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금리처방에 남유럽 채권값 폭락…재정불안 여전
기사입력 2022-06-20 06:00:22
ECB, 기준 금리 인상 예고에 이탈리아 그리스 등 국채금리 급등
유로존 일부국가 재정위 ‘비상’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이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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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연합 |
[e대한경제=김진솔 기자] 미국발 물가 충격에 이어 유럽 경제도 심상찮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금융위기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의 유출이 이어지면서 유럽발 경제위기가 국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오는 9월 추가적인 금리 인상까지 시사해 유럽 경제에 악영향이 끼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도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대대적인 긴축에 돌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유럽의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이를 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유럽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은 여전히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며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 결정으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부채 비율이 높고 기초체력이 약한 남유럽 국가들에게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며 “11년 만의 이자율 상승과 생활물가 급등의 조합을 감당하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ECB는 지난 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오는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통화 완화 정책인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지만, 이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의 국채 금리 급등을 불러왔다.
이에 ECB는 지난 15일 긴급회의를 열어 PEPP 만기 도래 채권을 재투자할 때 유연성을 높이겠다며 시장을 달랬다. 또 유로존 내 국가 간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금융 분열을 막기 위한 지원 도구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5월 유럽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도 8.1%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이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 대비 물가 안정을 선택한 만큼 유럽의 재정위기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잭 앨런-레이놀즈 연구원은 “7월 있을 정책 회의에서 ECB가 금융 분열을 막기 위한 새로운 수단에 합의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새로운 수단이 실제로 도입되기 전까지는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금리 스프레드가 한층 확대될 것”이라고 CNBC는 보도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에 비해 (스프레드) 수치는 미미하지만, 무리한 금리 인상은 유로존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의 경우 ECB가 내달 기준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확대 시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스프레드 관리 도구 신설은 사실 필수적이지만 점진적으로 공개됐을 제도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강공에 따라 앞당겨진 것”이라며 “유로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며 유로존 물가 상방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유럽발 금융위기설로 약세장이 지속되는 국내 증시에도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증시의 추가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외채무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본유출이 일어난 바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유로존의 금융위기로 악화되는 과정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것이고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서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17일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총 18조2911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4월 유럽에서 총 2조9000억원을 순매도해 외국인 총 순매도 금액 5조2940원 중 54.78%를 차지했다.
김진솔기자 real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