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es
Pierre de Ronsard
I send you here a wreath of blossoms blown,
And woven flowers at sunset gathered,
Another dawn had seen them ruined, and shed
Loose leaves upon the grass at random strown.
By this, their sure example, be it known,
That all your beauties, now in perfect flower,
Shall fade as these, and wither in an hour,
Flowerlike, and brief of days, as the flower sown.
Ah, time is flying, lady--time is flying;
Nay, 'tis not time that flies but we that go,
Who in short space shall be in churchyard lying,
And of our loving parley none shall know,
Nor any man consider what we were;
Be therefore kind, my love, whiles thou art fair.
(Translated by Andrew Lang)
장미
( 피에르 드 롱사르 / 손현숙 역)
저물녘에 따 모은 이 꽃들 손수 엮어
꽃다발 만들어 당신께 보내드립니다.
내일 아침이면 이 꽃들 다 시들어
꽃잎들 땅위에 이리저리 떨어지리니.
이것을 분명한 보기 삼아 알기 바라나니
당신의 아름다움 지금 더없이 꽃 같으나
이들처럼 시들어 머지않아 이울고 말아
꽃처럼 덧없이 지고 말 것입니다.
아, 시간이 갑니다, 자꾸 갑니다.
아니, 가는 것은 세월이 아니고 우리입니다.
머지않아 우리도 묘지 아래 눕겠지요.
그러면 사랑에 관한 우리들 얘기 아무도 알지 못하고
우리가 누구였는지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내 사랑, 당신 아름다울 때 다정하게 굴어 주세요.
*
16세기 프랑스 시인 피에르 드 롱사르의 널리 알려진 소네트를 영역한 것이다. 원제는 "마리에게 바치는 소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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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대학의 학과 동창회 총무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 잘하는 회장님 아래에서 저야 대강 따라하는 흉내만 냈지만, 그때 깨달은 점이 모든 조직이나 모임에는 열심히 애쓰는 몇 몇 사람의 힘이 절대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행사를 치를 때는 각종 유인물의 사전 제작, 기념품 준비, 장소를 빛내 줄 꽃과 소품 완비, 얼마나 올지 모를 손님 수를 적절하게 예측하여 식사 준비하기 등, 자칫 조금 소홀하면 잔뜩 욕만 먹게 되는 일들이 태반입니다. 그런데 그때 동창회에서 별다른 직책을 맡지 않고 몸을 던져 도와 주는 몇 년 위의 한 선배님 덕을 톡톡히 받았습니다.
꽃꽂이 사범 자격증이 있는 그 선배는 행사 장소를 장식하는 많은 테이블 꽃과 촛불 장식, 은사들께 드릴 꽃다발이나 가슴에 다는 작은 꽃까지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요하는 일에 거의 품삯을 받지 않고 재료비 정도로 봉사해 주시곤 했습니다. 또한 옷이나 머리 등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정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열 가지 복을 다 타고난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완벽해 보여서 결혼 운이 닿지 않았는지…
지방에서 병원을 하는 부잣집 외동딸로, 오빠도 의사로 가업을 물려 받아 부족할 것이 없어 보였지만, 어머니께서 너무 재주 많은 딸에게 욕심을 부렸는지 딸이 좋아하는 사윗감을 탐탁치 않게 여기셔서 끝끝내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바람에 오십이 다된 그때까지 미혼으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 남자도 젊은 시절 가슴앓이하다가 유학을 갔고 몇 년 후에 귀국했지만 그때까지 미혼으로 있으면서 친구처럼 오누이처럼 계속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동창회 일을 하면서 회장님 댁에 종종 모이곤 했는데, 그때 제가 가끔 좋은 영시를 복사해서 나눠 주고 낭송하면 다들 좋아하시곤 했습니다. 어느날 제가 이 시를 갖고 갔을 때 꽃꽂이 봉사하시던 그 선배가 한참 시를 들여다 보더군요. 제가 '피에르 드 롱사르'라는 작가의 시인데, 이 시 때문인지 장미 품종에 그 이름을 따서 '피에르 드 롱사르'라는 품종의 장미가 있다는데, 혹시 아느냐고 하자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당신의 지나간 젊음과 이 시가 오버랩되어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던 듯합니다. 아마 이 시를 사랑하는 그분께 읽어드렸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동창회 행사를 할 때면 차에 꽃도 실어다 주시고 손이 달리면 테이블 배열도 도와주는 등, 남자분이었지만 저희 과의 준동창이셨으니까요.
얼마 전에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분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반갑게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눈 후 헤어지는데, 어쩌면 두 사람이 부부처럼 닮았는지 한참 뇌리에 아른거리더군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둘이 함께 한 오랜 시간의 축적이 두 사람을 닮게 했겠지요. 이제 그 선배의 어머님이 많이 아프시다고 합니다.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져 둘이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는 쪽으로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부모의 자존심이나 아집이 자식의 행복보다 중요할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 눈에야 사윗감의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겠지요. 선배 말에도 자기네가 아마 일찍 결혼했더라면, 완벽을 추구하는 둘의 예민한 성정 때문에 무지 싸우다가 이혼했을 거라고 합니다. 어머님 눈에는 그 점이 걸렸을 수도 있겠지요.
저는 그저 아들애나 딸애가 좋아하는 사람을 저도 좋아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은 게 아니니까요.
"아, 시간이 갑니다, 자꾸 갑니다.
아니, 가는 것은 세월이 아니고 우리입니다.
머지않아 우리도 묘지 아래 눕겠지요.
그러면 사랑에 관한 우리들 얘기 아무도 알지 못하고
우리가 누구였는지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내 사랑, 당신 아름다울 때 다정하게 굴어 주세요."
첫댓글 Jane님의 글을 늘 고맙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데 16세기 프랑스 시인인 피에르 드 롱사르(Pierre de Ronsard, 1524-1585)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Each one of us has a story to tell. 그리고 저는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hat all your beauties, now in perfect flower,/ Shall fade as these, and wither in an hour,"가 참 와 닿았습니다.
Jane님의 글중 끝자락을 읽고 있으려니...문득 Robert Frost 의 시 "Birches" 중 한 귀절이 생각이 나네요.^^* "Earth's the right place for love: I don't know where it's likely to go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