄 수 있었을 듯 합니다. 시간을 두고 다시 찾은 이 집의 한치돼지주물럭은 만족스러웠습니다만, 조범님은 어떠셨을까요?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는데 궁금합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