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우가(五友歌)
김 난 석
정쟁에 휘말려 자연으로 숨어 든 윤선도는
수, 석, 송, 죽에 이어 달을 벗 삼아 사노라 노래했다.
코로나 말고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나는
그를 흉내 낼 건 아니지만
요즘 무얼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한다.
그러나 아내와 잠자리를 따로 하고
주머니도 따로 차고 살아가는 지라
그렇게 말할 순 없겠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아내가 잘 잤는지 방문을 열어보게 되고
저녁에 밖에서 들어오면 표정을 살피며
하루 즐겁게 지냈는지 서로 살펴보는 게 버릇이니
그래도 아내는 나의 제1의 벗이라고나 할까보다.
아침 샤워를 하고 나면 석촌호에 나가
호반을 한 바퀴 도는 게 일상이다.
서로 대화야 없지만
철 따라 날씨에 따라 변하는 물빛을 바라보며
수면에 드리운 물그림자와 무언의 대화를 하게 되니
이게 제2의 벗이라고나 할까보다.
집에 돌아오면 대금이나 단소를 들고
청성곡이며 상령산이며 태평가를 불어보는데
이게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려주니 제3의 벗이라 해야겠다.
주일마다 한 번씩 오르는 산이 있다.
그것도 북한산이었다가, 아차산이었다가,
남한산성이었다가, 요즘엔 일자산을 오르게 되니
굳이 그 중 하나를 들라면
이젠 일자산이라 해야겠다.
일자산은 사실 해발 134 미터에 지나지 않아
산이라 할 것도 없지만
체력이 점점 줄어들어 그렇게 낮은 산을 오를 수밖에 없는데
특히 이 산은 고려 말 문신인 이집이 은거한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정몽주나 이색 등과 교유하다가
요승 신돈의 미움을 사 이 산에 은거하게 되었다니
세월을 못 이겨 이 나지막한 산을 찾는 나의 신세와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보다.
제5의 벗은 누구라 할까?
사이버카페 5670 아름다운 동행이라고나 할까?
수시로 거기 접속하면 친밀감이 느껴지는 회원들의 글이 있고
내가 올린 글에 화답한 글들이 있어서 교감하게 되니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 중에서 굳이 누구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회원들과는 친소관계가 늘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라 하기보다 아름다운 동행이라 통칭하게 된다.
결국 나의 오우가는
첫째가 아내요
둘째가 석촌호요
셋째가 디금이나 단소요
넷째가 일자산이요
다섯째가 아름다운 동행이라 해야겠다.
만약 하나를 더 들라면
아마도..., 아마도 술이 될 것 같다.
사실 과하면 심신이 피폐해져서 그렇지
술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으랴.
저녁에 반주로 마시는 와인 한 잔은
소화제요 수면제이니
가끔씩 그걸 즐기며 산다.
좋은 술 중 하나가 꿀술이라 했더니
누군가가 그랬다.
“술 중에 제일은 입술.” 이라고.
꿀술이야 꿀을 재료로 만든 술이지만
입술은 무얼 재료로 만든 술일까?
그게 궁금하기도 하다.
어제 저녁나절 오랜만에 두 여성회원이 찾아왔다.
가까운 곳 다이닝 펍에 들어가 와인 한 잔씩 따라놓고
홀짝거리며 한참이나 마주앉아보았다.
술을 마셨는지, 입술을 쳐다보았는지, 눈을 바라보았는지
아니면 콧등을 훑어보았는지 알 수 없는데
구목비, 목비구, 비구목...
그러다가 구비목에서 끝이 난 것 같다.
이거다.
나의 소확행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첫댓글 선배님의 소확행
너무 가지런히 예쁘게 나열해 놓으셔서 이아침 제가 행복해집니다.
첫째가 아내임을
두분 건강 응원하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ㅎㅎ 💕
노래도 하시고
신선이 따로 없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그렇게 사시길 바랍니다
노래는 잘 못하지만
노래방 한번 갈까요?
노비는 제가 지르겠습니다.
💕
난석님의 그모든것이 소소한
행복이지요 ᆢ 늘 작은것에 만족하고
자연에 연연하시고 정스런 글쓰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하루에 한번씩은 큰 행복도 낚아야 하는데~
욕심이 너무 큰가요?
말이나 해보는 거랍니다. 💕
난석님은 아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시는군요
맞습니다 소확행
큰 욕심없이 그렇게 사시면 됩니다
오늘도 그렇게 마음 편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사실 별 능력도 없으니까요..
대금 단소에 우리가락
눈에 들어옵니다
절주도 잘 아시는 멋진삶
소소한 행복느끼시는 삶에 부럽습니다
네에, 술도 돈이 있어야 자주 마실 수 있는 거죠.
내 아버지 시대 보다 지금은 남자의 자리가 많이 처량해 보인답니다.
이야기 꺼리가 너무 단조롭다는것, 그러나 생각의 선이 좁아지니 나를 생각하는시간이 많아진다는것,그러니 자신이 외롭고 처량하게 느끼는 홀로가 서글퍼지는걸,
그래도 내마음 내가 다독이고 위로하고 사랑 해야지요
햇살만큼 행복하세요
맞아요,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살아야겠지요.
대금 하시는분들 존경 스러워요
술을모르고 인생을 논하지말라는 말도 있지요.아마 술꾼이 만들어낸 말 인지도 모르겠습니다.잼나는글 잘 보았습니다.술중의 술은 입술 맞습니다.ㅎㅎ
한번 해보세요.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어요.
오우중에 주가 있다하니 마니 반갑습니다만
내가마시는 취향하곤 마니도 다릅니다그려 ㅎㅎ
술 별로 많이도 못하면서 그럽니다.ㅎㅎ
입술은 흙으로 빚어졌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게 별로 밝힐 것도 아니네요..