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
24
무의식적으로 밟은 엑셀에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갔지만 큰 사고는 나지 않았다.
옆에서 오던 차가 급정거를 해서 다행히 크게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의 부상은 있었다.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의사선생님 말로는 상처 크게 흉 안 질 거라고 했으니까 약 꼬박 발라요.”
앞으로 쏠리면서 앞에 머리를 받아 이마에 상처가 조금 난 것 빼고는 내게 큰 부상은 없었다. 다만 상대 운전자가 많이 놀라고
외상은 없어 보이지만 많이 아파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고가 난 후 보험회사에서 와 사고 처리 후 차는 실려 갔고, 놀란 나대신
내 뒤를 따라오던 도훈씨가 일을 해결해주었다. 상대 운전자와 함께 병원엘 온 김에 나도 머리에 난 상처나 괜찮은지 보고 가자며
진료를 받게 만든 도훈씨 때문에 간단하게 치료를 하고는 병원에서 나왔다.
“아무리 제가 싫어도 앞으론 그러지 마세요. 저 때문에 왜 은호씨가 다치려고 그래요.”
“전 여기서 택시타고 갈게요.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더 이상 도훈씨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우선 아침의 정태웅과 전화통화로 한 번의 충격이 있었고, 방금 전 사고로 다시 한 번 놀랐기 때문에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들어가 푹 쉬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잠을 자고 싶었다. 잠이 올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 싫어하시는 건 알아요. 근데 지금 은호씨 이렇게 보내면 안 될 거 같아요. 제가 집까지만 바래다 드릴게요.”
“저 도훈씨...”
“가면서 얘기해요. 자, 얼른 타요.”
거절할 기운도 남아있지 않아 그 새 택시를 잡고 나를 떠미는 도훈씨의 손길에 나는 택시 안으로 들어갔고,
도훈씨도 내 옆에 앉아 차 문을 닫더니 택시기사 아저씨께 우리 집 주소를 얘기하고는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오늘... 왜 안 갔어요?”
“도훈씨한테... 그런 거 얘기해야 해요? 제 개인적인 일인데.”
냉정해져야 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해야 한다고 머릿속으로 내내 되뇌었다. 정태웅과의 일도 일이지만 도훈씨와의 일도 해결해야 하니까.
“너무 그러지 말아요. 은호씨가 화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럼 화 안 나게 하시면 되잖아요.”
“은호씨를 화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냥 제 감정에 솔직하게 하는 것 뿐이에요.”
“그게 절 화나게 하는 거에요. 도훈씨 행동엔 배려라는 게 없거든요.”
“배려는 그 동안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거절하지 않았던 건 은호씨였고.
은호씨 행동에 제가 아닌 다른 남자도 충분히 오해해서 받아드릴 수 있는 거였어요.”
“그래서 오해사게 행동한 거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잖아요.”
“감정이 사과한다고 없던 일이 되요?”
이번엔 나만 화난 게 아닌 것 같다. 도훈씨의 목소리 톤도 아까보다 힘이 들어갔다.
“은호씨도 사랑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누군갈 사랑한다는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
감정이라는 게 말 한마디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그러면서 어떻게 저한테 사과 한 마디로 끝내려고 하세요? 왜 은호씨 자신 밖에 몰라요?”
나 자신밖에 모른다는 소리. 어제 정태웅에게 들은 것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정태웅에게 들었을 때 큰 충격이었지만, 어제 한 번 충격을 받아 그런 가... 오늘은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내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럼...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데요? 그럼 도훈씨 감정을 이해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데요. 제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자기 감정에 솔직해져 주세요.”
“네?”
“은호씨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 달라구요. 맞는데 아닌 척, 좋은데 싫은 척 하지 말고.”
지금 이 사람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어제 밤부터 오늘 지금까지 불과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내 머릿속에 들어온 이야기들은 내가 받아드리기도 어려울 만큼 나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그것도 오해를 하신 거 같은데요... 저 아닌 척, 싫은 척 한 적 없어요.
도훈씨가 어떻게 받아들여서 이런 오해가 생긴 진 모르겠지만...”
“오해가 아니라 사실이라면 요? 은호씨 솔직하게 말해 봐요. 저 거절 못하는 거.
저한테 그 동안 냉정하지 못했던 거. 왜 그랬는데요? 왜!”
도훈씨도 결국 감정이 격해졌다. 앞에서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 아저씨는 심상치 않은 우리 분위기에 백미러를 통해 힐끔 쳐다보시는 것 같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려 운전에만 집중하려 하시는 것 같다. 그런 기사 아저씨의 눈치를 한 번 보고는 나는 다시
도훈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 한 바탕 한 이후로는 정말 기운도 없다.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자 피곤이 배로 몰려오는 것 같다.
“제가 똑 부러지게 행동하지 못했으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죄송해요. 사과할게요.
하지만 그게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도훈씨의 마음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도 제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리 행동 오해 사게 했다면 죄송해요. 지금 제가 도훈씨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 에요. 전 도훈씨 마음에 응할 수 없다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 숙여 도훈씨에게 사과를 하고는 타이밍 맞게 곧 멈춰선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연락을 받은 건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괜찮냐며 묻는 오빠에게 나는 괜찮다고, 사고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쉬겠다고 하고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오늘 정말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 머리가 너무 아프다.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질 않는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할 것 같은데, 오늘도 역시 아무래도 자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내일 몰골이 말이 아니라 반 아이들이
한 마디씩 할 게 분명하다.
-
“이 선생님, 주말에 뭔 일 있었어? 얼굴이 왜 그래-”
오늘 보는 사람마다 똑같이 하는 질문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하긴 내 모습을 내가 거울로 봐도 초췌해 보이는 게
남들이 그렇게 물어볼 만 하다. 새벽 4시까지 멍하니 잠을 못 이루고 핸드폰만 빤히 쳐다보다 지난번에 아플 때 사다두었던
수면제가 생각이 나 서랍에서 찾아내어 먹고 겨우 2시간을 자고 나왔으니 쌩쌩해 보이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일은요 무슨. 어제 좀 피곤하게 놀았더니 그러나봐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 보이는 내게 그러냐며 자신의 자리로 가 앉는 최 선생님. 이제 곧 방학이라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은지
요즘엔 나와의 수다도 제대로 떨지 못하고 매일 자리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 최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고개를 흔들고는 정신 차리자고 생각하며 얼른 끝내야 할 일들을 하기 위해 꺼져있던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하니 메인 화면에 뜨는 사진.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얼굴. 정태웅 그 녀석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기사의 메인으로 뜬다.
생각도 하기 전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기사를 클릭하자 방금 보였던 사진보다 더 큰 사진이 뜬다. 어제 콘서트는 잘 마쳤나보다.
기사의 내용을 보니 나쁜 내용은 없다. 무사히 잘 마쳤다는 내용만 있다. 나도 보고 싶었는데... 이틀 동안 제대로 본 것 같지 않아
어제 공연은 꼭 잘 보고 싶었는데... 사진 속 정태웅은 너무나 멀쩡해 보여서 아니, 그 이전 이틀 공연 때보다도 너무나 좋아보여서 조금 섭섭했다.
내가 가지 못했는데도 저렇게 즐겁게 공연하다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섭섭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서 아직까지도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보고는 고개를 다시 한번 세차게 흔들고 일을 하기 위해 파일들을 열어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아... 어쩌지...”
결국 참다 참다 여기까지 왔다. 그제도,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연락이 없는 정태웅에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져 어떻게든 마주보고
일을 해결하자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질 않는다. 이번엔 핸드폰이 꺼져있는 상태가 아니라 받지를 않는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나쁘다.
차라리 꺼져있는 상태라면 배터리가 다 되어서 그런 가보다고 이해하려고 생각했을 테지만 켜져 있는데도 계속 받지 않는 게 너무 기분 상해
결국 참다못해 이 곳까지 왔다. 몇 번 온 적이 없지만 매번 올 때마다 정말 오기 싫었던 곳인데, 여기 밖에는 정태웅을 만날 곳이 없다.
이 곳 까지 오긴 왔지만 숙소 앞에 줄지어 서있는 여학생들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것을 떠나 정태웅의 도움 없이는 저 정문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 하니 저길 통과해 숙소를 직접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포기했다. 그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멀지 않은 곳에
놀이터가 보여 그곳으로 가 벤치에 앉았다.
「숙소 근처에 있는 놀이터야. 얘기 좀 하자. 1시간만 기다리다 갈 거야.」
문자를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반복했는지 모른다. 처음엔 너 올 때까지 기다릴게라고 썼다가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 것 같아 3시간만,
2시간만 결국 1시간만 기다리겠다고 하고는 더 망설이기 전에 발송 버튼을 눌러 보냈다. 하지만 그렇게 1시간을 다 채워 기다렸는데도
녀석의 모습이 보이기는커녕 답장이나 전화도 없다. 혹시 못 봤나 싶어서 30분만 더, 10분만 더, 5분만 더, 3분만 더 기다리다 보니
2시간이 또 지나가버렸다. 정말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대로 헤어져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머리에
도달했을 때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바지를 털며 일어났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 생각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일어났는데,
까만 그림자가 눈앞에 들어온다.
“한 시간만 기다린다면서.”
“아, 시간을 안 보고 있어서 몰랐네. 지금 가려고.”
“병신. 지금 3시간이나 지났잖아.”
익숙한 목소리, 듣고 싶던 목소리지만 나는 고개를 들어 녀석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정말 보고 싶었지만 얼굴을 보면
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잘 참고 있던 것이 솟구쳐 오를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에 잘 그려진 녀석의
그림자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4일 동안 안 봤는데 얼굴 보고 싶지도 않냐. 그 새 내가 정말 싫어졌냐.”
“아냐, 그런 거...”
정말 미웠는데, 정말 자존심 다 상했는데, 정말 속상했는데. 그 동안 나에게 너무 냉정하게 굴었던 것 치고는 너무나 다정한 녀석의 목소리에
내 가슴 속 깊숙이 참고 있던 그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 결국 내 눈물은 끝내 속에서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시멘트 바닥에 툭- 하고
떨어져 검은 점을 하나 찍는다.
“진짜 병신같이 왜 우냐.”
내 앞에 다시 한 걸음 다가와 자신의 품에 날 안아 넣는 녀석. 내 손을 차갑게 뿌리쳤던 그 날 밤과는 달리 나를 다독여주는 녀석의 손길에
참고 있던 눈물이 이젠 떨어지는 걸로 모자라 주르륵- 흐른다.
“울지 마, 이은호. 내가 잘못했어. 응? 그러니까 울지 마.”
다정한 녀석의 목소리에 더욱 눈물이 나온다.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말없이 녀석은 날 다독여 주었고 그렇게
그 녀석의 품 안에서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은호 그렇게 우니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난다. 그 땐 아주 엉엉 울었는데.”
“그 얘긴 창피하게 왜 꺼내.”
얼마나 울었는지 시간을 잴 수는 없지만 정말 오랫동안 울었다. 뭐랄까... 정말 헤어지나 싶었는데 녀석의 포근한 목소리를 듣고는
안심을 해서였을까. 지난 4일 동안 온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가 긴장이 한 순간 풀려서였을까. 이유 모를 눈물을 한참 흘리고 나서 다시
벤치에 녀석과 나란히 앉았다. 아무렇지 않게 예전 얘기를 꺼내는 녀석의 말투에 나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 때 이후로 처음으로 내 앞에서 너 심하게 운 거 같아.”
“그런... 가?”
“나와서 네 얼굴 볼 때까지만 해도 이은호 밉고 그냥 힘들었는데, 내 앞에서 그렇게 우니까 내가 속상하잖아.
4년 전 그때 너 그렇게 울 때 너 울게 한 그 놈 누군지 몰라도 정말 못된 놈이라고 속으로 흉봤는데,
내가 그 꼴이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태웅아.”
“내가 너한테 왜 화가 났던 걸까. 왜 너한테 그렇게 차갑게 굴어야 했을까.”
이젠 까매진 밤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려 묻는 정태웅.
입장을 바꿔 내가 너라고 생각하면 나라도 기분 나빴을 거야, 화가 났을 거야, 그렇게 행동했을 거야 그랬을 거야 태웅아.
“지금 생각해보니까 난 너한테 화를 내면 안 되는 건데 말이지. 너 흔들리고 있으면 흔들리지 말라고 내가 빌어야 하는데,
내가 병신같이 주제파악 못하고 너한테 오히려 화내고...”
“태웅아, 아니야. 너가 화내는 거 당연해 그러니까 난...”
“정말 흔들려 이은호? 그 자식, 아니 서도훈한테 흔들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태웅아.”
너무나 슬퍼 보이는 눈빛을 하고 날 쳐다보는 녀석. 너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어떡해. 결국 넌 나 때문에 상처받은 거잖아...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어. 나 이은호 안 놓을 거니까. 그 자식한테 너 흔들리게 안 둘 거니까 괜찮아.”
방금까지 짓고 있던 슬픈 표정을 거두고는 애써 밝게 웃으며 나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녀석.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다 보이는데,
니 마음 들키지 않으려고 웃는 거 다 보이는데 나는 그러는 널 위해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거니.
“어? 부정도 안 하네? 정말 흔들린 거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멀뚱히 있는 날 보더니 장난스레 말하는 정태웅.
그래 너의 지금 그 행동에 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 하는 게 너가 마음이 편하겠지.
“흔들리긴 뭘 흔들려. 아무래도 나 안과 가봐야 하나봐.
눈에 뭐가 씌웠는지 내 눈엔 정태웅이 세상에서 제일 괜찮은 놈으로 보이네-”
“와- 이은호가 이제 인정하는구나. 나 정말 멋진 놈이잖아. 내가 말할 땐 제대로 듣지도 않더니 다 듣고 있던 거였구나-”
“또 나왔어, 자뻑.”
“그러니까 나 놓치지 마, 이은호.”
다시 자신의 품에 날 안는 녀석. 하지만 지금 내 정신은 제대로 돌아왔다. 이 곳은 뻥 뚫린 놀이터 한 복판이고 이 곳은
녀석의 숙소와 멀지 않은 곳이다. 누군가 볼 가능성이 충분하다. 게다가 녀석은 모자 따윈 쓰고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녀석의 가슴을 밀어 떨어지게 만들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와, 이은호 왕 내숭. 봤으면 아까 이미 다 봤을 거거든요? 아까 나한테 안겨서 30분 넘게 운 게 누구더라.”
“야! 그건...”
야라고 크게 소리쳤지만 마땅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민망해져 얼굴이 빨개지자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리는 정태웅이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녀석과의 대화가 왜 이렇게 설레고 좋은지 모르겠다.
“아무리 날이 풀어졌다고 해도 그렇지 밤에 여기서 그러고 세 시간이나 기다리냐. 안 나오면 그냥 가지.”
“너 나올 거 같았으니까.”
“안 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는데?”
아직 겨울 날씨가 밤에는 남아있어 손이 많이 차 있다. 녀석은 내 손을 자신의 후드티 주머니에 넣더니 꼭 잡아준다.
괜히 미안하니까 그러지.
“안 나오면... 글쎄다 어떻게 했을까?”
“이은호 성격에... 아마 숙소 쳐들어 왔겠지?”
“나 맞다가 죽고 싶지는 않아. 그 앞에 깔린 여학생들한테.”
“선생이 학생들을 무서워하면 그게 선생이냐?”
“님.”
“그래 선생님!”
결국 둘 다 웃어버렸다. 지난 며칠 동안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일이 해결되는 것 같아 상쾌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며칠을 안 보고 내가 살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잠깐만.”
“응?”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웠던 우리는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 못 본 얼굴이 좀 더 보자고 하고는 가까운 곳에 보이는 카페에 무조건 들어갔다.
녀석이 모자를 안 쓰고 나온지라 불안했지만 녀석은 괜찮다며 내 손을 이끌고는 무작정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주인과 잘 아는 사이인지
녀석은 들어서며 보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맨 구석의 자리에 가 앉는다. 나는 통로를 등진 곳에 녀석을 앉히고 내가 통로가
훤히 보이는 방향에 앉았다. 지금 커피를 마시면 잠 제대로 못 잔다며 지 멋대로 생과일주스와 녹차라떼를 시켜버리는 녀석.
지 멋대로인 녀석이지만 지금은 너무 좋다.
“너 이마에 상처 뭐야?”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점점 다가오는 녀석. 사뭇 진지한 녀석의 눈빛에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껴 왜 그러냐고 물었고
녀석은 빤히 날 쳐다보더니 내 앞머리를 슥-하고 올린다. 그리고는 상처를 가리키는데, 아마 며칠 전 교통사고 났을 때의 상처를
말하는 듯싶다. 큰 상처가 아니라 남들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하고 사고 난지 며칠 지나서 많이 아물어 다들 몰라보던데
정태웅은 그것을 한 번에 알아차린다. 그만큼 나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부딪혔어.”
“그냥 부딪힌 게 아닌데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뭔 일 있었어?”
“아... 그냥 가벼운 차 접촉사고...”
“뭐?!”
이런 반응일 줄 알았다. 내 일에는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녀석이라 말 안하려고 했는데 난 가볍다고 분명 미리 얘기했지만
녀석은 ‘가벼운’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들은 것 같다.
“아주 가벼운! 그냥 살짝 부딪혔어- 괜찮아.”
“다른 데 다친 데는 없어? 어떤 자식이야? 누가 사고를 냈어?!”
“내가...”
“이은호 그러게 운전하고 다니지 말래니까. 운전도 못하면서- 차 필요하면 나 부르면 되잖아-”
이럴 때보면 정말 정태웅 잔소리 하나는 끝내준다.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다다다- 말을 퍼붓는 녀석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결국 웃어버렸다. 심각한 녀석의 표정과는 달리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녀석은 인상을 팍-쓰고는 날 쳐다본다.
“알았어, 앞으로 조심할께. 그러니까 아줌마처럼 잔소리 좀 그만해-”
“뭐? 아줌마?”
“아아, 그것도 취소! 알았어, 조심할께!”
아줌마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눈썹을 꿈틀거리는 녀석. 정말 귀엽다. 이런 녀석에게 내가 상처를 입힌 걸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다. 정말...
“조심해! 앞으로 차 필요하면 나 부르고!”
“알았어, 알았다니까- 이제 그만 흥분하고 주스마셔.”
내가 녀석에게 주스에 꽂힌 빨대를 내밀며 마시라고 하자 녀석은 나를 힐끔 한 번 보더니 한 번 빨대를 쭉- 빨아들이고는
다시 한 번 내 눈치를 힐끔 본다.
“왜? 뭐 하고 싶은 말 있어?”
녀석이 뭔가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내 눈치를 보고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내가 먼저 할 말 있으면 하라고 말을 꺼냈지만
녀석은 한참 뒤에 ‘아냐’라고 말하고는 또 다시 내 눈치를 본다. 할 말이 뭐길래 저럴까...
“왜 그러는데- 할 말 있으면 해.”
“그러니까... 이건 너랑 싸우려고 하는 말이 아니니까 그냥 들어... 알았지?”
“알았어- 뭔데 그래?”
녀석은 또 다시 한참 말이 없더니 이윽고 고개를 들고는 날 쳐다보며 말한다.
“서도훈 그 자식.”
“아... 응... 태웅아 그건 내가...”
“너가 아니라 내가 해.”
“응?”
“너가 아니라 내가 해결 본다고.”
“니가 어떻게 해결 볼 건데- 치고 박고 싸우는 거면 절대 안 돼!”
“그 딴 유치한 짓 안 해.”
충분히 니 눈빛은 그 딴 유치한 짓 할 것 같아 보여 불안하단 말이다, 녀석아.
“그럼 어떻게 해결 보려고.”
“그건 남자끼리 알아서 할 거야.”
“남자끼리 좋아하신다. 불안해서 그건 내가 안 돼.”
“너가 안 되긴 뭘 안 돼. 그 자식 핸드폰 번호나 줘봐. 아니다.”
아니라고 말하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내 핸드폰을 가져가 열더니 툭툭- 몇 번 건드리고는 이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어
번호를 입력하는 듯한 녀석. 그리고는 다 입력했는지 핸드폰을 내게 다시 건네어 준다.
“앞으로 그 자식 연락와도 절대 받지 마.”
“아마 앞으로 연락 안 올거야.”
“아무튼 와도 받지 마. 알았지?”
“알았어. 근데 너 정말 어쩌려고 그래. 너 사고 치면...”
“사고 치면 치는 거지 뭐-”
“야, 너...!”
“내가 애냐. 상황 파악 못하고 사고치고 다니게. 걱정 마.”
“걱정하게 만들잖아.”
“아무튼 이은호는 걱정하다가 일찍 죽을까봐 걱정이야-”
“너!”
날 보고 베시시 웃는 녀석 때문에 더 이상 나는 뭐라 하지 못하고 녀석이 어떻게 하는지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
어젯 밤에 올리고 싶었는데, 계속 수정하다 보니까 오늘 아침까지 오게됐어요^^;;
우선 태웅이와 은호가 화해를 했습니다. 태웅이 기 펴주려고 했는데, 결국 태웅이가 은호한테 져 줬어요.
왜냐하면... 태웅인 남자니까?! 하하. 두 사람 사이를 더 이상 갈라놓기 싫어서 화해는 했습니다~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일이 있긴 하지만 말이죠~
앞으로 어떻게 해결될 지는 비밀! 그러니까 계속해서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이번 편에는 지난 편에 말했던 스페셜 땡땡스투!!를 쓰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스페셜 땡스투 들어갑니다~!!
핑크공주♥님 늘 댓글 달아주시는 거 잘 보고 있어요^^ 그 동안 땡스투 쓸 때 순서는 댓글 달아주신 분들 순서대로 쓴 거 였는데^^;; 섭섭하셨나봐요, 죄송해요~ 늘 길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님 생일은 3월15일!! 맞죠?? 그 날 선물이 될 수 있도록 25편도 후딱후딱 쓸께요^^ 항상 감사합니다~ 감기 얼른 나세요!
나무그늘님님 아, 나무그늘님님때문에 소설을 자주 올려야 할 것 같네요^^;; 늘 댓글 달아주시고 관심가져 주시는 거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부탁드려요~
조우박님 항상 댓글 달아주시는 거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소설 재밌게 쓰도록 노력할께요~
졸려ㅠ_ㅜ님 기다려 주신다는 말 너무 감사해요~ 졸려ㅠ_ㅜ님 때문에라도 얼른얼른 새로운 글을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데요?^^
피키랑영이랑님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셨는데... 이번 편으로 궁금증은 풀리셨나요?^^ 우선 태웅이와 은호가 화해를 하였고, 도훈이의 일은 아직 해결이 완벽하게 나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궁금해해 주세요~ 곧 이 일도 마무리 지을 거에요^^
ㅈrㄱlㅇFa 님 태웅이가 많이 속상했을 거란 걸 알아차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태웅이 입장을 잘 표현 못한 건 아닐까 속으로 걱정했거든요~ 앞으로 태웅이가 속상할 일은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졸라멋쪄님 님 닉네임은 뒤에가 짤려서 잘 보이지 않아 늘 궁금했어요~ 완전한 아이디가 뭘까하고...^^;; 태웅이 입장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웅이 속상한 거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태웅이 속 못 상하게 하겠네요~^^
샤론♡미아님 샤론♡미아님 댓글보고 순간 뜨끔했어요~ 제가 쓸 때는 큰 사고를 낼까 작은 사고를 낼까 고민했거든요~ 하지만 큰 사고를 내면 너무 진부해져 버리진 않을까해서 작은 접촉사고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꼴통머리소녀님 태웅이의 화가 꼴통머리소녀님의 댓글대로 사르르 녹았습니다~ 우선 녹은 걸로 보이구요^^;; 제대로 사르르 녹은 건지는 다음 편, 다다음 편을 통해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SWEET KIWE님 전 님이 지어준 도훈이의 애칭을 알고 있지요~^^ 개도훈^^;;; 그래도 너무 미워하지는 마세요~ 저는 또 저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랍니다. 하하; 이번엔 태웅이에게 한 마디 해주셨군요~ 아직 어리니까... 그냥 님이 이해해주셔야 겠죠? 오늘 24편에는 나름 남자다운 모습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어때요??^^
구짓말님 구짓말님의 응원에 힘입어 태웅이가 은호를 이해하고 화해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짝짝! 감사합니다.^^
시나클s님 그 상황에서 은호를 응원해주셨던 단 한 분.^^ 은호도 시나클s님의 응원에 힘입어 얼른 제 정신 차릴 수 있길~
짱구액션가면님 도훈이가 이제 그만해야 할 듯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미정~^^ 태웅이 화 이제 좀 풀렸어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Trust0님 태웅이가 잘 하고 있는 거 맞나요?^^;; 태웅이 기 좀 산 거 같죠?? 하하. Trust0님 제게 항상 감사하다고 해주시는데, 제가 더 감사드려요~ 늘 댓글 달아주시는 거 큰 힘이 됩니다.^^
아, 오늘은 정말 감사한 마음을 듬뿍 담아 저도 땡스투를 길게~ 썼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구, 또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이 될 댓글들 많이많이 달아주세요^^
첫댓글 학교 가기 전에 ㅎ 한번 들려봤는데 ^^ 글이 올라와 있네요 ㅋㅋ 오늘도 잘 봐습니다. 땡스투 감솨 감솨 ㅋㅋ
엉엉, 화해해서 다행이에욤 ㅠㅠ 계속 냉전이면 저 슬플지도 ... 과연 도훈이와 어떻게 해결할지 담편도 기다릴께요~
꺄악~ 태웅이 이 멋진놈 ㅋㅋㅋ 어디 태웅이같은 사람 없나요~? ㅋㅋㅋ 이번편도 잘 보고 갑니다^^ 탱스투 감사드려요~
아이좋아 하하하 감사해요 절 첫번째로 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오늘 학교 끝나고 바로 와서 봤는데 어이그 좋아 오늘은 흐뭇하게 미소지으면서 봤어요 진짜로요! 이렇게 화해모드로 가니까 정말 좋아요. 애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 도훈이. 도훈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아니지만. 도훈이의 심정 이해되요. 좋아하니까, 자기 감정에 솔직한거고. 그동안의 은호의 행동은, 그래,네가 나한테 잘해주는구나 고마워. 나도 좋아해 나도, 너 좋아.; 이런 행동을 하니까, 도훈이도 그렇게 잘못한건 없는데 왜그렇게 밉상이고, 못된짓(?) 만 하는것 같은지 모르겠어요. 학교 갔다와서 와보니까 있잖아요 너무너무 좋아요.
작가님 감사함빚다. 제가 지금 어디 나가바야 대서ㅠㅠ 작가님 안뇽 안뇽 안녕하게셰용 ㅋㅋㅋ 아 짱조아 난 지금 햄복해!!
드디오 화해를 하다니!!!!!!!!!!!!!!!!!! ㅋㅋㅋㅋㅋ 다행이에요 ㅎㅎㅎ 태웅이 홧팅!!!!!!넌 잘생겻으니깐 충분히 이길거야!!!!!!!
아정말 태웅이 너무멋져요!!!!!! 다음편도 기다릴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드디어 드디어 화해를 했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태웅이가 도훈이와의 일을 잘해결했으면 좋겠어요,,ㅋ
♡
역시 태웅이도 밀고 당기기를 살짝쿵.. ㅋㅋ 완전 귀여움. ㅋㅋ 화해해서 다행이예요. ㅋㅋ 근데 도훈이가 또 불쌍해 지네..ㅠㅡㅠ
사랑이란게 이런거구나 새삼느꼈다는.. 자칫잘못하면 헤어질위기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또 이렇게 금방.. 화해하네요~ 보기 좋아요 ㅋ
아잉 작가님 태웅이너무멋잇자나요! 나한테도 태웅이같은 남자 한명보내주세요!>.< 꺄울 이번편도재미있어요! 과연태웅이랑도훈이가 어떡해될지 두근거려요!~
역시 은호는 태웅이랑 잘 어울려~ㅋ
아.심장떨려요- 둘이 왜 저렇게 예쁜걸까요~ 진짜 전 요거 보는 재미에 요즘 아주 행복하답니다~ 진짜 늘 고맙습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