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지프를 보는 순간, 첫 사랑의 그녀를 보는 것처럼 날카로운 비수가 내 머리에 꽂혔다.
다음 날, 아내와 즉시 지프차를 사러갔다.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지프를 샀다.
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미워하는 마음은 끓는 주전자를 잡고 있는 것과 같다’
남을 미워하면 끓는 주전자를 잡고 있는 것처럼 자기 손만 뜨겁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노래교실에서 내가 성추행 했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후원회장 늙은 노파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휴머니스트이다.
나는 스스로 물건을 살 줄 모론다.
나는 맑스가 자본론에서 이야기한, 물신 숭배 [物神崇拜, fetishism] 사상에 동조하는 편이다.
나는, 사람들의 open run이나 名品 등에 대해 경멸한다.
그런 내가 지프를 한달음에 사다!
휴머니스트인 내가 전쟁 때 군용차로 만들어진 밀리터리 지프를 사다니!
그러나, 지금은 본래의 나로 돌아와 있다.
돈이 없어 소비를 할 수도 없고 할 줄도 모르고, 지프는 팔아치우고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어쩌다 옷을 사는 경우 쿠팡을 이용하는데, 구매한 옷들이 전부 밀리터리라는 것이다.
쿠팡은 가장 싸게 옷을 살 수 있는 곳이다.
내 밀리터리 옷들은 너무나 싸다.
내 유전자 어딘가에 남성의 ‘마초’가 숨어 있는가 보다.
나는 역시 ‘졸부’가 틀림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