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지속,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환경사업이 성장하기 위한 여건이 무르익고 있으나, 기업들 사이에 환경은 아직까지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환경사업을 고수익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 ‘환경을 도외시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 ‘환경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화두.’ 모두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들이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기업들도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강화된 환경 규제와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 의식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환경 투자를 대폭 늘리는가 하면, 환경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환경 보전 노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의 노력은 여기 까지다. 전문 기업들을 제외하고 환경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기업들은 환경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환경이 사업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의 환경사업에 대한 진출 사례에서 성공하는 경우보다는 실패에 그친 경우가 월등히 많은 것도 이러한 판단에 일조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 환경사업에 대한 관심 고조
이러한 점에서 GE가 지난해 발표한 Ecomag ination(Ecology와 Imagination의 합성어)이라는 환경사업 전략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었다(주간경제 869·870호, ‘GE 이멜트의 경영 방식과 시사점’ 참조). 우선, 환경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의 선언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GE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라는 반응과 ‘아무리 GE라도 이번 시도는 도박이다’라는 반응이 엇갈려 나타났다. 다음으로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GE는 한 술 더 떠 환경사업 매출과 연구개발투자를 2010년 각각 200억 달러와 15억 달러로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환경기술을 통해 엔진, 발전설비 등 전통사업을 새로운 첨단사업으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지열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와 수처리 사업 등 전형적인 환경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마저도 환경사업화 함으로써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GE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환경사업 진출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도처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997년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이래 현재는 대부분의 선진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의 기업은 단기적 상업화의 어려움에도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BASF는 환경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촉매 사업에 강점을 지닌 엥겔하드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무엇이 기업들의 환경사업 참여를 재촉하고 있는 것인가? 유가 급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환경에 대한 규제 강화가 궤도에 올라서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환경 투자에 대한 경제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협약이다.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 지 만 1년이 지났다.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2008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강제로 감축해야 할 처지이며,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들도 조만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 환경사업 모델 구축의 조건
환경사업의 전반적인 사업성이 호전되면서 향후 기업들의 환경사업 참여 움직임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환경사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먼저 참여하였느냐 뿐만 아니라 어떻게 참여하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환경사업이 유망 분야로 부상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환경사업에 대한 관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환경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선진 기업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 자사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라
환경사업에 진출할 때는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사업 진출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미래형 첨단 환경기술에 투자하면서 단기적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환경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기업들의 전형이다.
환경사업의 유형은 진출 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유형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자사에 가장 적합한 유형을 선택하고, 이를 충실히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실속 형이다. 돈 안 되는 사업은 사업이 아니라는 유형으로 GE의 모델이 대표적이다. 아직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GE의 환경사업 전략은 상당히 저돌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 등 미래형 환경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수익 창출은 아무래도 에너지 효율을 높인 엔진 등 기존의 경쟁력 있는 사업이 담당해야 할 전망이다. GE는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청정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 회사는 미국 정부에 환경 규제 압력을 가하고, 개발도상국 정부와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등 사업의 수익성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엥겔하드 인수를 추진 중인 BASF도 실속 형에 속한다.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 등 공해 방지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과 첨단 기술을 보유한 엥겔하드 인수를 통해 일약 세계 최대의 대기오염 방지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유형은 뚝심 형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을 간다는 유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한다. 10년 전부터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 중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결국은 틈새 시장에 머물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앞으로 10년 후를 목표로 가격경쟁력을 지닌 연료전지 자동차를 시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 유형은 내실 형이다. 명시적으로 환경사업을 추진한다는 선언을 하지 않아도 지속적인 환경 중시 경영 활동을 통해 환경사업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유형이다. 3P(Polution Prevention Pays)라는 환경정책으로 유명한 3M이 대표적이다. 환경오염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3P 활동은 1975년 시작되어 지난해 30주년을 맞았으며, 그 자체 활동만으로도 총 10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3P 활동을 통해 체화된 환경기술은 연료전지 소재 등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응용되고 있다.
● 트렌드를 읽어라
환경산업은 전형적인 규제 산업이다. 환경 규제에 따라 없었던 수요가 생겨나는가 하면, 존재하던 수요가 급속히 위축되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일본에서는 석면에 의한 건강 피해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바 있으며, 그 결과 7월부터 석면 장애 예방 규제가 시행되었다.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서 학교 등 공공 시설물을 중심으로 석면 분석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환경관련 조사·분석 업체와 분석 장비 생산 기업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면업체와 수요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석면 대체품 개발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불과 반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던 기업들은 혜택을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후발주자로서 이미 격화된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환경 변화의 흐름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규제 방향, 소비자 의식, 기술 수준 등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이 수반될 때 비로소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도요타의 ‘Prius’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성공한 사례이다. 만일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이해와 준비가 부족했다면, 오늘날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경 변화의 흐름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인이라면, 이러한 능력은 특히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Ford의 윌리엄 포드 주니어 회장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일본 기업과의 기술 격차 확대를 인정하면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였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달리 환경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 동안 에너지 효율화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미국과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격차를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는 없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본의 동제련기업인 동화광업은 폐기물 처리 규제 강화 움직임을 읽고 이를 사업화하여, 주력사업으로까지 발전시킨 경우이다. 동화광업은 산업폐기물 처리, 폐자동차 처리 등 환경사업을 전자재료와 함께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하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환경사업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제휴나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시장을 폭넓게 정의하라
환경사업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갈수록 사업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사업을 환경오염방지 사업과 같은 협의의 의미로 이해해서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없다. 남들과 다른 창의적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최대한 폭넓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전자조작 종자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인 Monsanto의 사례를 보자. 언뜻 환경 분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지만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Monsanto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작물들 중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과 에너지 작물이 대표적이다.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은 가뭄에 강하거나 사막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의미한다. 이것이 상업화되면 불모지의 녹화와 수확량 확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작물은, 예를 들어 에탄올 발효가 용이한 작물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대체 연료를 개발하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의 충족되지 못한 니즈를 찾아내서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노력도 바람직하다. 일본 동경가스의 자회사인 에너지 어드밴스(ENAC)는 기업 고객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감축 욕구에 주목했다. 동경가스의 지역난방사업이 전신인 ENAC는 자사의 설비를 활용하여 전기와 열을 고객사 현지에서 공급한다. 대형화된 최신 설비를 통해 고객은 환경 부하의 저감과 함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ENAC은 고객 확대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는 win-win 모델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ENAC은 이러한 현장 에너지 서비스 사업을 2010년까지 현재의 2.5배 수준인 700억 엔 규모로 확대함으로써 지역난방사업과 함께 양대 기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인 코오롱과 한국가스공사의 폐타이어·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도 이색적인 모델이다. 양사의 합작법인인 크리오텍은 버려지는 LNG 냉열을 이용, 폐타이어 및 폐플라스틱을 동결 분쇄해 미세 분말을 생산한다. 분쇄된 분말은 방음·방진 재료, 아스팔트 재료 등으로 활용된다.
● 대체재를 개발하라
가장 알기 쉽고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사업 모델은 기존 제품에 비해 환경 부하가 적은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본의 전자재료 기업인 스미토모 베이크라이트는 2000년부터 자체적인 친환경 제품 기준을 설정,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 기준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을 것, 위험하거나 유해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 고객이 위험하거나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 것, 자원 및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자원의 회수와 재활용이 용이할 것 등의 다섯 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발된 제품이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체 심사를 거치게 되며, 이를 통과하면 친환경 제품으로 등록된다. 현재 이 회사의 친환경 제품 매출 비중은 2004년 현재 20.7%이며,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여건은 과거에 비해 훨씬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공공기관의 친환경 상품 구매를 의무화한 ‘친환경 상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친환경 상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친환경 상품의 시장규모가 2005년 3조2천억 원에서 2010년에는 16조 원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 제품 개발의 목적은 단순히 국내 판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의 환경마크제도가 외국의 환경라벨링제도와 상호 인정될 경우 친환경 제품 개발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천편일률적 사업모델에서 탈피해야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경우 환경사업은 아직까지 기피의 대상인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환경의식 수준이 낮고, 정부 정책의 투명성이나 일관성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에 사로잡혀 있기에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의 경우 환경은 이제 경영의 기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러한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사업들이 태동하고 있다. 웰빙 열풍을 타고 국내 친환경 식품 및 농산물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러한 기회를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내 기업들도 시장을 탓하기 보다는 기존의 공급자적 사고와 정형화된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환경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GE의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한 강연에서 “2001년 내가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만해도 오늘과 같이 환경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연설을 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환경사업은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다. -끝-
고유가 지속,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환경사업이 성장하기 위한 여건이 무르익고 있으나, 기업들 사이에 환경은 아직까지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환경사업을 고수익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 ‘환경을 도외시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 ‘환경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화두.’ 모두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들이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기업들도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강화된 환경 규제와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 의식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환경 투자를 대폭 늘리는가 하면, 환경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환경 보전 노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의 노력은 여기 까지다. 전문 기업들을 제외하고 환경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기업들은 환경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환경이 사업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의 환경사업에 대한 진출 사례에서 성공하는 경우보다는 실패에 그친 경우가 월등히 많은 것도 이러한 판단에 일조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 환경사업에 대한 관심 고조
이러한 점에서 GE가 지난해 발표한 Ecomag ination(Ecology와 Imagination의 합성어)이라는 환경사업 전략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었다(주간경제 869·870호, ‘GE 이멜트의 경영 방식과 시사점’ 참조). 우선, 환경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의 선언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GE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라는 반응과 ‘아무리 GE라도 이번 시도는 도박이다’라는 반응이 엇갈려 나타났다. 다음으로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GE는 한 술 더 떠 환경사업 매출과 연구개발투자를 2010년 각각 200억 달러와 15억 달러로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환경기술을 통해 엔진, 발전설비 등 전통사업을 새로운 첨단사업으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지열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와 수처리 사업 등 전형적인 환경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마저도 환경사업화 함으로써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GE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환경사업 진출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도처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997년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이래 현재는 대부분의 선진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의 기업은 단기적 상업화의 어려움에도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BASF는 환경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촉매 사업에 강점을 지닌 엥겔하드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무엇이 기업들의 환경사업 참여를 재촉하고 있는 것인가? 유가 급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환경에 대한 규제 강화가 궤도에 올라서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환경 투자에 대한 경제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협약이다.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 지 만 1년이 지났다.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2008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강제로 감축해야 할 처지이며,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들도 조만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 환경사업 모델 구축의 조건
환경사업의 전반적인 사업성이 호전되면서 향후 기업들의 환경사업 참여 움직임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환경사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먼저 참여하였느냐 뿐만 아니라 어떻게 참여하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환경사업이 유망 분야로 부상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환경사업에 대한 관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환경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선진 기업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 자사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라
환경사업에 진출할 때는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사업 진출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미래형 첨단 환경기술에 투자하면서 단기적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환경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기업들의 전형이다.
환경사업의 유형은 진출 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유형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자사에 가장 적합한 유형을 선택하고, 이를 충실히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실속 형이다. 돈 안 되는 사업은 사업이 아니라는 유형으로 GE의 모델이 대표적이다. 아직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GE의 환경사업 전략은 상당히 저돌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 등 미래형 환경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수익 창출은 아무래도 에너지 효율을 높인 엔진 등 기존의 경쟁력 있는 사업이 담당해야 할 전망이다. GE는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청정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 회사는 미국 정부에 환경 규제 압력을 가하고, 개발도상국 정부와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등 사업의 수익성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엥겔하드 인수를 추진 중인 BASF도 실속 형에 속한다.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 등 공해 방지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과 첨단 기술을 보유한 엥겔하드 인수를 통해 일약 세계 최대의 대기오염 방지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유형은 뚝심 형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을 간다는 유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한다. 10년 전부터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 중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결국은 틈새 시장에 머물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앞으로 10년 후를 목표로 가격경쟁력을 지닌 연료전지 자동차를 시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 유형은 내실 형이다. 명시적으로 환경사업을 추진한다는 선언을 하지 않아도 지속적인 환경 중시 경영 활동을 통해 환경사업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유형이다. 3P(Polution Prevention Pays)라는 환경정책으로 유명한 3M이 대표적이다. 환경오염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3P 활동은 1975년 시작되어 지난해 30주년을 맞았으며, 그 자체 활동만으로도 총 10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3P 활동을 통해 체화된 환경기술은 연료전지 소재 등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응용되고 있다.
● 트렌드를 읽어라
환경산업은 전형적인 규제 산업이다. 환경 규제에 따라 없었던 수요가 생겨나는가 하면, 존재하던 수요가 급속히 위축되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일본에서는 석면에 의한 건강 피해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바 있으며, 그 결과 7월부터 석면 장애 예방 규제가 시행되었다.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서 학교 등 공공 시설물을 중심으로 석면 분석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환경관련 조사·분석 업체와 분석 장비 생산 기업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면업체와 수요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석면 대체품 개발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불과 반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던 기업들은 혜택을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후발주자로서 이미 격화된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환경 변화의 흐름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규제 방향, 소비자 의식, 기술 수준 등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이 수반될 때 비로소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도요타의 ‘Prius’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성공한 사례이다. 만일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이해와 준비가 부족했다면, 오늘날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경 변화의 흐름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인이라면, 이러한 능력은 특히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Ford의 윌리엄 포드 주니어 회장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일본 기업과의 기술 격차 확대를 인정하면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였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달리 환경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 동안 에너지 효율화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미국과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격차를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는 없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본의 동제련기업인 동화광업은 폐기물 처리 규제 강화 움직임을 읽고 이를 사업화하여, 주력사업으로까지 발전시킨 경우이다. 동화광업은 산업폐기물 처리, 폐자동차 처리 등 환경사업을 전자재료와 함께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하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환경사업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제휴나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시장을 폭넓게 정의하라
환경사업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갈수록 사업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사업을 환경오염방지 사업과 같은 협의의 의미로 이해해서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없다. 남들과 다른 창의적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최대한 폭넓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전자조작 종자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인 Monsanto의 사례를 보자. 언뜻 환경 분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지만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Monsanto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작물들 중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과 에너지 작물이 대표적이다.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은 가뭄에 강하거나 사막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의미한다. 이것이 상업화되면 불모지의 녹화와 수확량 확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작물은, 예를 들어 에탄올 발효가 용이한 작물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대체 연료를 개발하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의 충족되지 못한 니즈를 찾아내서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노력도 바람직하다. 일본 동경가스의 자회사인 에너지 어드밴스(ENAC)는 기업 고객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감축 욕구에 주목했다. 동경가스의 지역난방사업이 전신인 ENAC는 자사의 설비를 활용하여 전기와 열을 고객사 현지에서 공급한다. 대형화된 최신 설비를 통해 고객은 환경 부하의 저감과 함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ENAC은 고객 확대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는 win-win 모델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ENAC은 이러한 현장 에너지 서비스 사업을 2010년까지 현재의 2.5배 수준인 700억 엔 규모로 확대함으로써 지역난방사업과 함께 양대 기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인 코오롱과 한국가스공사의 폐타이어·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도 이색적인 모델이다. 양사의 합작법인인 크리오텍은 버려지는 LNG 냉열을 이용, 폐타이어 및 폐플라스틱을 동결 분쇄해 미세 분말을 생산한다. 분쇄된 분말은 방음·방진 재료, 아스팔트 재료 등으로 활용된다.
● 대체재를 개발하라
가장 알기 쉽고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사업 모델은 기존 제품에 비해 환경 부하가 적은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본의 전자재료 기업인 스미토모 베이크라이트는 2000년부터 자체적인 친환경 제품 기준을 설정,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 기준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을 것, 위험하거나 유해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 고객이 위험하거나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 것, 자원 및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자원의 회수와 재활용이 용이할 것 등의 다섯 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발된 제품이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체 심사를 거치게 되며, 이를 통과하면 친환경 제품으로 등록된다. 현재 이 회사의 친환경 제품 매출 비중은 2004년 현재 20.7%이며,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여건은 과거에 비해 훨씬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공공기관의 친환경 상품 구매를 의무화한 ‘친환경 상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친환경 상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친환경 상품의 시장규모가 2005년 3조2천억 원에서 2010년에는 16조 원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 제품 개발의 목적은 단순히 국내 판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의 환경마크제도가 외국의 환경라벨링제도와 상호 인정될 경우 친환경 제품 개발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천편일률적 사업모델에서 탈피해야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경우 환경사업은 아직까지 기피의 대상인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환경의식 수준이 낮고, 정부 정책의 투명성이나 일관성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에 사로잡혀 있기에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의 경우 환경은 이제 경영의 기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러한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사업들이 태동하고 있다. 웰빙 열풍을 타고 국내 친환경 식품 및 농산물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러한 기회를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내 기업들도 시장을 탓하기 보다는 기존의 공급자적 사고와 정형화된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환경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GE의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한 강연에서 “2001년 내가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만해도 오늘과 같이 환경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연설을 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환경사업은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다. -끝-
고유가 지속,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환경사업이 성장하기 위한 여건이 무르익고 있으나, 기업들 사이에 환경은 아직까지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환경사업을 고수익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 ‘환경을 도외시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 ‘환경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화두.’ 모두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들이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기업들도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강화된 환경 규제와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 의식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환경 투자를 대폭 늘리는가 하면, 환경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환경 보전 노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의 노력은 여기 까지다. 전문 기업들을 제외하고 환경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기업들은 환경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환경이 사업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의 환경사업에 대한 진출 사례에서 성공하는 경우보다는 실패에 그친 경우가 월등히 많은 것도 이러한 판단에 일조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 환경사업에 대한 관심 고조
이러한 점에서 GE가 지난해 발표한 Ecomag ination(Ecology와 Imagination의 합성어)이라는 환경사업 전략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었다(주간경제 869·870호, ‘GE 이멜트의 경영 방식과 시사점’ 참조). 우선, 환경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의 선언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GE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라는 반응과 ‘아무리 GE라도 이번 시도는 도박이다’라는 반응이 엇갈려 나타났다. 다음으로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GE는 한 술 더 떠 환경사업 매출과 연구개발투자를 2010년 각각 200억 달러와 15억 달러로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환경기술을 통해 엔진, 발전설비 등 전통사업을 새로운 첨단사업으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지열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와 수처리 사업 등 전형적인 환경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마저도 환경사업화 함으로써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GE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환경사업 진출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도처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997년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이래 현재는 대부분의 선진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의 기업은 단기적 상업화의 어려움에도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BASF는 환경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촉매 사업에 강점을 지닌 엥겔하드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무엇이 기업들의 환경사업 참여를 재촉하고 있는 것인가? 유가 급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환경에 대한 규제 강화가 궤도에 올라서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환경 투자에 대한 경제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협약이다.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 지 만 1년이 지났다.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2008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강제로 감축해야 할 처지이며,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들도 조만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 환경사업 모델 구축의 조건
환경사업의 전반적인 사업성이 호전되면서 향후 기업들의 환경사업 참여 움직임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환경사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먼저 참여하였느냐 뿐만 아니라 어떻게 참여하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환경사업이 유망 분야로 부상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환경사업에 대한 관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환경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선진 기업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 자사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라
환경사업에 진출할 때는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사업 진출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미래형 첨단 환경기술에 투자하면서 단기적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환경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기업들의 전형이다.
환경사업의 유형은 진출 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유형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자사에 가장 적합한 유형을 선택하고, 이를 충실히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실속 형이다. 돈 안 되는 사업은 사업이 아니라는 유형으로 GE의 모델이 대표적이다. 아직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GE의 환경사업 전략은 상당히 저돌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 등 미래형 환경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수익 창출은 아무래도 에너지 효율을 높인 엔진 등 기존의 경쟁력 있는 사업이 담당해야 할 전망이다. GE는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청정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 회사는 미국 정부에 환경 규제 압력을 가하고, 개발도상국 정부와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등 사업의 수익성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엥겔하드 인수를 추진 중인 BASF도 실속 형에 속한다.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 등 공해 방지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과 첨단 기술을 보유한 엥겔하드 인수를 통해 일약 세계 최대의 대기오염 방지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유형은 뚝심 형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을 간다는 유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한다. 10년 전부터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 중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결국은 틈새 시장에 머물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앞으로 10년 후를 목표로 가격경쟁력을 지닌 연료전지 자동차를 시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 유형은 내실 형이다. 명시적으로 환경사업을 추진한다는 선언을 하지 않아도 지속적인 환경 중시 경영 활동을 통해 환경사업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유형이다. 3P(Polution Prevention Pays)라는 환경정책으로 유명한 3M이 대표적이다. 환경오염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3P 활동은 1975년 시작되어 지난해 30주년을 맞았으며, 그 자체 활동만으로도 총 10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3P 활동을 통해 체화된 환경기술은 연료전지 소재 등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응용되고 있다.
● 트렌드를 읽어라
환경산업은 전형적인 규제 산업이다. 환경 규제에 따라 없었던 수요가 생겨나는가 하면, 존재하던 수요가 급속히 위축되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일본에서는 석면에 의한 건강 피해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바 있으며, 그 결과 7월부터 석면 장애 예방 규제가 시행되었다.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서 학교 등 공공 시설물을 중심으로 석면 분석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환경관련 조사·분석 업체와 분석 장비 생산 기업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면업체와 수요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석면 대체품 개발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불과 반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던 기업들은 혜택을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후발주자로서 이미 격화된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환경 변화의 흐름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규제 방향, 소비자 의식, 기술 수준 등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이 수반될 때 비로소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도요타의 ‘Prius’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성공한 사례이다. 만일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이해와 준비가 부족했다면, 오늘날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경 변화의 흐름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인이라면, 이러한 능력은 특히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Ford의 윌리엄 포드 주니어 회장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일본 기업과의 기술 격차 확대를 인정하면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였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달리 환경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 동안 에너지 효율화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미국과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격차를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는 없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본의 동제련기업인 동화광업은 폐기물 처리 규제 강화 움직임을 읽고 이를 사업화하여, 주력사업으로까지 발전시킨 경우이다. 동화광업은 산업폐기물 처리, 폐자동차 처리 등 환경사업을 전자재료와 함께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하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환경사업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제휴나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시장을 폭넓게 정의하라
환경사업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갈수록 사업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사업을 환경오염방지 사업과 같은 협의의 의미로 이해해서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없다. 남들과 다른 창의적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최대한 폭넓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전자조작 종자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인 Monsanto의 사례를 보자. 언뜻 환경 분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지만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Monsanto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작물들 중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과 에너지 작물이 대표적이다.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은 가뭄에 강하거나 사막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의미한다. 이것이 상업화되면 불모지의 녹화와 수확량 확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작물은, 예를 들어 에탄올 발효가 용이한 작물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대체 연료를 개발하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의 충족되지 못한 니즈를 찾아내서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노력도 바람직하다. 일본 동경가스의 자회사인 에너지 어드밴스(ENAC)는 기업 고객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감축 욕구에 주목했다. 동경가스의 지역난방사업이 전신인 ENAC는 자사의 설비를 활용하여 전기와 열을 고객사 현지에서 공급한다. 대형화된 최신 설비를 통해 고객은 환경 부하의 저감과 함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ENAC은 고객 확대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는 win-win 모델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ENAC은 이러한 현장 에너지 서비스 사업을 2010년까지 현재의 2.5배 수준인 700억 엔 규모로 확대함으로써 지역난방사업과 함께 양대 기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인 코오롱과 한국가스공사의 폐타이어·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도 이색적인 모델이다. 양사의 합작법인인 크리오텍은 버려지는 LNG 냉열을 이용, 폐타이어 및 폐플라스틱을 동결 분쇄해 미세 분말을 생산한다. 분쇄된 분말은 방음·방진 재료, 아스팔트 재료 등으로 활용된다.
● 대체재를 개발하라
가장 알기 쉽고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사업 모델은 기존 제품에 비해 환경 부하가 적은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본의 전자재료 기업인 스미토모 베이크라이트는 2000년부터 자체적인 친환경 제품 기준을 설정,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 기준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을 것, 위험하거나 유해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 고객이 위험하거나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 것, 자원 및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자원의 회수와 재활용이 용이할 것 등의 다섯 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발된 제품이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체 심사를 거치게 되며, 이를 통과하면 친환경 제품으로 등록된다. 현재 이 회사의 친환경 제품 매출 비중은 2004년 현재 20.7%이며,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여건은 과거에 비해 훨씬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공공기관의 친환경 상품 구매를 의무화한 ‘친환경 상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친환경 상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친환경 상품의 시장규모가 2005년 3조2천억 원에서 2010년에는 16조 원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 제품 개발의 목적은 단순히 국내 판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의 환경마크제도가 외국의 환경라벨링제도와 상호 인정될 경우 친환경 제품 개발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천편일률적 사업모델에서 탈피해야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경우 환경사업은 아직까지 기피의 대상인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환경의식 수준이 낮고, 정부 정책의 투명성이나 일관성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에 사로잡혀 있기에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의 경우 환경은 이제 경영의 기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러한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사업들이 태동하고 있다. 웰빙 열풍을 타고 국내 친환경 식품 및 농산물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러한 기회를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내 기업들도 시장을 탓하기 보다는 기존의 공급자적 사고와 정형화된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환경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GE의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한 강연에서 “2001년 내가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만해도 오늘과 같이 환경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연설을 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환경사업은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