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280 --- 자연은 되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는다
자연은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인다. 한여름 장마에 웃자란 갈대가 비바람에 넘어지고 며칠 물에 잠겨도 대부분은 툭툭 털고 일어서며 수습한다. 개중에 허리가 부러져 쓰러지고 일어서지 못하면 누워서 하늘을 바라본다. 그대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디마디에서 새싹을 틔워 오히려 더 많은 줄기가 보란 듯이 일어서 무성하게 된다. 마치 위기가 기회인 양 세를 과시한다. 핑계를 대거나 옆을 찔끔거리지 않고 냉정하면서 실리적이지 싶다. 신세타령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탈출구를 찾아서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얽매이거나 투덜거리지를 않는다.
오직 현실에 집중하며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 너무나 당당하여 경외감에 섬뜩하기까지 하다. “자연은 변명하지 말라고 한다. 후회하지 말라고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한다.” 꽃 피다 넘어지면 다시 새순이 올라오고 불과 며칠 사이에 꽃대가 생긴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꽃이 피어 잔잔한 웃음에 향기를 내뿜으며 벌 나비를 맞이하고 있다. 초록빛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힘껏 힘을 모아 일어서 일상을 되찾는 것이다. 그만큼 절실하면서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숲을 이루면 아팠던 기억은 잊고 새들의 보금자리를 내어주기도 하고 들짐승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냇가에 갈대꽃을 보면 수수 모가지처럼 풍성하다. 비슷한 억새도 훤칠한 키에 꽃을 피워 가을 늦도록 바람에 시달리기도 하고, 같이 노닐다 으악으악 소리를 내지르기도 한다. 허옇게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마치 “어서 오시라. 안녕히 가시라.” 친절하게 인사라도 하듯 굽신거리며 길손의 마음을 다독거리지 싶다. 아주 열악한 냇가나 산기슭에서 살아도 출신지나 환경이 못마땅하다며 내놓고 불평 불만하지 않는다. 저희끼리 똘똘 뭉쳐서 뿌리는 서로 몇 번이고 촘촘히 얽히고설켜 다른 종족이 은근슬쩍 끼어들 틈이 없게 군락을 이룬다. 갈대나 억새의 강인한 힘의 근원은 뿌리에 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