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쁜 쪽으로 똑똑한 사람을 보고 교활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교활, 대체 무슨 말일까요?
교활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한자로 이루어졌습니다.
狡교활할 교
猾교활할 활
오늘날에는 보통 한자를 찾을 때 인터넷 사전을 이용합니다.
옛날 선비들은 허신이 쓴 설문해자나 강희자전 따위를 참고하였습니다.
그것들로 한 번 살펴보기로 합시다.
먼저 狡부터 살펴보기로 합시다.
설문해자:
少狗也。从犬交聲。匃奴地有狡犬,巨口而黑身。古巧切
(젊은 개이다. 犬이 뜻이고 交가 발음이다. 흉노 땅에는 狡라고 하는 개가 있는데, 입은 크고 몸은 검다. ㄱㅛ라고 읽는다.)
강희자전:
又《山海經》玉山有獸,狀如犬而豹文,角如牛,名曰狡,音如吠犬,見則其國大穰。
(또 산해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옥산에 한 짐승이 있는데 그 모습은 개와 같으면서도 표범 무늬가 있고, 뿔은 소와 같은데 이름은 狡라고 한다. 내는 소리가 개 짖는 것과 같고 그것이 나타나면 그 나라는 크게 풍년이 든다.)
설문해자와 강희자전의 이야기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명확한 것은 '조금 특이한 개'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猾을 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설문해자에는 猾에 대한 내용이 없으므로 강희자전밖에 참고할 데가 없습니다.
강희자전:
又《山海經》堯光之山,有獸焉,狀如人而彘鬣,穴居而冬蟄,名曰猾褢,音如斲木,見則縣有大繇。
(또 산해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광의 산에는 한 짐승이 있는데, 그 모습은 사람과 같으면서도 털이 무성한 돼지 같으며 동굴에서 살고 겨울잠을 잔다. 이름은 활회라고 한다. 소리 내는 것이 나무 깎는 것과 같고 그것이 나타나면 마을에 큰 일거리가 생긴다.)
산해경의 묘사로부터 다소 연상하기 어렵지만, 얼굴은 사람 모양이고 털이 부슬부슬한 4족 보행 돼지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하나는 개, 또 다른 하나는 돼지입니다.
따라서 '교활하다'는 문자 그대로 보면 '개돼지 같다'라는 뜻입니다...
사실 이 두 환상 속의 동물로부터 '간사하고 영악하다'라는 뜻이 나온 데에는 여러 가지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교는 풍년을 들게 하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목 빼고 교를 찾아보기를 원하는데, 이 교라는 녀석이 자기 몸을 보여줄 듯하면서도 안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 머릿속에는 '교 = 약은 녀석'이 된 것이지요.
두 번째로, 활(회)는 쓸데없는 일거리를 가져다주는 흉물입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심성이 간악하여 일부러 동물 뱃속으로 삼켜지고서는 내장을 뜯어먹고 탈출하는데 그렇게 해서 동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즐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 머릿속에는 '활 = 나쁜 녀석'이 된 것이지요.
이 둘이 합쳐져서 교활은 '약고 영악하고 간사한 무언가'가 된 것입니다.
첫댓글 오오오 여러모로 재밌고 유익해요!! 벌써 다음 편이 기다려집니다ㅋ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