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8/12~13)에 다녀온 만해축전 소식입니다.
창밖의 풍경에 이따금씩 눈길을 주며 달리는 길,
하늘은 얼마나 푸르고 맑던지요.
휴가 막바지라서 고속도로가 차량 정체로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렸지만,
오랜만에 정담을 나누며 달리는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시협 버스보다 늦게 출발해서 세미나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버스보다 먼저 도착했다지요^^
늦게 도착한 분들은 바로 인제 하늘내린센터로 가시고
먼저 도착한 분들은 만해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시협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한국 현대시의 도전과 희망'이라는 주제로 이현승 시인의 사회와 최동호 선생님의 개회사가 있었습니다.
만해대상 시상식 시간이 촉박하여 유성호, 김진희, 오형엽 평론가와 이승하, 맹문재 시인,
이렇게 다섯 분의 발표자들은 핵심만 발췌하여 짧게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시 같은 시간이었지요 ㅎㅎ
발표가 이어지는 시간, 저는 자꾸만 창밖의 초록에 눈길이 갔습니다.
세미나가 끝나고 곧바로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인제 하늘내린센터로 향했습니다.
대공연장 앞에 축하 화환들이 주욱 늘어 서 있었는데요.
우리 서정시학회에서 준비한 화환도 똬악~ 눈에 띄었습니다^^
축하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시상식 시간.
제일 먼저 만해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시리아의 민간 구호단체인 '하얀헬멧(시리아 민방위대)'의 라히드 알 살레 대표가 단상에 올랐습니다.
수상소감으로 그가 한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총이 아니라 들것을 들고, 구조 활동을 통해 시리아인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그가 만해평화상을 수상하러 오는 차 안에서 하얀헬멧 구조팀 7명의 피살 소식을 들었다 합니다.
그래서였나 봅니다. 그는 단상 위에 앉아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거든요.
다소 무례한 행동으로 비쳤는데, 아마도 속으로 울고 있었던가 봅니다..
다음으로 만해실천상을 수상하게 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가 단상에 올랐습니다.
그녀는 8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단아하고 꼿꼿했습니다.
최재천 교수가 제인 구달 박사를 에스코트하고 통역을 해주었습니다.
"불가능한 것에 도전해 이뤄내고, 사회에 희망을 준 만해의 업적보다 더 큰 가르침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가르침과 정신을 이어받아 제 인생 여행을 이어가겠습니다. 제가 일 년에 300일 이상을 여행하는 것도 바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쉬운 영어로 조근조근하게 이야기하는 제인 구달에게서 조용한 카리스마가 느껴졌습니다.
저는 오래 기다려 그녀와 함께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반사적 광영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만해문예대상은 최동호 한국시인협회장과 미국 버클리대 한국학센터 상임고문 클레이 유 교수가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최동호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부끄러움과 죄송함은 만해나 역대 수상자들에 비해 문학적 성취나 인간적 여정이 부족한 것 같아서."
고등학생 때 읽게 된 만해의 '님의 침묵'이 문학의 발화점이 되었다는 최동호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내 시의 발화점은 어디인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서정시학회에서 함께 해주신 분들입니다(존칭생략).
백남오 최해춘 신덕룡 황명강 엄봉애
한영수 이지담 박순원 정혜영 강호정
이인주 현순영 노승은 김유섭 김종훈
정우진 한효정
첫댓글 진짜 후기가 여기에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