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시간 3pm.
토요일 번개라 약간 망설임.
일이 끝난 시간이 3시 40분경, 경마장까지 가면 4시가 훌쩍
넘을 것 같았다.
일단, 경마장을 지나는 노선을 타기로 한다.
전철 안에서 망설이다 경마공원역에 내린다.
'더좋은날'님에게 전화를 해 보니 막 들어가는 중이란다.
역시!
출구를 나서니,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오고 있다.
날씨도 안 좋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우중충하다.
토요일 오후의 날씨라니...그래도 사진 찍기엔 좋을듯.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수위아저씨가 사진 찍으려면 홍보실에 들렀다 가라신다.
음, 그냥 들어가니 휀스 앞에 우리의 짱, 허리케인님을 비롯해 더좋은날, 나76님, 물귀신님, 저그님...님들이 자리를 잡고 말이 달리길 기다리고 있다.
뻥 뚫린 공간이라 부는 바람이 그대로 몸을 훑고 간다.
춥다.
허리케인님을 좋아라 하신다. 원래 추운날을 좋아하신다더군요. 흠...
암튼, 패닝사진을 어떻게 찍어야할지 몰라 허리케인님에게 물어본 다음 휀스앞에 선다.
몇경주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그날의 기억이 날아갔나?
암튼, 말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관람석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그래, 뛰어! 그렇지!
잠시, 경기장 안을 맴도는 탄식들...
그 사이 우리는 셔터를 누른다. 누가 우승하느냐가 관심이 아니라 파인더 안을 쏜살처럼 지나가는 말들을 잡기 위해...
흠...
인생도 달리는 말처럼 우리앞을 지나가 버리는 건 아닌가?
말 위에 앉아 같이 달려나가야 하는 데, 나는 서 있고, 말은 달려나간다.
날도 춥고, 밤의 출사 때문에 번개가 조금 일찍 끝난다.
난, 역삼까지 갔다가 상록수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약간, 끔찍스러워 그냥 집으로...
아, 경마장 가는 길은 짧고, 집에 가는 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