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곡 아홉 번째 구렁, 불화의 씨앗을 뿌린 자들
내가 지금 본 상처와 피의 광경은
그 어느 누가 쉽게 풀어 몇 번을 반복해도
완벽하게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언어라도 분명 흡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엄청난 것을 이해하기에
우리의 말과 정신은 너무나 보잘것없다.
이탈리아에서 겪은 모든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그 구멍 나고 잘려버린 수족들을 모조리 드러내도 이 아홉 번째 구렁의 참혹함과 놀라움에 비길 수 없으리라 단테는 놀라 탄식합니다.
단테의 지옥에서 죄를 지은 망령들의 벌을 보면 현 세상에서 지은 죄와 같은 형상으로 대응되는 모습으로 벌을 줍니다. 예를 들어 점쟁이나 예언가는 하늘의 뜻을 왜곡해 알려주어 앞을 보지 못하고 머리가 뒤로 돌려져 뒤로 걸어야 하고 도둑들은 뱀들에게 마술로 자기 몸을 빼앗깁니다. 여기 아홉 번째 구렁에서도 세상에서 분열을 일으켜 교회와 사회, 그리고 가족과 친지들을 분열시켜, 이곳에 와서는 자기 몸이 갈기갈기 찢겨 몸이 분열됩니다.
지옥에서 받는 벌이 현세에서의 죄에 대응된다며 ‘콘트라파소’(라틴어의 ‘정반대’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 ‘콘트라’contra와 ‘고통을 당하다’라는 동사 ‘파티오르’patior의 합성어입니다.)는 지상에서 자신이 행한 악한 행동을 지옥에서 다시 그대로 자신이 당하는, 자신의 죄와 똑같은 고통을 받도록 조정하는 보복의 법칙이라 합니다.
죄인의 형상들이 고통과 함께 그들의 범죄와 형상이 비슷하게 벌을 받습니다.
이 곳의 죄인들은 모두 세 부류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종교적인 갈등을 유발한자들 두 번째는 도시 분열자와 정치적 갈등을 조장한 자들 세 번째는 가족과 친족의 불화를 만들어 낸 자들입니다.
단테가 턱부터 엉덩이 까지 깊게 찢어진 어떤 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는 두 손으로 가슴을 열어 보이고 말했습니다.
난도질당한 무함마드의 몸을 보시오!
내 앞에서 울며 가는 저자는 알리.
얼굴이 턱부터 이마의 털까지 찢어졌소.
당신이 여기서 보는 모든 자들은
살아 있을 때 불화와 분열의 씨를 뿌린 자들이오.
그래서 이렇게 찢긴 것이오.
첫 번째, 종교적인 갈등을 유발한 자들입니다.
무함마드와 그의 사위 알리는 그리스도교에 분파를 만들어 이슬람을 창시한 종교적인 분파의 우두머리로 종교에 분열과 불화를 일으켜 여기 아홉 번째 구렁에 와서 영원히 반복해서 신체를 찢기는 고통을 당하는 벌을 받고 있습니다.
무함마드와 알리는
우리 뒤에는 마귀 하나가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가 고통의 길을 한 바퀴 돌고 오면 하나하나에게 칼을 휘둘러 또 다시 갈기갈기 찢어 놓는데 우리가 그놈 앞을 자나기 전에 아물기 때문에 또 다시 갈기갈기 찢어 놓는 것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단테에게 당신은 누구요라고 묻습니다. 선생님이 이 사람은 죽은 것이 아니라 경험을 함께 하려고 죽은 내가 그를 이끌어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말에 놀란 수백 명의 망령들이 꼼짝도 않고 단테를 바라봤습니다.
무함마드는 '얼마 뒤에 태양을 보게 되겠군요.' 하며 돌치노에게 곡식을 많이 마련해 두라고 전해 달라고 합니다.
돌치노는 선생이 이단자로 처형되자 자신이 진짜 그리스도이며 예언자라고 주장하며 가톨릭교회와 맞서 교황 클레멘스 5세와 싸우다 식량 부족과 폭설로 항복했습니다. 그래서 곡식을 많이 마련해 두라고 예언을 하고 떠납니다.
목에 구멍이 나고 코는 눈썹까지
잘려 나갔으며, 귀는 한 개만 남은
망령이 다른 여러 망령들과 함께
그가 지켜보고 있다가 먼저 말을 했습니다.
그는 단테를 알아보고 이승으로 가게 되면 자신의 지인들에게 전해 달라고 합니다.
그들은 (귀도와 안지올렐로) 흉악한 폭군의 배반으로
그들이 타던 배에서 내던져져
카롤리카 부근에서 익사할 것이라고 말이오.
파노 지방의 귀족인 그들은 리미니 영주 말라케스티노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단테는 그 땅이 보기 싫다는 자가 누구인지 보여 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그는 “바로 이자인데 말을 못 한답니다.
쫒겨나 있던 이자는 (로마의 호민과 쿠리오) ‘준비된 사람이
망설이면 다 잃고 맙니다.‘ 하며 카이사르의 의심을
잠재우고 주사위를 던지게 했었지요.“
쿠리오는 리미니 근처의 루비콘 강에서 망설이는 카이사르가 강을 건너도록 설득했는데 결국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를 치고 로마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직언을 서슴치 않던 쿠리오는 죄의 대가로 혀가 잘려 공포에 떨며 말을 할 수 없어 피에르가 대신 설명합니다.
두 번째, 도시 분열자와 정치적 갈등을 조장한 자들이 벌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한 망령은 손이 다 잘린
짤막한 양팔을 어두운 허공에 쳐들고
떨어지는 피로 얼굴을 더럽게 적시며 고함을 쳤다.
“당신! 모스카도 기억하겠지! 그래! 토스카나 사람들에게 악의 씨앗이었지!
단테는 모스카를 피렌체 내분의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피렌체의 명문가 부온델몬티의 청년이 아미데리 가문의 처녀와 약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파혼을 하고 다른 가문의 처녀와 결혼을 했습니다. 아미데이 가문은 인척 가솔들과 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모스카는 그 청년을 죽이자고 선동했습니다. 이는 복수를 일으켰고 또 다른 복수가 뒤를 이어 결국 피렌체 전체가 궬피 파와 기벨리니 파로 나뉘어 싸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단테는 모스카를 피렌체 내분의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내가 덧붙였다. 당신 집안의 종말도 그와 같았지!
그러자 그는 고통에 고통이 쌓여
미친 사람처럼 훌쩍 가 버렸다.
처음 이 행을 읽었을 때 “당신 집안의 종말도 그와 같았지!” 같은 참 무서운 말을 한다고 생각 했었는데 모스카의 행적을 보니 단테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테는 계속 구렁 속의 망령들을 보고 있는데 한 망령이 눈에 띕니다.
세 번째, 가족과 친족의 불화를 만들어 낸 자들이 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보았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머리가 잘린 몸체 하나가 다른 온전한 몸을 지닌
슬픈 무리와 함께 태연히 가고 있는 그 모습이.
그자는 자신의 잘린 머리를 초롱불처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그 머리는
우리를 쳐다보면 “아이고, 내 신세야!” 하고 말했다.
우리가 돌다리 언저리로 가자 그 자는 머리를 높이 치켜들어 우리에게 자기의 말을 들려주려 했습니다.
그는 “내가 받은 흉악한 벌을 보시오.”라며
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주시오. 나는
나는 보른의 베르트랑이요, 젊은
왕에게 사악한 암시를 주어
아버지와 아들을 서로 반목하게 한 사람이오.
압살롬과 다윗을 이간질한 아히도벨의
사악한 교사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서로 굳게 믿는 자들을 내가 갈라놓았으니,
아, 고달프구나! 나의 머리를 몸뚱어리에서
떼어 내 이렇게 들고 다닌다오.
죗값은 내 안에서 이렇게 나타났다오.
인과응보는 내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나에 의해 죄가 만들어지고 그 벌을 내가 받고 있습니다.
보른의 베르트랑은 회한에 젖은 후회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