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1(화)
마태오 복음 16,13-27
마르코 복음 8,27-9,1
루카 복음 9,18-27
(마태 16,23)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 하는구나
묵상-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야.’
화가 단단히 나신 게다.
당신이 손수 반장으로
세우시어 교회의 반석이
될 거라고 추켜세운 베드로가
느닷없이 사탄이 된 게다.
잘난 척 하던 베드로,
자존심 심히 구긴 데다
수치심까지 발동했을 터,
‘주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라고 한 문장 한 줄
때문이다. 주님께서 자기는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만에
다시 되살아나야 한다고 하니,
베드로는 걱정 마시라는 위로를
섞어 반박했던 거다.
주님의 공생활을 따라 다니며
늘 좋은 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제자들은 항상
앞날에 대한 걱정이 있었을듯.
베드로의 암묵적인 두려움이
건드려진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해버리면 어떡해.
자기가 뭘 안다고 말이야.
베드로가 착각할 만도 하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신성과 사람의 아들이라는
인성을 겸비하신 분이다.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신적인 영역에서 일어난
일들을 제대로 보기란 어렵다.
여기서 주님께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럼 무엇이
하느님의 일이고 무엇이 사람의
일이냐는 거다.
만일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원고를 쓰고, 강의를 하는 등
그런 것들이다.
인간적인 현실감을 지닌 사람의
일인 거다. 그럼 나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하는 건가? 헷갈린다.
내가 경험한 일이 있긴 하다.
교회출판사에서 내 기도문 원고를
작은 상본처럼 만들어서 배포할
거라고 연락이 왔었다. 어디서
내 원고를 보았다며, 그걸
제공해 줄 수 있냐고 말이다.
나는 당연히 좋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기도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수락했다.
그런데 그 원고를 가져오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분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었다. 계약서를 쓴 건
아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를 수
있기에, 난감하고 조심스러웠다.
어렵게 부탁을 했다. 물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언짢은 일도 있었다.
상대가 상처받을것 같아 눈치를
보며 없던 일로 할까 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조율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기도 중에 들려주신
말씀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 하는구나.“
서로의 관계를 고려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사람의 일일 수 있지만
어떤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먼저
기도하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좀 불편하더라도 더 큰 의미를
위해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곧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신앙인의 모습임을
체험했었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이 말씀을 떠올리곤
한다. 사람의 일인가? 하느님의
일인가? 그것을 식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 또한 자주 경험한다.
하느님의 일은 주님께서 고난 받고
죽임 당하고 사흘 만에 부활하는
엄청난 일인데, 베드로가 그것을
사람의 일로 변질시키는 바람에,
‘너는 사탄, 걸림돌이다.’ 라고
하신 거다.
참 어려운 일이다.
무엇이 하느님의 일이고,
무엇이 사람의 일인지를 아는 것이!
복음 속의 베드로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천방지축, 인간적인 결점을
감추지 않고 끊임없이 실수하며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그럼에도 괜찮다는 공감과
안도감까지 안겨주니 말이다.
성베드로여, 나약한 저희를
위해 빌어주소서.
첫댓글 요셉피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