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막걸리 맛 없어서 슬플 때
막걸리는 참 매력적인 술이다.
기분 좋은 달콤한 맛을 지녔고, 알밤이나 유자와 같은 재료의 존재감이 제대로 살아 있으며, 어떤 음식에 곁들여도 무난하게 잘 어우러진다.
산뜻하고 가벼운 것부터 묵직하게 여운이 남는 것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이런 매력 탓에, 에디터의 선호 주종 1위는 늘 막걸리다.
막걸리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막걸리 덕후’이지만, 사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술의 양이다.
맥주는 피쳐, 병, 500㎖ 캔, 350㎖ 캔 등 다양한 용량으로 출시되어 있지만, 막걸리의 경우 다 마시기엔 부담스럽고 남기기엔 애매한 750㎖가 대부분이다.
더 적은 용량으로 출시된 막걸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찾기는 어렵다.
먹다 남은 막걸리를 또 마시며 본래의 맛을 음미해보려 노력하던 에디터.
그렇게 짠한 덕질을 하던 중, 350㎖짜리 캔 막걸리 두 종류를 발견했다.
심지어 한 가지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비알콜 막걸리다.
아주 바람직한 용량으로 출시된 두 막걸리, 과연 그 맛은 어땠을까? 막걸리 러버가 꼼꼼하게 리뷰해 봤다.
드링킷 에디터들의 최애 막걸리 소개는 여기에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국순당이 만든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는 유산균이 한 병에 1000억 마리 이상 들어 있는 유산균 강화 막걸리다.
도수는 5%로, 일반 막걸리와 비슷하거나 살짝 낮다.
오색빛깔 화려한 느낌이 아닌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 감성을 살린 점이 눈길을 끈다.
컵에 따라보니, 매끈하고 짙은 상아색을 띤다.
일반적인 막걸리에 비해 새콤한 향이 나는데, 요구르트의 향과 아주 비슷하다.
다음 날 화장실을 잘 갈 것 같은 요구르트의 향이랄까.
평범한 막걸리는 뒷맛이 약간 텁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막걸리는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정통 막걸리에서 알코올 맛은 줄이고 요구르트처럼 새콤달콤한 맛을 강화한 느낌인데,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는 복숭아 맛 음료를 이 막걸리로 대체해도 좋을 만큼 달달하다.
탄산이 거의 없어 청량감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막걸리를 젊은 느낌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돋보여 인상적이었다.
재구매 의사 ★★★★☆
발왕산 막걸리 제로
다음은, 일화에서 출시한 발왕산 막걸리. 캔 외관은 평범하다.
분명 알코올 함유량은 1% 미만인데, 붓글씨 때문인지 마시고 나면 얼큰하게 취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발왕산 막걸리’라는 글자 옆에 작게 쓰인 ‘1458’은 발왕산의 해발고도를 뜻한다.
발왕산의 물로 빚은 막걸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캔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밀키스의 익숙한 향. 달달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향이다.
일반 막걸리보다 색은 연한 편인데, 식혜에 막걸리를 몇 방울 떨어뜨린 듯 희끄무레하다.
맛 역시 막걸리보다는 밀키스나 암바사 같은 밀크 소다에 가깝다.
입 안을 감싸 안는 듯한 부드러운 달콤함이 느껴지지만, '비알콜 막걸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막걸리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단 맛은 확실하게 느껴지나 막걸리 특유의 걸쭉한 맛은 찾아볼 수 없어 비알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것인지, 일반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비알콜 주류의 매력은 취하지 않으면서도 술의 맛은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발왕산 막걸리 제로는 술 맛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재구매 의사 ★★☆☆☆
맛있는 막걸리, 캔으로도 나와주면 안 되겠니?
사진=김보미
https://dk.asiae.co.kr/article/2021100316320308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